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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의 만남]'소설수업'의 저자 - 최옥정
▲ 최옥정 소설가. 교수

“인생 2라운드, 소설을 써 보자!”

중년들의 글쓰기 열풍이 거세다. 늦깎이들이 소설쓰기 특강에 몰린다. 더불어 글쓰기 관련서적도 무수히 등장한다. 그중에 소설을 쓰고자 하는 이들에게 소설가 최옥정 작가의 [소설수업]은 교과서처럼 돼버렸다. 그를 만나 소설 쓰기에 대해 들어 본다.

만 50세를 갓 넘은 그녀는 아직도 왕성한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국내 문인협회에 등록된 소설가는 약 800여 명이라고 한다. 그 중에서도 활동하는 작가는 100 명 남짓이라고 한다. 십 수 만~이십 만 명의 시인에 비하면 소설가란 무척 드물다. 그녀는 과거에 학교 선생님이었다. 그래서 먼저 '학교 교사라는 안정적 직업을 버리고 소설을 쓰고자 한 이유는 무엇인가'를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모든 직업인이 거의 비슷할 거라고 생각한다. 처음 적응하는 기간 1~2년이 지나면 반복되는 단순 업무로 직업만족도는 현저히 떨어져 일에서 보람을 찾기란 쉽지 않다. 특히 다른 재능이나 지향이 있다면 직장에서 회의를 느끼는 속도는 더욱 빠를 것이다. 자기가 좋아해서 선택한 일일지라도 직장의 테두리에 갇히고 나면 별로 다를 것이 없다. 나 역시 영어를 좋아했고 가르치는 일을 잘 한다고 생각해서 영어선생이 되었다. 그러나 학교는 내가 애초에 짐작하던 곳과는 달랐다. 가르치는 일을 하는 선생이라기보다 학교행정직이 된 느낌이었다. 그다지 행복하지 않은 아이들을 매일 봐야하는 것도 괴로웠고, 우열의식이 지배하는 학교를 비판적인 시각으로 보기 시작했다. 더 늦기 전에 오래 전부터 꿈이었던 작가가 돼야겠다고 마음먹고 학교를 그만두었다. 인생에 한번은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을 한다면 실패하더라도 그것은 실패가 아닐 거라고 믿고 일단 부딪쳐보았다. "

이런 그녀가 어떻게 등단 준비를 했고 전업작가로 활동하는지 물었다.
"독서를 많이 한 편이었고 늘 글을 쓰는 생활을 해왔지만 막상 작가가 되려고 마음먹었을 때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다. 혼자 소설이라는 것을 써보기는 했는데 이건 아니다 싶어 방법을 모색하던 중 소설을 가르치는 곳이 있어서 배우러 다녔다. 주로 습작과 합평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창작수업이었는데 문학, 소설에 대한 새로운 안목이 생겼고 정말 열심히 썼다. 소설 쓰기 시작한 지 2년 만에 등단했다. 거의 매일 외출도 하지 않고 5~6시간씩 썼다. "

외출도 않고 매일 5~6 시간이라니… 그 노력이 놀랍다. 소설을 쓰면서 작가마다의 방법이 있을 듯 했다. 공간^인물^사건 중 어느 것에 중점을 두는지 물었다.

"나는 인물이 떠올라야 소설이 써지는 타입이다. 어느 날 문득 한 인물이 머리에 떠오르고 그 인물을 둘러싼 하나의 에피소드가 만들어지면 그때 시작한다. 쓰는 동안 집중하는 편이라 한번 시작하면 속도 있게 밀어붙인다. 중간에 이야기가 달라지기도 하는데 줄곧 내가 만들어낸 인물을 생각하며 그 사람처럼 느끼고 살려고 노력한다. 그런 점에서 소설쓰기는 배우의 연기와 아주 닮아있다. "
소설가는 그 인물에 빠져 마치 빙의된 무당 같다고 한 기억이 난다. 연기자도 그렇다고 하지 않던가.
"사람에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그들의 어떤 점이 나의 마음을 움직이나 따라가야 한다. 그리고 늘 사람을 관찰해야 한다. 그냥 보는 것과 유심히 보는 것은 다르다. 옷차림, 동작, 표정, 말투 같은 것을 분석적으로 관찰하고 문장으로 표현하는 것을 습관으로 만들어야 한다. 생각이나 감정이 떠오르면 무조건 문장으로 써보는 것이 왕도다. 아무리 훌륭한 생각도 좋은 문장으로 표현되지 못하면 작가가 될 수 없다. "

