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 한국평생교육·HRD연구소 선임연구원

교육의 성과를 학업성취도만으로 환산하는 인식은 변화해야

사회적 관점에서의 교육성과는 교육을 통한 공동체의식의 형성, 사회화, 교육기회의 균등화 같은 것이다. 교육기회의 균등화를 통하여 지역간·계층간 지식의 격차 및 빈부격차 등을 해소하는 것은 사회적 관점에서 주요한 교육성과라 할 수 있다. 2001년 OECD는 교육성과 측정을 위한 지표를 개발하면서 교육성과의 범주로 시민활동 및 종교적 참여도(선거, 클럽, 자원봉사, 교회 활동 등), 보건 관련 활동(건강, 흡연, 마약, 운동 등), 개인적 복지(자존감, 일반복지), 가족양육 활동(자녀, 이혼율), 직업고용 요인(직무만족도, 고용 안정성, 직업과 교육의 연관도), 심화학습(평생학습, 독서), 경제적 활동(저축, 지출) 등을 포함하였다. 위 지표는 인간의 모든 삶의 현장에서 일어나는 학습의 총체를 의미하며 이는 곧 평생학습을 일컫는다. 평생학습은 인간의 삶의 질 향상과 자아실현을 위해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전 생애에 걸쳐 이루어지는 학습을 의미한다. 본질은 자기 주도성으로, 개인이 스스로 학습에 대한 욕구를 가지고 목표를 설정하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 자신이 주체적 학습자가 되어 평생에 걸쳐 학습 활동을 하는 것이다. 평생학습은 학습의 결과를 단순히 학교 성적·학위·자격증 등의 피상적인 모습으로 나타내는 것 이상의 의미가 담겨있다. 최근 떠오르는 ‘미래교육’이라는 단어도 이제 우리는 더 이상 교육을 학교 교육과정에서 지식차원으로 배우는 인지 교육만으로 한정할 수 없다는 의미를 강하게 내포하고 있다. 교육은 인간 삶의 모든 맥락 즉, 민주주의 체제가 뿌리내린 삶터에서 이뤄지는 실천학습의 방향으로 전환해야 하는 것이다.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2018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만 15세 학생들의 읽기, 수학, 과학 성취 수준은 참여국 중 최상위 인 것으로 나타났다. 삶에 대한 만족도 또한 상승했다. 그 동안 청소년 행복도에서 하위를 달리던 모습과 비교한다면 훌륭한 성과이다. PISA 결과를 두고 교육부 곽윤철 교육연구관은 ‘교수학습 방법의 개선이나 학생들의 교육 활동 참여 기회의 확대, 그리고 교육 환경의 개선 등을 통해 생활 행복도를 더욱 높여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시대적 분위기에 맞추어 교육의 성과를 전통적인 관점의 학업성취도로만 평가하려는 발상을 벗어나 삶에 대한 만족으로서의 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인식을 더욱 확산해 나가야 할 것이다.

 

 

 

교육형평성의 복원이 필요한 때

교육의 형평성은 사회·경제적 지위에 상관없이 모든 학생들이 교육적 혜택의 기회를 제공받아야 함을 의미한다. 이것은 모든 사람이 성별, 인종, 계급, 거주 지역에 관계없이 사회에서 원하는 지위를 획득할 수 있는 기회를 주려는 평등주의라는 보편적 가치라고 할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교육 형평성: 사회적 이동성 제고(Equity in Education: Breaking Down Barriers to Social Mobility)’ 보고서를 보면 2015년 기준 한국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은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 간의 학력 차이가 2006년 조사 결과에 비해 더욱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2006년부터 2015년까지의 지표를 비교할 때 한국은 OECD 회원국 중 두 번째로 교육형평성 악화 정도가 심한 나라였다. 분석 결과 한국의 2015년 지표는 0.79로,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상위 25%에 해당하는 학생 집단보다 하위 25% 학생 집단에서 기초학력 이상의 학업 성취도를 나타낸 학생의 비율이 약 21% 적었다. 쉽게 말해 못사는 집 학생들일수록 기초학력 수준에 못미치는 학생들이 더 많았다는 의미다.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문제는 입시경쟁을 위해 나타나는 사교육에 근거 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국가 차원으로 사교육을 억제하기 위해 집중해 왔지만 여전히 근본적인 해결은 없는 상황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사교육 비용 지출에 대해서는 불편감을 나타내지만 사교육을 필요악처럼 암묵적으로 용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했을 때 정책적으로 단지 사교육 시장을 통제하는 것만이 아니라 학교 교육 현장 등 정책 적용이 가능한 모든 영역을 통틀어 종합적인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 학업 성취도의 격차가 커지는 것에만 주목하기보다는 부모의 경제적 능력과 가정환경의 차이 때문에 학생의 자발적인 학교활동 및 학습 분위기를 저해하는 일을 막아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교육의 사각지대를 무엇으로 보완할 수 있을까 깊이 성찰해야 할 때이다.

예를 들어 정책적으로 우리에게 익숙히 다가온 혁신교육이나 마을교육공동체 같은 체재들이 교육의 형평성 제고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더 나은 사회공동체를 만드는 데 있어서 교육생태계의 체질을 바꾸는 것이 중추적이다. 다양한 교육 주체, 이해관계자들이 교육의 공공성, 토론과 논의에 기반을 둔 민주적 의사결정 지향, 협력과 연대를 통한 시민성 함양, 숙의 민주주의에 참여하는 것도 교육형평성의 복원에 있어 미룰 수 없는 과제로 남는다. 이러한 의미를 담아 시민들이 열린 사고와 집단지성을 발휘하여 공동체의식을 강화시키며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시민참여형 교육에 평생교육이 더욱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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