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가락은 매력 만점 내 신부"


"마을마다 농악패가 있었고, 독특한 가락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것들이 거의 남아 있지 않습니다. 김포 역시 평야지대였고 마을마다 농악이 있고 가락이 있었습니다. 발굴되지 못한 김포의 문화를 조금이라도 보존가치가 있게 보존 또는 발굴, 전승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지난 2000년 김포에 들어와서 국악을 가르치고, 점차 사라져가는 김포의 가락을 보존하는 작업에 매진해 온 국악인 안호석(44). 인터뷰 내내 그가 한 말에는 국악 그리고 김포가락에 대한 애정이 오롯이 담겨 있었다.

김포가락과의 만남, 곧바로 김포의 매력에 흠뻑 빠져
"김포가락 보존을 위한 작업을 할 당시, 동리의 가락이나 농악이 거의 사라진 상황이었어요. 남아 있다 해도 그것을 할 수 있는 분들이 모두 나이 많은 분들 뿐이었어요. 많이 안타까웠죠." 그에게 김포가락의 매력을 물었다.

"김포가락은 다른 가락에 비해 힘차고 빠른 느낌입니다. 그게 김포가락이 가지고 있는 매력이죠. 김포만의 가락을 사물놀이와 접목하여 발전시킨다면 충분한 경쟁력과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평생 제가 공들여야 할 숙제이지요." 김포가락의 매력에 푹 빠진 안호석은아직 미혼이다.

안호석이 국악을 시작하게 된 동기는 평범했다. "고등학교 때 조계사 학생회를 다녔는데 거기 친구들이 모두 사물놀이를 했죠. 그러면서 시작을 했어요. 1986년 아시안 게임 당시 국악 붐이 일었죠. 게다가 대학로가 개방되면서 친구들과 나가서 공연을 하면 사람들이 봐주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서 흥이 났어요. 그래서 군대를 다녀온 후 제대로 해보자는 생각에 학교에서 국악 특히 타악을 전공하게 되었습니다."

타악기의 매력은 무엇일까? 그는 사람 안에 내재되어 있는 기분을 밖으로 표출하기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한다. 같은 타악기라 해도 서양의 팀파니는 몇 개의 음이 정해져 있는 반면, 장구나 북은 특별히 음이 정해져 있지 않다. 그만큼 정형화된 틀을 벗어나 자신만의 내재되어 있는 자유로움을 담아낼 수 있다는 말이다.

국악 대중화 위해서는 국악의 생활화가 필요
아직까지 우리는 국악보다는 서양 음악에 친숙하다. 국악이 내나라 음악이라 하지만 서양음악보다 멀게 느껴지고 제대로 알기도 힘들다. 국악과 가까워질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물어봤다.

"국악의 대중화도 서양음악과 같아요. 서양 고전을 듣다 보면 어려움을 느끼는데, 그럴 때는 현대 음악을 듣다 보면 좀 더 편하게 느껴지기도 하잖아요. 국악도 마찬가지예요. 요즘 퓨전 국악, 창작 국악 같은 것들이 많이 나오는데 그런 것들을 듣고 관심을 갖다보면 '이 음악 이전에는 어떤 것들이 있었을까'하고 찾게 됩니다. 그런 과정을 통해 많이 듣고 접하다 보면 가까워 질 수 있어요."

'많이 듣기'라니… 너무 뻔한 '정답'이라 다시 한 번 국악의 대중화를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물었더니 그간 교육현장에서 느끼고 생각했던 것들을 담담한 목소리로 전한다.

"국악이 생활화되는 것이 중요해요. 우리 안에 내재되어 있는 것이 있기 때문에, 국악의 매력에 금방 빠질 수 있습니다. 다문화가정, 결혼이민자에게 국악을 교육하다 보면 그들도 국악에 관심과 흥미를 갖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장애인들을 교육할 때, 비장애인에 비해 몇 배의 시간과 노력이 들지만, 결국 해내는 걸 보면 많은 걸 느낍니다. 보호관찰대상 청소년들도 그래요. 그들에게는 쉼터와 돌파구가 없거든요. 국악을 배우면서 내재되어 있는 것들을 표출하다보면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죠."

국악도 배워야 한다. 학습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학교교육에서 예술교육은 여기서조차 '빨리빨리'가 적용된다. 안 원장은 "예술은 단시간에 배워 습득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천재성을 가지고 있지 않고서야 꾸준한 노력과 연습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런 점에서 걸포초등학교의 문화예술 교육은 배울 점이 있어요. 걸포초등학교의 경우, 1학기에 10시간 1년 동안 총 20시간을 한 악기를 배우는 데 쓰고 있습니다. 충분히 시간을 가지고 제대로 이해하고 배우고 연주할 수 있어야 합니다."라고 강조한다.

국악은 우리 삶 속에서 표출되는 것


김포평야의 논이 황금색으로 변해간다. 누런 황금 들판 사이사이로 농악대가 다니며 흥겨운 가락을 울리고 풍년에 감사하며 어깨춤을 추던 그 정경을 이제는 찾기 어렵다. 요즘 학교에서 농악이나 풍물, 국악을 하는 학생들이 점차 줄어드는 추세이다. 대회에 출전하는 팀도 예전에는 10팀 정도 되었지만, 이제는 대여섯 팀으로 줄었다고 한다.

연말에 있을 발표회 준비로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그는 "국악은 틀에 박힌 옛날 것이 아니라 우리 삶 속에서 표출되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그러면서 1회성이 아닌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람들의 인식변화도 중요하다. 사라져가는 우리의 소중한 가락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좋은 성과가 있기를 소망하며, 신명나는 가락을 뒤로 하고 센터를 나섰다.

이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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