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학도 조정자 할머니의 캠퍼스 라이프>

조정자 할머니는 출근할 때, 청소할 때, 청소를 마치고 수업에 들어갈 때 하루에 세 번 옷을 갈아 입는다. 윤경석(69세) 할아버지(좌)와 만학도 조정자(65세) 할머니(우).


중고교 검정고시 거쳐 김포대 재학
65세에 청소하며 제2의 인생 설계


눈부시도록 물든 단풍이 흩날리는 김포대학에 도착했다. 지난 10월 업체로부터 300만원의 장학금을 받은 65세 만학도 조정자 할머니를 만나기 위해서다.

작고 왜소한 조정자 할머니는 빨간 고무장갑과 걸레를 들고 맞았다. 할머니는 김포대에서 7년간 청소하며 공부하는 사회복지학과 12학번 학생이다. 늦은 나이에 공부를 시작한 이유를 물었다. "살려고 했어요. 만약 공부하지 않았다면 난 지금 산목숨이 아니었을 거예요"라고 했다.

할머니에게는 남편과 두 아들이 있다. 아들 둘은 대학 졸업 때까지 외박 한번 없었다. 11시를 통금으로 정해 놓았던 당시 늦은 아들을 기다리며 대문 앞에서 기다리면 아들은 엄마를 생각하며 11시를 넘기지 않기 위해 땀을 뻘뻘 흘리며 뛰어 들어오곤 했다.

그렇게 착실했던 아들들을 결혼시키고 난 할머니는 외로웠다. 떠나간 아들들에게 집착하는 자신을 부담스러워 하는 애들에게 정신적 부담이 되기 싫었다. 인천에서 지금의 강화로 이사를하고, 공장 밥을 시작했다.

잡념이 없어지길 바랬지만, 일할 때 뿐이었다. 그러던 중 공장이 문을 닫자 김포대 청소일을 시작했다. 남편과 함께 시작한 일이다. 이때부터 다시 가슴속에 담아둔 잊어버린 학구에 대한 열정이 되살아 났다.

할머니는 "나는 초등학교만 졸업했어요. 그래서 40대 때부터 중학교 검정고시를 준비했어요. 그런데 너무 어려워 중도에 포기하고 말았지요" 라고 말했다.

그런데 어느날 아이들이 집에 두고 간 수학책과 국사책을 봤는데, 한때 중학교 검정고시 준비하던 생각이 났고, 국사책을 보니 신석기 구석기 광개토대왕이 떠 올랐다. 그래서 다시 공부하면 되겠다는 생각에 공부를 시작하게 됐다. 그러자 수 많은 잡념이 사라졌다.

이때부터 수학문제를 풀었다. 이틀씩 걸려서 공식을 외웠다. "이렇게 한 곳을 이틀씩 쓸고 닦았다면 광이 났겠죠!"

문제집을 풀기 위해 인천 배다리에 있는 중고전문 서점에서 전 과목을 구입했다. 수시로 읽어보고 풀고 문제집하고 대질해보며 공부했다. 이때부터 할머니는 살아있는 자기 존재감에 충만할 수 있었다. 공부가 주는 인생의 맛이거나, 그동안 쌓인 한에 대한 해소인지도 모른다.

이렇게 시작한 고등학교 검정고시를 5년여에 걸쳐 통과하고 김포대에 입학해 내년에 졸업을 앞두고 있다.
함께 일하는 할아버지는 교수님 다음으로 할머니를 돕는 멘토다. 할머니가 수업에 들어가면 할아버지가 할머니 일을 대신 하신다. 공부에 전념할 수 있었던 보이지 않은 조력자다. 박식하신 할아버지는 법제론, 사회보장법, 한문 등 할머니 전공분야에 대해서도 눈높이에 맞춰 설명해 주며 많은 도움을 주었다.

"내가 밤 새우고 공부하면 할아버지는 F학점만 맞지 않으면 되지 뭣 하러 힘들게 밤 새워 아이들을 이길려고 해"라고 핀잔을 주지만 할머니는 성적 때문이 아니라 기왕에 하는 거 열심히 하고 싶다고 한다. 그래야 내 지식이 되기 때문이란다.

욕심많은 할머니는 방학기간의 자신의 10일 휴가와 남편의 10일 휴가를 이용해 학원에 다녀 요양사 자격증도 취득했다.

6시30분에 출근해 청소일과를 시작하며 공부까지 병행하는 할머니는 하루 세번 옷을 갈아 입는다. "내가 열심히 산다면 원하지 않아도 내가 원하는 것이 옵니다. 나는 졸업 후 이 배움을 기반으로 한 제2의 인생을 설계하고 있습니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조정자 할머니에게 65세는 아직도 청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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