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형
안동대학교
(철학)명예교수

5월은 가정의 달이다. 5일은 어린이날, 8일은 어버이날, 15일은 스승의 날, 17일은 성년의 날, 21일은 부부의 날이다. 이렇게 날짜를 특정한 것은 이날만이라도 그들을 소중히 생각하자는 다짐을 공표한 것이리라.

모든 가정은 이날의 주인공을 위한 식사를 하고 선물을 준다. 그러나 이런 물질적 연례 행사만으로 우리 가정을 결속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 코로나 사태로 가정 중심의 생활이 더욱 강화되었지만, 가족 유대감이 증대되기보다는 갈등이 심화하였다는 현실은 우리를 당혹스럽게 만든다. 어떤 시도를 해야 이런 사태가 개선될까? 

먼저 어린이를 생각해 보자. 우리는 자녀를 향해 큰 기대를 하고 투자를 많이 한다. 그런데 우리는 무엇 때문에 그렇게 하며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인천상륙작전을 이끈 맥아더 장군은 이런 기도문을 남겼다.

“내게 이런 자녀를 주십시오. 약할 때 자기를 돌아볼 줄 아는 여유와 두려울 때 자신을 잃지 않는 담대함으로 정직한 패배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승리에 겸손하고 온유한 자녀를 주십시오. 생각해야 할 때 고집하지 말고 절대자를 알고 자신을 아는 것이 지식의 근본임을 아는 자녀를 허락하십시오.

그를 평탄하고 안이한 길로 인도하지 마시고 고난과 도전에 직면하여 버텨낼 줄 알도록 인도하여 주십시오. 해서 폭풍우 속에서 용감히 싸우면서도 패자를 품을 줄 알도록 가르쳐 주십시오. 마음이 깨끗하여 목표를 높여 잡고, 남을 정복하기 전에 자신을 먼저 다스리고, 장래를 내다보는 동시에 지난날을 잊지 않는, 그런 자녀를 주십시오. 

이런 것들에 더하여, 자녀가 유머를 알게 하시고 생을 엄숙하게 살면서도 동시에 생을 즐길 줄 알게 해 주세요. 자신에 지나치게 집착하지 말게 하시고 겸허한 마음을 가져, 참된 위대함은 소박함에 있고 참된 지혜는 열린 마음에 있으며 참된 힘은 온유함에 있음을 명심케 해 주십시오. 그리해주시면 저는 제 인생을 헛되이 살지 않았노라고 어느 날 고백할 것 같습니다. 도와주시기를 기도합니다.”가슴이 먹먹해지는 기도문이다. 

이렇게 키운 아이는 결국 사회와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인격을 갖추고 세계를 선도하는 지도력을 발휘했을 것이다. 여기에는 물질적인 풍요와 자신의 영달을 추구하는 내용이 없다. 자기의 안일과 평안에 집중하는 어떤 욕심도 번뜩이지 않는다.

현실을 정직하게 인정하면서도 과거와 미래를 아우르는 여유를 가르치는 가치관이 투영되어 있다. 인생의 성공과 번영이 현실의 화려함을 넘어서고 있음을, 그리고 그것이 인격화하는 중요성을 기도자는 깊이 확신하고 있다.

우리는 어떤가? 최근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보여준 도덕적 일탈은 맥아더 장군의 기도와 대조되는 몰가치적 태도가 우리 사회에 만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안타깝게도 ‘아빠 찬스’, ‘엄마 찬스’의 부도덕은 이미 그들 가정의 일탈이 관습화했음을 드러내 주고 있다. 이대로는 안 된다.

우리가 지난 100여 년간에 애써 이룬 국가적 발전을 물질 및 자기중심의 가치관으로 몰락시킬 수 없다. 바람직한 인격 형성의 가치관으로 격을 높여 더 발전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자녀를 바로 교육해야 한다. 교육적인 간절한 기도를 드릴 필요가 있다. 

 자녀교육의 출발점은 가정이고 그 주체가 바로 부모인 우리 자신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한때 밥상머리 교육을 강조하던 우리가 언제부턴가 자녀교육을 다른 사람들에게 떠넘겼다. 안타깝게도 부모는 돈벌이 주체로만 존재한다. 유치원, 초등학교, 중등학교 교사에게 자녀를 맡기는 것도 모자라 학원과 무술 도장 관장에게 교육을 깡그리 일임하고 자신들은 손을 떼고 있다.

그러고는 자식으로부터 자신들의 욕구를 그 결과로 거둬들일 생각만 하고 있다. 이런 자세에서 바람직한 자녀 상이 떠오를 리 만무하고 그들을 위한 기도는 꿈도 꾸지 못한다.
이제 우리 부모는 교육의 주체 의식을 회복해야 한다. 그리고 그들을 위한 주도적 번민을 하는 책임을 맡아야 한다. 그러면 부모는 간절한 기도를 드리지 않을 수 없다.

간절한 기도에는 바람직한 자녀 상이 반드시 생겨난다. 그럴 때 가정이 살고 사회는 올바른 방향으로 발전하며 국가는 번영을 누리게 될 것이다. ‘기도의 자식은 망하지 않는다’라고 한다. 가정의 달에 자녀를 위해 참된 기도를 드리는 부모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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