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일곱 번째, <조커와 나>

서성자

책찌짝찌 독서모임 회원

장애를 가진 아이가 친구들에게 받은 무관심과 가장 친한 친구였던 아이에게 받은 학교폭력까지... 얼마나 외로웠을까, 두려웠을까.

소설은 죽은 정우의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정우의 일기장에는 “선규가 내 도우미가 아니라 친구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나는 친구가 되어 줄 수 없다. 선규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라고 적혀 있다.

정우는 듀센형 근이영양증이란 희귀병을 앓고 있다. 이 병은 근육이 점점 마비되어 심장근육까지 마비가 되는 병으로 20살쯤에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학교에서는 휠체어에 앉아 있어야만 해서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히 요구되는 형편이다.

이 소설을 읽으며 문득 중학교 시절이 생각났다. 내가 다니던 중학교에도 특수반이 있어 장애를 가진 아이가 있었다. 같은 반은 아니었지만 정우를 본 순간 그 아이가 떠올랐다. 기억을 떠올려보면 나도 마찬가지로 그 아이에게 조금도 관심이 없었다. 친구가 아닌 그냥 장애인 아이로만 생각했고 동정 어린 눈빛만 보였을 뿐이다.

그런 나를 부끄럽게 만든 건 주인공 선규다. 처음에 정우랑 짝이었던 선규는 어쩔 수 없이 도우미를 자처했고 부담도 됐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진심으로 정우를 이해하고 친구로 받아들이게 된다.

반대로 선도부라는 이름으로 힘없는 아이들을 괴롭히는 조혁 즉, 행동과 외모가 닮아서인지 ‘조커’라 불리는 이 아이는 반에서 유달리 힘없는 정우를 괴롭힌다. 불편한 몸 때문에 조커의 폭력을 피하지도 맞서지도 못한 채 정우는 그대로 당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런 조커를 맞선 건 바로 선규. 친구 정우를 위해 용기를 낸 것이다.

모든 일에 무기력하게만 보였던 정우지만 선규의 힘 덕분이었을까, 작가의 꿈을 펼치기 위해 힘없는 손가락으로 열심히 자판을 두드리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써갔다. 책을 읽으며 모든 어려움을 이겨낸 장애인 스타작가로 본인을 그리며 한 글자 한 글자 칠 때마다 세상 무엇보다 행복을 느꼈을 정우의 모습이 그려져 나는 유쾌하면서 슬펐다.

중학교 때 선규 같은 친구가 많았다면 그 이름조차 모르는 장애인 아이는 어땠을까. 주변에 항상 도우미 선생님과 함께 있는 모습이 아닌, 친구와 대화하며 즐겁게 웃는 그의 모습이 기억에 남았을 텐데 나조차 그런 웃음을 만들어 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뿐이다.

지금도 주변에서 제2의 정우를 많이 보게 된다. 꼭 신체적 장애가 아니더라도 코로나로 장애 못지않게 힘든 이들이 많이 생겼다. 경제적으로 정신적으로 말이다. 이 피해갈 수 없는 상황에서 나는, 또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도대체 우린 누구에게 위로받고 누구를 위로해줘야 하나. 모두가 정우지만 모두가 선규처럼 행동해야 할 때다. 내 가족에게 그리고 이웃에게 세심한 관심과 배려가 필요할 때다. 지금 이 순간!

저작권자 © 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