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 미술가의 작업실을 가다⑦ 정선이 화가

10년 넘게 꽃 그림 그리며 인간의 ‘자유의지’ 표현

스승의 향기에 머무르지 않고 ‘나만의 것’ 만들려 정진

구겨 붙인 화선지에 수묵과 아크릴 물감...독특함 구현

 

 

만개한 붉은 꽃잎이 강렬하게 시선을 사로잡는 그림으로 유명한 김포 ‘꽃의 화가’ 정선이 작가의 하성 작업실을 다녀왔다. 20년 넘게 김포에서 활동하고 있는 그는 재작년 살림집 옆에 작업실과 갤러리를 겸한 공간을 마련했다. 1층을 작업실로, 2층을 갤러리로 꾸민 공간은 그의 다양한 꽃 작품들로 빼곡하다.

“수많은 작가들이 말하는 꽃이 있다. 그들도 꽃을 좋아하고 자연을 사랑하기에 여러 형상을 다양하게 표현했을 것이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꽃이 갖는 강렬한 색상과 형상도 매력적이지만 나는 그 안에 깃든 내재적인 면에 집중했다. 내가 그린 꽃은 인간의 욕심, 욕망에 의해 화분에 갇힌 꽃들의 함성이다. 자유를 구속당하고 억압된 상태에서 온 힘을 다해 화사하게 피어나고자 한다.”

 

▲살림집 옆에 붙어 있는 작업실과 갤러리.
▲1층 작업실 공간
▲2층 갤러리 서니힐.

 

사실적 표현보다 구성적인 이미지로 꽃 표현

땅에 떨어진 동백을 보고 감동해 2010년부터 꽃을 그리기 시작했다는 그는 동백을 하얗게 표현하기도 하고 붉은 꽃잎으로 화면을 가득 채우기도 하는 등 다채롭게 꽃을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꽃들이 사실적인 표현보다는 조형미를 즐길 수 있는 구성적인 이미지가 강하다. 또한 수묵으로 표현한 수풀과 아크릴 물감으로 채색한 꽃이 대비돼 그 안에 감춰진 꽃의 참 모습을 찾아보게 한다.

홍경한 미술평론가는 정 작가의 꽃 시리즈에 대해 “생명의 끈기를 대리하는 꽃들은 작가의 삶과 평행선을 이루는 표상에 가깝다. 그의 꽃들은 사실상 살아옴과 살아감, 살아가야 할 것들과 맥이 같다. 다른 측면에서 일종의 ‘자유의지’와 결을 같이한다.”고 말한다. 결국 “꽃이라는 사물을 중심에 놓고 있으나 작가 자신을 포함해 현재를 살아가는 인간들의 현실적이고도 심적인 부분과 연계돼 누구나 겪는 바람과 행복, 진실, 욕망 등을 말하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평했다.

이는 전통 한국화를 배운 그가 전통양식을 바탕으로 형식과 소재를 새롭게 개발해 ‘그만의 것’을 표현한 것에 기인한다. 캔버스나 판넬 위에 화선지를 겹겹이 구겨 붙인 다음 작업을 시작하는 그의 스타일은 구김의 과정에서 우연으로 이미지가 구성되고 그 형태 위에 먹물로 구체적인 형태의 꽃이 형이상학적인 이미지로 완성된다. 마무리 단계에서 아크릴 물감을 입혀 형상의 이미지를 부각시킴으로써 그만의 꽃이 만들어진다.

“한국화를 사사한 스승의 영향 때문인지 초창기 내 그림을 보며 남성적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나는 그게 싫었다. 스승의 영향을 받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나만의 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자존감이 컸다. 화선지를 구겨 붙이고 수묵과 아크릴 물감을 섞어 그리는 방법 등으로 나만의 것을 찾으려 애썼다.”

