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인적자원부의 공교육 내실화 추진기획단(단장 최희선 차관)은 지난 18일 “공교육 진단 및 내실화 대책""을 발표하였다. 그 내용 가운데 일선 학교의 주목을 끄는 것은 과외 수요 흡수를 위해 “학생을 위한 별도의 교육 프로그램을 교원, 학생, 학부모의 합의와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학교장이 자율적으로 실시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이다. 즉 방과 후 교육 활동 또는 교과 관련 특기 적성 교육을 자율화하기로 한 것이다.
과외수업 부활 때 늦은 감

프로그램 내용, 시간, 수강료, 강사 선정 등이 학교 자율에 맡겨져 사실상 보충 수업도 가능하다고 일선 학교에서 해석하고 있다.
이와 같은 조치는 두 말할 것도 없이 공교육을 정상화 시키기 위한 것이다. 그 동안 학교에서 보충 수업을 못하게 함으로써 학교 수업이 끝나기가 무섭게 학원으로 달려갔으므로 학교는 학원에서 내주는 숙제나 하는 곳으로 되어버렸다. 그러자”공교육이 무너지고 있다"" 는 비판의 소리가 높아지고 학부모들의 요구가 빗발쳐 일부에서는 특기 적성 시간을 편법 운영하여 대입 보충 수업을 하기도 했다.
이같은 교육인적자원부의 발표는 그동안 경직되었던 학교 보충 수업에 숨통을 트는 조치로 받아들여져 학부모들과 학교, 학생들은 대체로 환영하고 있다.
학교 보충수업은 대학 입시 제도가 있는 한 대입 준비를 위한 지도를 사교육에만 맡길 수 없는 것이기에 필요한 것이다. 학교의 자율에 맡기되 학부모의 의견을 수렴하여 실시하도록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적 요청이다.
이미 각 학교들이 고육지책으로 전국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일을 금지한다고 해서 막을 수 없다는 일이며 더우기 명문 사립학교들은 교육인적자원부의 금지 방침에 따르지 않고 사실상 벌써부터 실시해왔기에 더욱 그렇다.
이른바 명문 사립고등학교 가운데는 대입 준비를 위하여 학교 기숙사 생활을 시키면서 지도 하고 있는 학교도 있다. 본인도 학교에 기숙사를 지을수만 있다면 지어서 학생 전원을 기숙사 생활을 시키면서 대입 공부를 시키고 싶은 심정이다.
학교에서 보충 수업을 본격적으로 하게 되면 먼저 선생님들의 부담이 크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근무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교육은 학생들의 입시에 대한 책임을 더욱 지게 되면서 제자리를 찾게 될 것이다. 사실 인문계 고등학교는 대입을 위한 준비 학교인 셈이다. 이같은 역할을 외면하면 그 학교는 학부모와 지역사회로부터 기피 대상이 된다.
대학입시 전공별 특성 둬야

보충 수업으로 학부모들의 막중한 사교육비 부담이 줄어들 것이다. 그리고 학생들이 학교와 가정으로만 오감으로써 밤거리에서의 청소년들에게 유해한 요인도 상당히 제거될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현행 대입제도는 고쳐야 할 점이 많다는 생각을 금할 수 없다. 대학은 한 분야에서 전문인을 양성하는 교육기관이어야 한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대입 시험 과목을 너무 많다. 고등학교 교육 정상화를 위하여 고등하교 내신 성적을 대학 입학 선발에 반영하니까 입시 과목은 대폭 줄여 대학 전공 과목과 관련이 있는 교과만 선택적으로 입시를 보게 해야 할 것 같다.
예를 들면, 미술과나 음악과에 진학할 학생에게 어려운 수학이나 과학 과목의 입시를 치러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는 것이다.
학부모들도 대학 진학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야 하겠다. 무조건 대학에 보내야 한다는 생각을 과감히 버리고 공부에 흥미가 없는 학생은 일찍부터 학원에 보내어 다른 기술을 배우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인문계 고등학교에서도 진로지도를 강화하여 일정한 학력 수준 미달로 학력 향상을 보이지 못하는 학생은 역시 과감히 취업반에서 공부하게 해야 한다. 이는 학부모들의 바뀐 인식이 전제가 되어야한다.



본인은 인문계 고등학교장으로서 전체의 분위기를 위하여 무조건 대입 보충 수업을 받게 하여야 할 것이가에 대하여는 갈등이 많다. 그러나 학부모님들의 현실적이지 못한 자녀에 대한 기대를 바꿀 수 없어 안타까을 뿐이다.
본교는 우리 나라가 태권도 종주국이고 태권도가 국가 금메달 박스이기도 하므로 태권도부를 창단하여 특기로 대학에 진학할 수 있도록 뒷받침 해 주고 있으며, 한국연극인협회와 대학연극영화과 교수협의회가 선정하는 연극 교과 개설학교가 되어 이 계통의 대학에 진학할 수 있게 뒷받침도 하고 있다.
이렇게 고등학교가 여러 방면의 특기 신장의 길을 열어 그 특기로 대학에 진학할 수 있게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대학에서도 입학 전형 방법을 다양화하여 수능 성적 위주의 현행 입시제도를 바꾸는데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이것이 한국의 미래를 밝게 하는 교육 정상화의 길임을 필자는 확신한다.
/사우고등학교장·본지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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