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푸드 전도사 김정순·김포매실연구회 회장

[사진=이주노 시민기자]

불편하고 느리지만 자연적 삶이 인간적 삶

각종 인스턴트식품과 음료, 라면, 햄버거에 물려 새로운 건강식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웰빙, 유기농, 발효식품을 총칭하는 슬로푸드(Slow Food)가 그것이다.

하지만 패스트푸드와 간편식에 길들여진 요즘 사람들에게 삶의 방식에 대한 변화는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조금 불편하고 느린 삶의 방식을 몸소 실천하며 슬로푸드 전도사로 새로운 삶의 방식을 제안하고 나선 여성이 있다. 김포매실연구회 김정순(68) 회장의 이야기다.

고촌 풍곡리 햇살 가득하고 야트막한 무공해 야산 중턱에 터를 잡은 2천여 평의 농장에는 매실나무와 블랙베리, 보리수, 질경이, 쇠비름, 곰보배추, 개똥쑥, 명아주, 민들레, 씀바귀, 오행초, 수세미 등 온갖 나무와 약초가 생명의 빛으로 물결을 이루고 있다. 김 회장에게 이곳은 자연치유를 통해 건강한 삶을 회복하는 공간이다.

농부에서 슬로푸드 전도사로
자투리땅이라도 허투루 하는 법이 없이 풀 한 포기라도 심어놔야 직성이 풀린다는 김 회장이 본격적으로 슬로푸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지난 2009년 '김포시 엘리트농업대학'에서 가공식품 교육을 접한 이후부터다.

효소의 재료가 되는 각종 풀과 열매는 자연 상태로 가공해야 한다는 것과 길을 걸을 때 밟고 지나쳤던 이름 모를 풀 한포기가 사람들 몸에는 보약보다 더 좋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매실과 효소의 효능에 푹 빠져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약이 되는 풀과 나무를 찾아 이곳으로 옮겨오고, 명인들이 만드는 숨 쉬는 항아리들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새콤달콤한 향내를 뿜어내며 발효 과정을 거치고 있는 이곳의 100여 항아리 주위엔 그 향기에 취한 나비들이 끊임없이 모여들고 있다.

김 회장은 느리고 고되지만 좋은 재료를 얻기 위해 농약을 쓰지 않고 일일이 손이 가는 작업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무릎이 좋지 않아 입원해 있던 와중에도 밭에 온통 신경이 쓰여 종종 외출을 강행하곤 한다고 한다.

지금까지 몸이 망가지도록 일을 해왔지만, 돈을 생각하면 이 일은 할 수 없는 일이라며 오직 기쁨과 보람으로 일을 해왔다는 자부심도 나타냈다.

슬로푸드 전진기지 설립 추진
김 회장은 지난하고 고된 과정에서 얻은 지금까지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며 또 다른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지난 2010년 고촌, 대곶, 하성 등 매실나무를 키우는 산주 29명이 참여해 결성한 김포매실영농조합은 내년 준공을 목표로 월곶면 고양리에 1,200평 규모의 농식품 가공시설 설립을 추진 중이다.

시설이 만들어지면 이를 슬로푸드의 전진기지로 활용해 도시인들에게 활력소가 되는 체험과 교육을 진행하고 지금까지 연구해 온 수백여 가지 효소에 대한 성분검사를 실시해 기능성 식품으로 인정받겠다는 계획도 내비쳤다.

김 회장은 김포 지역의 특성에 맞는 전통적이고 다양한 식생활 문화를 지키는 사명감을 가지고 임하며 "지역의 비옥한 토질과 기후, 수도권에 인접한 지리적 강점이 '건강도시' 김포의 최고 장점"이라며 "김포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시민들의 안전한 먹거리, 행복한 식생활을 위한 밑거름이 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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