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우리동네 <공부란 무엇인가>

<공부란무엇인가>/김영민/어크로스

서점은 소매업이다. 소매업인 서점에서 상품공급, 즉 도매상을 통해 안정적으로 책을 공급받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화창한서점은 독립출판을 전문으로 하는 I사와 일반서적은 B사를 통해 공급받고 있다.

안정적인 도서 입고를 위해 국내 가장 많은 책을 보유하고 있다는 K사에 문의했다. K사는 원래 대형서점이지만, 근래 도매도 진출했는데 그 규모에 걸맞게 금방 1위 도매업체가 되었다. 그런데 K사에서 거래를 원하는 소매 책방들에게 보증금을 요구한다, 보증금이 50만 원이다, 100만 원이다, 보증금을 없앴다, 아니다 등의 소리가 들려왔다. 입고 문의에 앞서 불안한 마음이 들었고 결과는 거절이었다. 보증금과 무관하게 입고량이 많지 않은 신규 작은 동네책방은 도매 공급을 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라고.

K사에서 거절을 받고 착잡한 때, 국내 대형서점 중 하나인 반디앤루니스(서울문고)의 부도 소식이 들려왔다. 갑자기 현타가 밀려왔다. 입지 좋은 곳의 대형서점도 문을 닫는 상황에서 작은 동네책방을 운영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일까?

작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도 있지만, 분명 할 수 없는 것이 더 많다. 무엇보다 책만 팔아서 최소생계비 정도를 벌기란 쉽지 않다. 동네책방을 운영하는 이라면 모두 가지고 있을 고민이다.

근 1년 사이로 김포지역에서 동네책방이 하나둘 생겨났다. 각 책방마다 처한 상황은 다르지만 이런 공통의 문제의식에서 출발, 현재 협동조합을 논의하고 있다. 개별 동네책방의 한계를 협동조합이라는 연대로 넘어서고자 함이다. 경력단절 주부로 오래 있었던 내게는 너무나 반가운 흐름이다. 무엇보다 다른 책방 분들을 볼 때, 동종업계의 경쟁자가 아닌 동지를 만난 것 같은 심정이다. 작은 서점끼리 연대하여 서로가 상생함은 물론 지역 내 새로운 책 문화를 창출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반디앤루니스’란 이름은 고사성어 형설지공(螢雪之功)에서 유래한 거라고 한다. 먼 옛날 달빛 아래, 달 없는 밤에는 반딧불과 하얀 눈 위에서라도 책을 읽고자 했던 이들. 쉽게 책을 읽을 수 있는 요즘엔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모습이다. 공부를 꼭 책으로만 하냐는 반문도 있지만(우리 집에도 그런 녀석이 있다), 공부와 독서가 결코 떼어질 수 없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왜 우리는 책을 읽을까? 학습 과잉의 시대 우리에게 공부란 무엇인가? 시대마다 사람마다 그 대답이 다르겠지만, 중요한 한 가지 가정을 들어본다. 김영민 교수의 <공부란 무엇인가>의 한 부분이다.

 

책은 사회와 자아의 중간에 있다. 사회로부터 도망치기 위해서 독서에 몰입할 수도 있고, 자아로부터 달아나기 위해서 책을 읽을 수도 있다. 어쨌거나 책은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언어를 준다. 책의 내용은 언어로 되어 있고, 언어는 사회가 공유하는 것이며, 그 언어를 통해 사람들은 의사소통을 한다. 사회로부터 도망하기 위해 책을 읽다가 거꾸로 소통을 위한 언어가 풍부해지는 역설이 독서 행위에 있다.(140∼141p)

 

내게도 책은 어떤 현실을 잊게 해주는, 혹은 다른 세계로 인도해주는 안내자였다. 소설과 판타지 장르를 좋아하는 것도 이런 성향과 무관치 않으리라. 아마 나도 세상으로부터 도망가기 위해 책을 읽다가 어느 순간 세상과 소통이 필요해졌는지 모른다. 그것이 대형서점도 문을 닫는 이때 작은 동네책방을 하고 있는 이유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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