 

 

설지 이영환 선생에 사사... 주경야독하듯 열심

딸 다섯 집안의 맏이였던 스무 살 정선이 작가는 대학입시 미술학과 실기시험을 붙고도 아버지에게 떨어졌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이천에서 도자기 공방을 하시던 아버지를 옆에서 도우며 직원 월급을 주지 못할 정도로 힘들어하시는 아버지를 외면할 수 없었다. 유학까지 보내주겠다는 아버지 말씀을 그대로 따를 수도, 네 동생의 학업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다고 미술을 향한 마음과 열정을 누르지는 않았다. 낮에는 아버지 공방에서 일을 돕고 밤에는 설지 이영환 선생에게 한국화를 배우기 시작했다. 이천미협 회장을 역임하기도 한 설지 선생은 주경야독하듯 밤마다 그림을 배우러 오는 그를 기특하게 여겼고 소질을 발견해줬다. 이후 정 작가는 1998, 1999년 연이어 경기미술대전에서 우수상과 특선을 받으며 작가의 길에 들어섰다. 그렇게 공모전과 전시를 이어가며 화가의 꿈을 이어갔다.

하지만 그 과정이 일사천리 평탄하지는 않았다. 아버지의 도예 공방이 이천에서 김포로 이전하며 1989년, 정 작가는 스물넷에 가족과 함께 김포에 들어왔다. 스물일곱에는 공무원인 지금의 남편과 결혼해 남편 고향인 하성에 터전을 잡았다. 그런데 김포로 오며 사사하던 스승과 멀어지고 첫 아이를 갖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그림과도 인연을 끊었다. 결혼으로 억눌렸던 부분이 편안해지면서 다시 그림 그리지 않겠다는 생각에 판넬을 다 태우기까지 했다.

그러나 1년이 지나 채 2년이 되기 전에 그림을 향한 그리움과 열정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갓난아이를 업고 이천까지 그림을 들고 다시 스승을 찾아 가르침을 받았다. 차가 있는 것도 아니고 교통이 편했던 시절도 아닌 때에 아기를 업고 버스로 김포에서 이천까지의 여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허나 그림을 향한 사랑이 그가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내게 했다. 그렇게 열성을 다하며 작업한 덕분에 공모전 수상이 이어졌고 서른 초반에 개인전을 열 수 있게 됐다.

 

 

“돌아가신 시부모님과 남편의 도움이 컸다. 시아버님은 밭일을 제쳐두고 아이들을 보살펴 주셨고 미술학원을 차려 재료비 걱정 없이 작업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

그래서일까. 정 작가는 경기도자원봉사센터 지원으로 진행되는 정겨운 마을회 ‘어르신 실력 뽐내기’ 행사에 참여하는 마을 어르신들에게 무료로 미술지도를 하고 있다. 다섯 분씩 조를 나눠 20여 명의 어르신이 수묵화로 자신의 작품을 완성하는 작업이다. “그림 그리러 갈 때 가장 예쁘게 한다”는 옆집 할머니 아들의 말을 전해 듣고 정 작가는 감동과 보람을 느끼고 있다.

지금까지 아트페어를 포함 38회 전시를 이어온 그는 올해도 잡힌 전시와 갤러리의 주문에 하루 6시간 이상 그림을 그리고 있다. 또한 최근 새로 선출된 김포미술협회의 부지부장을 맡아 김포 미술가를 위한 책임감 있는 활동도 이어갈 예정이다.

 

 

개인전 및 아트페어 제38회

2021 화랑미술제-코엑스

2019 갤러리 서니힐 개관 기념전

2018 Singapore International Artist Fare

2017 Nature-무언의 함성전, 김포 아트 인큐베이팅 초대전

2015 KIAF Korea International Art Fare

2013 장은선 갤러리 초대전

아트서울전-김과장 미술관 가는 길

2011 Nature-Secret Garden

 

수상

2004 대한민국미술대전 구상/비구상부문 입선(국립현대미술관)

2003 대한민국미술대전 특선(국립현대미술관)

2001, 2004 단원미술대전 입선(단원미술관)

2003, 2006 안견미술대전 특선 4회(서산문화회관 전시실)

1998, 1999 경기미술대전 우수상, 특선(경기도문화의전당 전시실)

2008 문화예술공로 김포시장 표창

 

현재

경기미술대전, 안견미술대전 초대작가, 김포미술협회 부지부장, 한국미술협회, 갑자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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