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 공정거래법 위반한 LH에 시정명령 및 과징금 5억6천5백만원 부과

택지개발공사 1년 넘게 지연에도 ‘매매대금 지연손해금’, ‘재산세’ 납부 강제

LH, “소송 통해 처분의 부당성 다툴 예정”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김포한강신도시 개발 과정에서 땅 주인들에게 9억 4,800만원을 뜯어냈다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한국토지주택공사가 계약 시 약정한 토지사용가능시기를 지연하고서, 총 34필지 매수인들에게 그 지연기간동안에는 납무 의무가 없는 ‘토지사용가능시기 이후 지연손해금’과 ‘재산세’를 부담시킨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5억65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제4호 거래상지위남용행위 중 불이익제공에 해당되는 내용이다.

한편 LH는 공정위의 처분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소송을 통해 처분에 대응할 것임을 알렸다.

매매계약서, 갑은 토지매수인이고 을은 LH. 자료제공 - 공정거래위원회

문화재 발견돼 공사 늦어져도 땅주인 재산세 내라?

 

LH는 김포 장기동, 운양동, 구래동, 마산동 일원에 한강신도시를 개발하기로 하고 2006년 12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사업 준공을 완료하기로 계획한 바 있다. 당시 LH는 2008년 12월 말경 이주자 등과 ‘선분양 후조성 이전 방식’으로 이주자택지 및 생활대책용지를 공급하는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사업 과정에서 문화재 발굴조사 및 군사시설 기부 양여 절차이행 기간 추가 소요 등 당초 계획했던 사업일정에 차질이 발생했고, 이에 따라 사업계획이 변경돼 계약상의 토지사용가능시기도 1년 4개월간 지연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H는 당시 매매대금을 연체한 34필지의 땅 주인들에게 지연손해금 또는 대납 재산세 명목으로 총 9억 4800만원을 받아낸 것으로 밝혀졌다.

판례 및 사건의 계약서에 따르면 ‘토지사용가능시기’는 적어도 택지조성공사를 완료해 그 토지를 실질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시기, 즉 부지조성공사 완료일 다음날이다. 그러나 LH는 토지사용 가능시기가 지연되고 있는 2013년 1월 23일부터 2016년 4월 26일까지 땅주인들에게 약 8억9000만원의 토지사용가능시기 이후 지연손해금을 부담시킨 것이다.

공정위는 “이 사건의 매수인들이 실제 토지사용가능시기가 2014년 5월 1일이어서, 그 토지사용 가능시기가 지연되고 있었던 2013년 1월부터 2014년 4월까지인 1년 4개월간은 토지사용이 불가했기에, 토지사용시기 이후 지연손해금은 발생할 수 없다”고 판단을 내렸다.

또한 LH는 2013년 9월 1일부터 2017년 12월 7일까지 납부해야 할 재산세도 30필지의 매수인들에게 부담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는 “지방세법상 재산세는 과세기준일 현재 재산을 사실상 소유한 자가 부담하는 바, 계약상 토지사용가능시기가 지연돼 토지를 사용할 수 없는 기간 동안에는 이 사건 매수인들에게 자신의 분양 받은 토지를 사실상 소유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그 토지들의 재산세는 LH가 분담해야 함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자료제공 - 공정거래위원회

공정위, “LH, 각종 문제 회피하거나 전가.. 공정거래 저해성 인정”

 

LH가 사업 지연기간동안 재산세와 지연손해금을 부담시킨 것은 거래상지위남용행위로 해석됐다.

공정위는 “사건 관련 계약 조항들인 지연손해금과 제세공과금 부담은 LH의 사건 계약상 의무인 토지사용가능시기의 이행을 전제로 한 것이다. LH가 계약상 의무인 토지사용가능시기를 이행하지도 않고 ‘토지사용가능시기 이후 지연손해금’ 또는 ‘재산세’를 그 매수인들에게 부담시킨 것은 계약 이행과정에서 부당하게 불이익을 준 것”이라며 “이는 LH의 내부규정 및 정상적인 거래관행에도 반하는 것으로서 매매대금 조기 회수에만 급급해 이 사건 관련 계약 조항을 자의적으로 해석, 적용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또한 공정위는 “LH가 사전에 이 사건 대상 토지들의 실제 토지사용가능시기가 지연될 것임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매수인들에게 즉시 그 사실을 서면으로 통지해야 하는 계약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LH가 계약상 토지사용가능시기의 지연을 예상한 일부 매수인의 정당한 잔금 납부 연기 요청을 거절했고, 안내문을 통해 계약상의 토지사용가능시기 이행이 정상적으로 이행될 것처럼 매수인들을 기망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LH가 토지사용가능시기 지연 시 적용되는 내부규정상의 각종 의무절차나 후속조치를 전혀 준수하지 않았다. LH가 매수인들에게 토지사용 승낙서 발급 신청을 유도해 각종 문제를 회피하거나 전가했다”며 공정거래 저해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한편, LH는 “매수인 중 일부는 토지사용가능시기 이전에 LH로부터 토지사용승낙을 득하고 건축인허가를 받아 사용하는 등 전체 단지의 조성공사 완료 여부와 관계없이 해당 토지는 토지사용가능시기 도래시점에 실제 사용이 가능한 시기였다”며 “공정거래위는 동 사안에 대해 ‘독점거래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위반으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결정내린 바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LH는 “매수인들에게 불리한 계약조건을 달리 정한 바가 없고, 계약서상의 잔금 납부의무를 제때 이행하지 않은 것에 대한 지체 책임 등을 물은 것”이라며 “소송을 통해 처분의 부당성을 다툴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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