최돈행 김포신문 부사장
 최돈행 김포신문 부사장

영국 속담에 친구와 포도주는 오래될수록 좋고,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친구는 제2의 자신이다”라고 하였다. 오래 사귈수록 정이 깊고 오랜 우정은 서로에 대해 이해하며 지지와 존재감을 항상 느낄 수 있다는 의미이다. 세상이 아무리 힘들다고 해도 서로 믿고, 기쁠 때나 슬플 때나 한결같이 곁을 지켜주며,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사실상 반쯤 가족인 인간관계를 친구라고 한다.

인간관계는 초등학교 죽마고우를 비롯하여 중·고등학교, 대학교와 사회에서 맺은 친구 등도 있을 것이다. 인디언의 언어로 친구는 ‘내 슬픔을 등에 지고 가는 자’라고 했을 정도로 친구가 된다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비록 멀리 떨어져 있어도 가까운 친구가 있는가 하면 인근에 살아도 마음의 거리가 멀어 친구가 될 수 없는 사람도 있듯이 다른 사람들이 나를 떠났을 때 나를 찾아오고 그저 만나면 즐겁고 어려운 일도 허물없이 터놓고 말할 수 있는 친한 사이라는 뜻일 것이다.

세 사람이 걸어가면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다는 ‘3인행 필유아사(三人行 必有我師)’ 친구 사이에서도 스승이 분명히 있다. 친구가 나에게 섭섭하다고 충고할 때는 내 부덕의 소치로 반성하고, 칭찬보다는 결점을 말해주는 친구를 더 가까이해야 한다. 좋은 사람을 만드는 것도 망치는 것도 친구이다 보니 가슴속의 친구뿐만 아니라 경고를 해주는 적도 필요하다. 그 필요한 친구란 동년배일 수도 있고 인생 선후배일 수도, 아니면 한 권의 책과 같은 사물일 수도 있을 것이다. 비록 자신의 지위가 낮아도 자존감으로 당당하게 처신하는 친구도 있고, 학문하며 지식인으로서 행복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친구, 적은 지식으로도 겸손하며 빛나 보이는 친구, 돈 몇 푼 있다고 거드름 피우며 꼴값 떠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재력이 있어도 진중하며 처세를 잘하는 친구도 있다.

동창은 운명처럼 오랜 친구의 테두리에 묶이지만, 만났다고 무조건 친구가 아니듯이 동창도 동창 나름이다. 막역지우일지라도 서로 예의를 지켜야 하고 가까운 사이일수록 말조심을 해야 한다. 자기와 가깝다고 다른 친구의 험담을 늘어놓는다면 친구에 대한 배신이 된다. 주변에 취미 따라 친구가 되었다가 원수가 되는 경우와 친구가 없어 고독사하는 이들과 친구를 만들어가는 방법을 몰라 한평생 닫혀 있다가 인생을 마감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좋은 친구라면 지구 반대편에서 살고 있을지라도 인생의 희로애락을 항상 공유하고 좋은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사람들이다. 친구가 꿈을 성취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힘든 시기를 보내는 친구에게 위로도 해주며, 만나면 마음이 편해지는 사람들로 주변을 채워보자. 좋은 친구를 얻는 일은 전적으로 자기 자신에게 달려있듯이, 친구가 없는 이유는 내가 다른 사람을 존경하고 다른 사람의 친구가 되어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진정한 친구는 잘못을 보면 서로 깨우쳐 충고하고 좋은 일을 보면 마음 깊이 기뻐하며 불행한 일이 있어도 버리지 않아야 한다. 진실한 친구를 많이 가진 친구는 행복한 사람으로 내가 존경하고 사랑하는 친구를 멀리에서라도 가까이하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친구가 되려는 마음을 갖는 것은 간단하지만 우정을 이루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되므로 아무리 돈이 많아도 친구가 없으면 실패한 인생이고 가난해도 친구가 많으면 성공한 인생이라 한다. 

우리가 살면서 친구라는 존재는 가족 다음으로 소중한 존재이고 친구를 갖는다는 것은 또 하나의 인생을 갖는 것이다. 좋은 친구는 지위가 높은 친구가 아니라 인생의 동반자이며 서로 떨어져 있어도 마음이 통하고, 함께 있으면 더욱 빛이 나고 행복을 만들어 준다. 현대사회의 인간관계는 같은 취향을 바탕으로 가슴과 가슴으로 진실한 우정을 나눌 때 오래 지속되듯이 ‘친구란 두 몸속에 들어 있는 하나의 영혼’이라는 말이 왜 가슴에 와닿는지 모르겠다. 그런 친구들이 내 곁에 오래 머무르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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