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되라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민화 그려

이희숙 대표

갤러리카페 까치호랑이

카페 내부 모습

차 마시며 그림 감상할 수 있는 공간...저렴한 가격에 구입도 가능
한복에 전통포장에 조각보에 민화까지 팔방미인...배우는 사람 환영

시청 가는 오르막 길. 겨우내 잎 하나 없이 앙상하던 길 양옆 곧게 뻗은 메타세퀘이어가 어느새 파란옷을 입고 싱그러움을 더하는 길 한쪽에 카페가 문을 열었다. 카페 문에는 ‘민화 갤러리’라 써 있고 ‘임선희 작가 작품전’도 열리고 있다는 현수막도 붙어 있다. 사우동 사거리에서 시청까지 길가의 커피숍만 대여섯 곳. 저마다 다양한 커피맛과 인테리어를 뽐내고 있지만 갤러리 카페는 처음. 궁금해졌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은발이 멋진 단아한 모습의 주인이 손을 맞는다.

무명작가들의 무료 전시장

나무바닥 테라스를 지나 카페에 들어서자 정면에 익살스런 호랑이와 까치가 그려진 그림 한 점,  테이블 몇 개,  한쪽 벽에는 민화가 전시돼 있고 다른 한쪽에는 여러 점의 그림이 걸려 있다. 그림 아래에는 작가 이름과 제목, 가격이 적혀 있다. 

-독특한 공간이다. 민화라는 소재는 흔하게 접하는 것이 아닌데, 상호와 전시작품에 대해 소개해 달라
“차를 마시며 그림도 감상하고 직접 작품을 만들기도 하는 공간을 마련하고 싶었는데 마침 좋은 장소가 나와 열게 됐습니다. ‘민화’를 ‘만화’로 잘못 읽고 만화는 어디 있어요? 하고 묻는 손님도 있지요. 제가 전공한 민화 작품도 전시해 놓고 배우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민화도 가르치고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판매도 하는 화랑도 겸하고 있습니다. 상호는 민화의 대표적인 소재인 호랑이와 까치에서 따 왔어요.”

3년 전 김포에 왔다는 이희숙 대표. 김포에 와서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 갤러리 겸 카페를 열었다.
“한쪽 벽면의 민화는 제 작품이고, 다른 쪽의 전시작품은 임선희라는 작가의 작품입니다. 작가 선택은 제 마음이고요. 판매도 하고 있습니다. 저렴한 가격에 수준 높은 작품을 구입할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합니다. 그림하면 부자들의 전유물로 여기는데 이 정도 가격이면 누구나 거실에 하나쯤 걸 수 있을 겁니다.”

이희숙 대표가 작가를 선정하는 기준을 물었다.
“대단한 프로필은 필요없어요. 수준이 좀 떨어지더라도 일반인도 가능하고요.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있지만 전시할 공간도 팔 데도 없어 집안에 쌓아 놓고 있는 작가들이 많습니다. 그들에게 용기도 주고 싶고 조그만 보탬도 주고 싶고. 게다가 손님들에게 적당한 가격에 팔 수도 있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민화 알리고 배우는 공간

단순히 차를 마시고 그림을 전시하는 갤러리카페는 그다지 희귀한 풍경은 아니다. 하지만 이곳 한편에는 다양한 물감과 붓, 종이가 있는 작업장이 있고 벽면 가득 책에서나 봤던 독특한 그림들이 걸려 있다. 이 대표가 궁금해진다.

-민화는 직접 그렸나. 가르치기도 하나
“오랫동안 한복연구가로 일했어요. 한복을 하다보니 전통미술인 민화에도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어 민화공부도 많이 했지요. 예전에는 한복에 모란과 십장생 같은 민화를 자수로 수를 놓았거든요. 게다가 결혼할 때 한복을 예단으로 보낼 때 그냥 보낼 수 없잖아요. 보자기를 이용해 다양하게 포장하는 전통포장부분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제가 독보적이지요. 지금도 백화점에 제가 운영하는 전통포장 코너도 가지고 있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한복에 응용했던 민화에 더 애착이 갑니다. 그래서 민화를 열심히 그리고 수강생도 받아 보급하고 있지요.”

알고보니 이 대표는 팔방미인이다. 남들은 하나도 어려운데 국내 최고의 백화점에 자신의 코너를 운영한다는 것은 업계에서 최고로 인정받았다는 말. 인정받는 전통포장보다 민화에 몰두하는 이 대표의 마음이 궁금했다. 일반인들에게 민화란 어쩌다 책에서 익살스런 호랑이 그림을 본 게 다일 터. 민화는 어떤 것인가 물었다.

“민화는 다복함과 가정의 화목을 기리기 위해 그리는 전통미술이지요. 부자되고 자식 잘 되라는 의미의 연꽃, 잉어, 물고기, 호랑이, 까치 등이 등장합니다. 물고기는 다산과 장수를 의미하고 잉어는 뛰어오르는 모습 때문에 옛날에는 과거시험 보러가는 사람들에게 그려줬다고 합니다. 호랑이 그림은 액운을 막아준다고 하지만 너무 용맹스런 모습은 오히려 기를 빼앗길 수 있기에 익살스런 표정의 호랑이를 많이 그리지요.”
민화의 이런 속설 탓에 이희숙 대표는 자신의 그림을 보는 사람들이 잘 되길 바라며 항상 기도하는 마음으로 그린다고.

-수강생도 모집한다고 써 있는데 일반인도 쉽게 배울 수 있는지
“민화는 전통민화와 창작민화가 있지요. 전통민화는 한지에 밑그림을 그린 뒤 물감으로 채색만 하면 됩니다. 채색하는 순서와 방법만 익히면 쉽게 그릴 수 있지요. 물감과 붓만 있으면 돼 퇴직자들이 여가로 즐기기엔 가장 좋은 취미생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반 수채화는 물을 사용하지만 민화는 한지를 사용하기 때문에 찢어지지 않도록 하고 색도 여러 겹 겹쳐 칠하기에 물감에다 아교를 섞어쓰는 것이 다르지요.”
요즘 색칠하기 책들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등 어릴 적 하던 색칠공부의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이 대표의 말대로라면 색칠공부와 크게 다르지 않은 듯.

전통포장의 달인인 이 대표에게 손쉽게 할 수 있는 포장의 팁을 알려달라 주문했다.
“보자기가 없어도 됩니다. 집에 있는 스카프나 손수건을 정사각형으로 자른 다음 가장자리 올을 풀어주면 자연스런 모습이 됩니다. 이것으로 상자를 감싼 다음 끈을 이용해 묶어주면 근사한 전통포장이 완성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보자기를 풀었을 때 또 하나의 포장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예요. 보자기를 풀자마자 물건이 보이는 것보다는 또 하나 예쁜 모습의 포장이 있다면 더 즐거울 테니까요.”

김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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