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책방이야기 9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 묻고 싶습니다. 그대도 언젠가, 한없이 작아지는 기분을 느껴본 적이 있나요? 우리의 생은 단 한번 뿐인 탓에 18살의 고등학생이나 32살의 직장인이나, 48의 주부나 삶이 버겁기는 마찬가지일 겁니다. 여전히 모든 것이 어렵고, 서툴고, 처음인 것 투성이지요. 연애도 육아도, 일도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끊임없이 두려움을 마주하고 문제를 풀어갑니다. 그렇게 부단히 앞으로 나아가려 애써요. 누군가 그렇게 끊임없이 일어서려는 모습을 볼 때 마다, 우리는 그 모습에서 공감을 하고 위로를 받고, 경이로움을 느낍니다. 타인을 통해 나를 비춰보는 것.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전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지난 토요일부터 게으른정원에서는 <나는 아주 잘 지내고 있어요> 전시를 시작했습니다. 이번 전시는 한 명의 배우이자, 한 여성으로써 그간 기록해놓은 수많은 글을 5권의 책, 그리고 그 책을 전하는 편지와 함께 전시해두었습니다. 사진전도 아니고, 생소한 ‘문장전시’입니다. 전시작가인 세루코(가칭)는, 배우라는 직업을 가지고 부단히 잘 살아보려 애쓰는 30대 여성입니다. 여리여리한 체구와 달리 어떻게든 세상에 우뚝 서보려 끊임없이 걸어가는 단단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지요.

저 역시 깨진 유리조각처럼 부서져 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녀는 편지를 들고 정원에 찾아와 제게 "차차는 상실의 아픔을 어떻게 극복했어요?"라고 물어봐 준 손님이었고요. 그 질문을 듣자마자 저는 눈물을 뚝뚝 흘리긴 했지만, (어쩌면 저는 그런 질문을 누군가 물어봐주실 바랐던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후 저는 스스로에게 그 질문을 끊임없이 물으며 극복해 나갔습니다. 유독 닮은 점이 많은 그녀와 저는, 종종 말과 글을 주고 받으며 서로의 글에 눈물 흘리던 때를 보냈고, 여전히 그녀의 글을 제게, 유효합니다. 힘이 드는 날, 종종 그녀의 문장에 기댈 때가 있으니까요.

그 후, 그녀와 글쓰기모임을 <진지한마들렌>을 함께 하면서 언젠가 그녀의 글을 가지고 전시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처음 그녀에게 전시를 열어보지 않겠냐고 제안했던 이유는, 그녀는 끊임없이, 그리고 부단히, 감정을 기록하고 글을 쓰면서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려 노력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한없이 여리고 슬픈 눈동자를 가진 그녀는, 늘 누군가에게 받은 따뜻한 마음을 소중히 간직하고, 그래서 그 힘으로 혼자서 온갖 귀여운 다짐을 하고, 또 그 마음을 아름다운 모양으로 만들어 고스란히 전하는 사람입니다. 그녀가 쓰는 문장은 한없이 부드럽지만 참으로 올곧기에, 글을 읽고 있으면 내일은 조금 더 잘 살아낼 수 있을 것만 같은 마음이 생기곤 하지요.

우리는 늘 삶이 서툴고 관계가 어려운 사람들이지만요. 우리와 아주 닮은 모습을 하고, 앞으로 조금씩 나아가는 그녀의 글을 마음 깊이 들이마셔 보세요. 분명, 우리도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어있을지도 모릅니다. 여전히 삶이 서툰 당신에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에 단단하게 뿌리를 내리고 싶은 당신에게, 세루코작가와 함께 준비한 이번 전시를 권하고 싶습니다.

본 전시는 모두에게 열린 무료 전시이며, 예약제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게으른정원 인스타그램 혹은 전화로 연락하시어, 휴무일(화,수)를 제외한 날에 사전 예약을 부탁드려요. 1팀(최대 2명)당 1시간씩 관람을 하실 수 있으며 1:1로 및 전시에 대한 도슨트를 받으실 수 있습니다. 주차는 게으른정원 인스타그램 피드를 참조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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