첫 문장, 첫 장면이 중요하다고 한다. 어떻게 써야 하는지 궁금했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소설의 전체 장면 중에서 가장 강렬한 장면을 첫 장면 즉 도입에 써야 한다. 첫 페이지에서 독자를 설득하지 못하면 그 소설은 꽝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첫 문장은 소설의 제목과 맞먹는 정도로 중요하다. 처음에 떠오른 대로 일단 쓰고 나중에 써나가는 동안 더 좋게 계속 수정해야 한다. 첫 장면이 마음에 안 든다고 거기에 매달려 있으면 소설 진도는 안 나가고 나중에는 처음의 힘이 다 빠져 글이 맥이 없어진다. 강렬하고 인상적인 장면을 쓰라, 그러나 안 될 경우 될 때까지 계속 수정하라. 한 장면에 너무 오래 머물러 있지 마라. "

디테일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디테일은 무엇이며 그 효과는 어떠한지 물었다.
"영화감독도 같은 이야기를 한다. '결국은 디테일이다.' 아무리 엄청난 이야기를 한다고 해도 그것을 디테일로 실감나게 보여주지 않으면 독자는 감동하지 않는다. 사랑하는 연인을 그렸다고 치자. 그들이 사랑한다고 백번 말해봤자 독자는 꼼짝도 안 한다. 그들의 포옹, 대화, 고통의 교감, 주고받는 선물 등등을 묘사할 때 독자는 그 장면으로 기억한다.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는 소설을 생각해보라. 가난한 부부는 자기가 가진 가장 값진 것을 상대에게 선물한다. 그러나 결과는 어떤가. 남편은 시계를 팔아 머리핀을 샀지만 여자는 머리를 잘라서 남자의 시곗줄을 샀다. 그 세부적인 에피소드가 없으면 이들 사랑은 우리에게서 금방 잊혀진다. "

무엇보다도 '소설수업'이라는 책을 낸 배경을 물었다.
"나는 문창과나 국문과를 나오지 않았다. 소설작법, 소설가가 되는 법을 전혀 몰랐다. 자료를 찾아봐도 거의 다 두루뭉술한 것들뿐이고 실제 등단하려는 사람에게 필요한 실질적인 내용을 담은 책은 없었다. 그래서 처음에 무척 고생했다. 나중에 문창과에서 소설 창작을 가르쳐달라는 제안을 받았을 때도 교재로 쓸 만한 책이 없었다. 그래서 실제 창작에 꼭 필요한, 거의 실무적인 내용을 담아 내가 직접 책을 쓰게 되었다. 꾸준히 책이 팔린다면 아마도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소설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집어 들어도 겁에 질리지 않고 아,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 생각할 수 있는 이해 편한 방식으로 세목을 만들어서 썼다. 작가가 될 생각은 없지만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은 인문교양서로 읽어도 좋다."

최근 중년들을 위한 강의를 시작했다고 한다. 교사를 그만 두었다지만 천상 교사다.
"현재 우리 사회를 진단하는 여러 의견이 있지만 나는 두 가지가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하나는 청년실업이고, 다른 하나는 조기퇴직자들의 그 후 인생이다. 50살은 요즘 너무 젊다. 무엇이든 해야 한다. 그런데 한 가지 일에 오래 몸을 담았던 사람은 자기의 객관적인 상태를 알기 어렵다. 그래서 자기 자신과 현재 사회를 정확히 볼 줄 아는 눈이 필요하다.
그런 자기진단과 문장연습을 아울러 연구공동체에서 <2라운드 인생을 위한 글쓰기> 강의를 시작했다. 인간은 자기표현 욕구가 강하다. 자기 인생이 의미 있었다고 큰소리로 외치고 싶은 거다. 더욱이 그것을 글로 기록해서 남기고 싶은 욕구는 요즘 같은 개인주의 사회에서 무시할 수 없는 자기실현의 하나다. 잘 이해받지 못한다고 느낀 중년층이 자기를 스스로 알고 남에게 알리기 위해 무엇보다, 어떤 말보다 글이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글을 써보면 자신을 알 수 있고 앞으로 남은 2라운드 인생에 대한 계획도 잘 세울 수 있다. 글을 써본 수강생들은 하나같이 말한다. 엄청나게 치유 받았다고, 내 안에 이런 내가 숨어 있는지 몰랐다고, 이제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입을 모은다. 나도 일상에서 많은 고통을 받고 소외감에 몸을 떠는 중년들에게 글을 쓰라고 항상 권한다. 써보면 알 수 있다. 내 안에 얼마나 많은 또 다른 내가 숨죽이고 살아가는지. "
김남수 기자

김남수 기자  gimpo12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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