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중 (본지 편집의원, 시인, 문학평론가)

김포를 대표하는 인물을 꼽으라고 하면 누구나 쉽게 중봉선생을 꼽게 된다. 조선 중기의 문신이었던 중봉선생은 임진왜란 당시 영규 등 의병과 합세해 왜병에 대항했던 의병장이다.

또, 그는 ‘지당에 비 뿌리고 양류에 내 끼인 제…….’라는 시조와 ‘동환봉사’, ‘중봉집’ 등의 저서를 남긴 문장가이기도 하다.

현재 감정동에는 중봉을 사액한 우저서원이 있고, ‘중봉로’라는 김포의 중심도로명도 있다. 또,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김포문화제’가 ‘중봉예술제’라는 이름으로 개최되기도 했고, ‘중봉문학상’이 제정돼 운영될 만큼, 중봉은 김포에서 손꼽히는 인물로 이에 걸맞는 대접을 받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시인 한하운은 나환자로서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 지금은 장릉공동 묘지 한구석에 초라하게 누워 있다. 오늘도 쓸쓸한 무덤가에는 새똥으로 얼룩진 ‘보리피리’라는 시가 적혀 있는 작은 묘비만 서 있을 뿐,  찾는 이마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한산하다.

‘보리피리’ 이외에 ‘파랑새’라는 시도 우리에게 많이 알려져 있지만 문둥병이라는 천형 같은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 채 불우한 삶을 고독하게 살다간 시인은 우리의 기억 속에서 잊혀 가고 있다. 그의 문학적 세계는 순수한 자연의 게송이자 자신의 삶의 상처와 고독을 자연과의 교감을 통해 한 차원 승화된 삶의 숨소리를 오래도록 들려주고 있다.

자식마저 없는 한하운은 나환자라는 이유로 제자들마저 없어 그를 위한 기념 사업회 같은 것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그나마 그가 병고를 치르던 소록도에 남아 있는 그의 시비와 그와 가장 친분이 있던 최절로 시인의 기억,   출판사를 경영하는 한 시인이 그의 이름을 빌어 제정한 ‘한하운 문학상’이  위안이 될 뿐이다.

필자는 2006년 9월 김포신문을 통해 한하운 시인의 묘소 재정비와 낙향한 중봉선생이 낚시를 드리우던 감암포를 문화유적으로 가꿀 것을 건의한 바 있다. 하지만 그 이후 관계자들의 움직임이 없다 최근 한하운 시인의 문학적 정신을 기리기 위한 새로운 작업이 추진되고 있어 매우 고무적이다.

21세기를 문화의 세기라고 하는 점에서 보면 한하운 시인의 묘소가 김포에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가치 있는 문화유적이다.

 많은 예산 투입보다는 적은 예산으로도 차별화된 시인의 문학적 가치관과 시에서 추구하는 정신과 소재, 감정 등을 잘 조화시켜 한하운 시인 정신이 김포의 도농 복합적 기능에 적절히 조화되는 구상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장릉공원 앞길 명칭을 ‘한하운 길’로 제정하는 것도 괜찮은 일이다. 돈 들이지 않고 가장 쉽게 추진할 수 있는 도로명 제정은 시 관계자들의 관심에 달려 있다고 본다. 중봉은 이미 ‘중봉로’가 있으므로 이점 을 감안해 개명을 추진하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김포문학상’도 이제는 ‘한하운문학상’으로 바꾸어 시상함이 타당하다고 본다. 기존에 문학상을 시상하고 있는 분과 양해가 되지 않는다면 ‘한하운 시문학상’으로 명칭을 개명하면 될 것이다. 지금 한하운 문학상은 시와 소설, 평론 까지 시상하고 있는 점이나 대상, 최우수상, 본상 등으로 상의 크기만 남발하는 운영자들의 문제점이 있어 이를 바로 잡기 위해서는 오히려 한하운 시문학 상으로의 개명을 통해 한하운 시인의 문학정신에 누가 되는 일을 차단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에 반해 중봉선생을 기리는 중봉문학상 실시는 한번쯤 재고가 필요하다고 본다. 중봉선생은 문재로서 기량은 충분히 인정하나 중봉은 의병장으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위인인 만큼 그를 굳이 문학인으로 내세울 필요는 없다.

충무공 이순신도 시조나 난중일기를 보면 문학적 가치를 부여할 수 있고, 퇴계나 율곡도 퇴계문학상이나 율곡문학상을 제정하여야 하겠지만 아직까지 그렇게 시상하지는 않고 있다. 이는 다시 말해서 한사람의 업적을 기림에 있어 여러 가지를 다각적으로 부각시키는 일보다는 한 가지 이미지를 크게 살리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중봉 정신을 더 선양하기 위해서는 ‘중봉애국상’ 또는 ‘중봉군인상’이 더 적합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아무튼 고호의 작품이 그의 사후에 예술적 가치를 더 높이 평가받았다는 점을 생각하면 한하운도 그의 사후에 제대로 문학적 가치를 평가받도록 하는 일은 김포시민 모두의 일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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