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철(서울시립대 명예교수·본지논설위원)

경제학자란 경제학을 연구하고 가르치며 생활해가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이들은 수많은 경제현상을 연구해 이론을 만들기도 하고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자기 지식을 토대로 제안하기도 하며 때로는 평가하거나 비판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경제에 대한 자기 나름대로의 예측도 한다. 그런데 경제변수가 너무나 많고 그들 사이의 관계 내지 상호 작용이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경제현상을 쉽고도 명쾌하게 이해하거나 설명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경제학의 모든 이론은 여러 변수들 간의 복잡한 관계를 다 고려할 수 없기 때문에 단순화가 불가피할 뿐 아니라 반드시 가정을 통한 전제가 필요하게 된다.

그러므로 모든 경제이론은 일정의 조건 속에서만 유효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경제 현상들은 너무나 복잡다기할 뿐 아니라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계속 변화무쌍하게 움직이고 있으니 어떤 경제이론에 기초한 경제정책을 강구한다 해도 제대로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오늘날 지구상에 수많은 경제학자가 활동하고 무수한 이론을 쏟아내고 또한 정부정책에 직접 간접으로 관여하고 있지만 경제문제는 속 시원히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일찍이 칼 마르크스는 그의 유명한 저서인 “자본론”을 통해 자본주의는 필연코 멸망할 것이라는 이론을 폈고 2차 대전후 일본경제학계는 마르크스 경제학이 주류를 이룬 적도 있었으나 오늘날 그가 이상향으로 삼은 사회주의는 지구상에서 거의 사라지고 말았지만 자본주의는 명맥을 유지하고 있으니 마르크스는 커다란 오판을 한 셈이다.

한편 존 케인스는 유명한 “유효수요 이론”을 창안 마르크스와는 반대로 자본주의경제를 국가가 현명하게 관리한다면 균형적인 성장발전을 할 수 있다고 진단했는데 그의 이론은 2차 대전후 선진국 경제를 고도성장으로 이끄는데 크게 기여했지만 1970년대 이후부터 선진국들은 선진국들대로 개발도상국 들은 그들대로 애로에 봉착했을 뿐 아니라 한 때는 케인스 경제학은 죽었다라고 까지 했었다.

 일부의 학자들은 케인스 경제학이 낭비의 제도화를 불러 자본주의 경제를 위기로 몰아넣는다고 비판하는 학자들 까지 생겨났다. 그런가 하면 근래에 와서는 많은 경제학자들이 개방화와 세계화만이 세계경제를 살리는 길이라고 외쳐대 그들의 말대로 선후진국들이 개방과 세계화를 추진했지만 우리를 포함한 중진국들은 1997년에 혹독한 시련을 겪은 것 역시 경제학자들의 오판에서 비롯되었다고 하겠다.

이상은 경제이론 상의 오판에 대한 예를 살펴본 것이나 우리나라 경제발전과정에서 나타난 경제학자들의 오판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오판의 예로 1960년데 후반에 경제학자들 간에 매판자본 논쟁이 뜨겁게 불붙은 적이 있었다.

그 당시 매판자본론을 주장한 학자들은 외국자본과 기술을 도입하여 경제발전을 하는 정책에 대해 강력히 반대하였는데 그 논거는 외국자본과 기술을 도입한 기업들은 결국 선진국 자본에 예속 내지 종속됨으로써 국가경제발전에 결코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더군다나 그러한 경제발전전략은 우리 경제의 위상을 변방경제로 전락시킬 뿐 결코 세계경제의 중심 국가는 될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 보면 그들의 주장은 완전히 잘못된 것이었다. 지금 우리 경제규모와 무역 규모는 세계 10위에 육박할 정도가 되어 중심국가가 되었으며 삼성전자와 LG전자만 해도 주요 제품에 있어 세계 1위를 차지할 정도가 되었고 현대자동차도 당당히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돋움하였다. 뿐만 아니라 이들 기업은 당당한 다국적 기업으로 성장하였다.

지난번 외환위기 직후에는 경제학자들에 대한 따가운 시선이 있었다. 도대체 경제학자들은 경제가 이지경이 되도록 무엇 하였느냐. 심하게는 경제학이 필요 없는 학문이 아니냐고 하는 비아냥까지도 있었다.

 노벨 경제학상을 거의 휩쓸다시피 하여 세계에서 경제학이 최강임을 자랑하는 미국에서 마저도 이번과 같은 금융위기에 속수무책이었으니 경제학자들로서는 할 말이 없다. 아무리 고도의 경제이론을 많이 만들어낸들 현실 경제문제의 해결에 별 도움을 주지 못한다면 그것은 허구에 지나지 않는다.

현대 경제학은 정교한 모델(이론)을 만드는데 열을 올리고 있으며 그러한 모델을 잘 만드는 사람이 훌륭한 경제학자로 평가받고 있을 뿐 아니라 경제학자로 살아남게 되는데 정교한 이론을 만들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경제의 흐름을 잘 파악하고 경제의 앞날을 잘 헤아릴 줄 아는 그러한 경제학자들이 많이 배출되는 것이 더욱 중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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