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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에 교육을 담다> 학교급식을 디자인하다! Design school meals!
  • 금파초 박정미 영양선생님
  • 승인 2021.06.08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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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파초 박정미 영양선생님

선생님은 이제는 어느 학교에 가든지 그 학교의 실정에 맞는 급식을 해내는데 어렵지 않은 경력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1995년 첫 발령 시에는 공동조리교에 발령이 나서 영양 수석 선생님 보조로 근무를 하게 되어 사실 큰 책임감이 필요치 않았었습니다. 그런데 2년 후 신설학교에 발령이 나서 학교급식을 새로 시작해야 하고, 2년간 보조 역할만 하다가 갑자기 혼자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에 잠도 제대로 못 이루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때 제게 사수와 같이 학교급식의 모든 것을 친절하게 가르쳐주시고 공유해 주신 제가 존경하는 영양선생님이 계셨습니다. 지금은 몇 년 전에 명예퇴임을 하시고 현직에 계시지 않지만...

그 선생님은 제게 늘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학교급식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직업이에요~” 늘 그 말씀이 제 마음에 남아 있습니다. 처음엔 ‘글쎄~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 않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이젠 그 선생님의 말씀이 어떤 걸 의미하셨는지 많이 공감이 됩니다.

디자인 (Design)의 사전적 의미는 설계하다, 구현하다, 만들다 입니다. 학교급식은 디자인을 해야 하는 것이 맞습니다.

우선 학교에 새로 발령을 받게 되면 그 학교의 시스템과 인프라를 잘 활용하여 급식을 구성하게 됩니다. 똑같은 레시피를 가지고도 학교를 옮길 때마다 음식의 맛이 다릅니다. (모든 영양 선생님들은 자신들만의 고유의 레시피가 있습니다.) 어떤 학교에는 조림, 무침, 찜 등 한식 위주로 잘하는 학교가 있습니다. 또 어떤 학교에는 새로운 메뉴, 양식 등 화려한 음식에 강한 학교가 있습니다. 그 학교 급식실 안에서 실제 조리를 담당하시는 조리사님들의 역량과 그분들의 조리에 대한 인식, 경력, 노하우가 모두 다르기 때문입니다.

어떤 학교에는 조리사님들이 연세가 드시고 경력이 많으신 분들이 계신 곳이 있습니다. 그런 곳은 나물 무침 같은 것을 정말 기가 막히게 잘 하십니다. 콩나물, 숙주나물을 하나 삶더라도 정확한 타이밍이 있습니다. 어느 정도 데쳐서 빨리 건져서 채반에 널찍하게 펼쳐서 식힐 것인지, 아니면 찬물에 재빨리 헹굴 것인지~ 그 타이밍이 중요합니다. 경력이 많으신 연세가 지긋하신 조리사님들은 그 포인트를 기가 막히게 잘 캐치하십니다. 그래서 재료의 특성에 맞는 식감이 살아있는 나물을 학생들에게 제공할 수 있습니다.

또 좀 젊고 음식의 다양성을 즐기시는 조리사님들이 계십니다. 집에서도 요리하기를 즐겨 하시고 새로운 요리를 학교급식에 하면 자신의 몸은 힘든 줄도 모르고 정말 좋아하며 어떻게 해야 음식이 더 맛있게 될까? 어떻게 조리해야 이 음식의 특색을 잘 살릴까? 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고민하며 또 집에서 실험도 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그런 분들은 새로운 음식 하는 걸 즐기고 거침이 없습니다.

저는 학교를 옮기게 되면 우선 조리사님들의 조리하는 특성, 스타일, 연령대를 먼저 파악합니다. 무엇을 잘 하시는지? 어떤 요리에 강점이 있으며 어려움이 없는지를 파악하여 전 임지에서 아무리 인기가 있었던 식단이었어도 우리 학교 조리사님들이 그런 음식을 해낼 수 없겠다 싶으면 과감하게 포기하는 편입니다. 대신 우리 학교에 적합한 스타일의 식단을 재구성하는 일에 몰두합니다. 그래서 학교 급식실에는 경력 많으시고, 나이도 지긋하신 조리사님들과 좀 젊고 통통 튀는 아이디어도 있는 조리사님들이 균형 있게 섞여 있는 것이 학교급식을 제대로 구현하기에 좋은 것 같습니다.

또 학교급식 시설이 다르고, 급식의 형태도 다릅니다. 김포에는 공동 조리교, 식당 급식교, 교실 급식교, 교실·식당 병행 급식교 등의 다양한 형태의 학교급식이 존재합니다. 교실 급식과 식당 급식은 급식 제공의 형태가 많이 다릅니다. 식당 급식에서는 음식을 만들면 바로 배식이 가능하기에 조리시간이 조금 여유가 있고 또 다양한 식단 제공이 가능한 장점이 있습니다. 교실 급식에서는 모든 음식을 반별로 담아야 하고 올려 보내는 시간이 필요하니 조리가 일찍 끝나야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또 교실로 옮기는 과정에서 음식이 식거나 불거나 하지 않도록 식단을 구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피자를 제공하고 싶을 때는 날씨가 추워지면 치즈가 다 굳어서 따뜻한 봄날 이후부터 여름철까지 제공하고, 겨울철이 되면 음식이 많이 식으니까 따뜻한 음식 위주로 식단을 구성해야 합니다.

또 학교급식 시설도 다양합니다. 어떤 학교는 2,000명이 넘는 학교도 있고 100여 명 정도 밖에 안 되는 학교도 있습니다. 2,000명이 넘는데도 오븐기가 한 대가 있거나 볶음과 튀김을 하는 솥이 부족하면 아무래도 작은 규모의 학교보다 다양한 식단으로 제공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모든 학교에서 영양 선생님들이 학교 실정에 맞는 최상의 식단을 구성하고 구현해내고 있는 것입니다.

학교급식은 영양 선생님 혼자 잘 한다고 잘 하는 것이 아닙니다. 시설이 좋아야 하고, 조리사님들의 경력과 능력, 건강도 중요하고, 급식을 제공하는 작업환경도 좋아야 하고, 학교나 교육행정기관의 모든 행·재정적 지원이 원활히 이루어져야 양질의 학교급식 제공이 가능합니다.

학교마다 급식 식단이 다 다른 이유! 급식의 질과 구성이 다른 이유! 이것은 각 학교별 급식 시스템과 인프라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학교급식은 우리 학교에 맞는 학교급식을 설계하고 디자인해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 학교 급식 시스템과 인프라를 분석하여 최고 양질의 급식을 만들어 내는 일! 학교급식을 디자인하는 일입니다. 식판 한 칸에 담길 음식의 색깔, 질감, 맛의 균형과 조화, 배식할 때 어려움이 없을지, 영양성분 및 영양량, 학생들의 기호도, 가격, 조리 순서 및 위생관리, 안전사항까지 고려하여 한 끼의 급식이 디자인됩니다.

아~ 이제 벌써 6월인데, 7월의 무더운 날씨 속에 우리 학생들의 더위에 지친 입맛을 사로잡고 영양과 건강을 챙길 수 있는 식단은 무엇일까? 숨 쉬기조차 힘든 무더위 속에 조리사님들의 근무환경까지 고려하여 어떤 식단을 제공해야 할까? 오늘도 저는 7월의 학교급식을 디자인해봅니다.

봄철 딸기가 제철일 때 제공하는 식단으로 식이섬유와 항산화물질, 유산균이 풍부하다. 딸기와 유기농 그릭 요거트에 연유를 넣고 딸기와 함께 제공하면 후식으로 어린이들의 기호도가 아주 높다.

망고와 요거트를 함께 제공하고 예쁜 색감을 위해 애플민트 잎을 넣어주면 교실에서 아이들이 더 반겨줄 것 같다. 비슷한 식단도 계절별로 재료의 종류를 달리해서 좀 더 다양한 형태로 디자인하여 제공한다.

6-7월이 제철인 블루베리에는 안토시아닌이 풍부하여 한 번씩 제공하는데 이 때는 냉동으로 블루베리가 입고되어 유기농 설탕에 조려서 유기농 그릭 요거트와 함께 제공한 모습

금파초 박정미 영양선생님  gimpo12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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