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술은 구리ㆍ납ㆍ주석 따위의 비금속을 금ㆍ은과 같은 귀금속으로 제조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늙지 않는 영약까지도 만들려고 덤볐던 미개한 화학 기술을 말한다. 고대 이집트의 야금술과 그리스 철학의 원소 사상이 결합한 미신인데, 물질적 욕심에 현혹된 사람들로 인해 근대 화학이 성립하기 전까지 천 년 이상 시도되었다. 동양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었다.고대 이집트에서 시작된 연금술은 십자군 원정을 거치며 이슬람을 통하여 중세 유럽으로 전해졌다. 당시 ‘금’은 부와 명예를 가져다주는 매우 희귀한 보석으로 인식되었고, 나아가 영원한 생명까지
이 창간된 지 32돌을 맞았다. 요즘처럼 SNS가 발달하고 종이매체가 업신여김을 받는 시대에 서른 살을 넘기며 버티고 살아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대단하다. 더구나 최근에는 정론지로 인정하는 긍정적 반응이 상당하다는 사실이 고무적이다. 32년이라는 나이테를 단면으로 잘라서 보면 사실 온갖 애환과 굴곡 그리고 희락의 순간이 있었겠지만, 대부분은 힘들고 안타까운 순간들로 채워졌을 것이다. 그래서 생존보다는 사멸의 선택을 유혹받은 극단적 경우도 있었고 또 앞으로 그럴지도 모른다.나무는 어려운 생장기에 더 조밀한 나이테를 만든다
16세기 영국 남부에서 시작해서 18세기 영국 국기가 되고 19세기에 전 세계로 뻗어나가 인기 스포츠가 된 크리켓 cricket이 있다. 복잡다단한 크리켓을 미국식으로 단순화한 경기가 야구이다. 20세기 미국은 번영하는 국력을 기반으로 많은 나라에 선교사들을 파송하면서 의료와 교육시설을 풍성하게 지원했다. 선교사들은 지성과 덕목의 함양과 더불어 체력 육성을 위해 스포츠를 제공하면서 베이스 볼을 들여갔다.선교사들이 소개한 베이스 볼 baseball은 한 팀 선수 숫자가 9명이다. 공을 던지는 투수, 받는 포수, 1루수, 2루수, 3루
사람이 겪는 큰일은 네 가지가 있다. 나고, 아프고, 늙고, 죽는 일. 무릇 자연에서 생명을 가진 물체들은 예외 없이 겪는 일이다. 말하자면 생물의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래서 사람을 제외한 생물들은 이런 현상을 골똘히 생각하지 않고 그냥 받아들인다. 반면, 사람은 이런 일에 큰 관심을 두고 대책을 세워 더 행복하여지고자 노력을 기울인다. 살아가는 중에 생기는 아픔과 늙음에 대해 많은 연구를 하여 치료할 뿐 아니라 예방 의학을 발전시키고, 최근에는 잘 늙어보려는 well-aging 노력을 여러모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의학과 생명공학
한 서울시장 후보가 최근 관훈토론 클럽에 나와, “후보님, 요즘 사람들이 후보님의 단점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고 합니다”라는 사회자의 칭찬에, “아직 목계에 되려면, 멀었습니다.”라고 겸손하게 맞받았다. 깜짝 놀랐다. 거의 모든 구청장과 의회의 의원이 상대편 당 소속인데도 불구하고 1년 남짓한 시장 임무에서 호평을 받아 당선 가능성 1위를 유지하는 후보이기 때문이었다. 산전수전을 겪으면서 그는 이미 고차원적 정치 수준의 내공을 쌓았다는 생각이 들었다.목계는 나무로 만든 닭을 일컫는 말이다. “그는 목계(木鷄)이다.”와 “그는 목석(木
사람은 말하는 동물이다. 말이 흘러나와 굳어진 것이 글이다. 말과 글 즉 언어는 인간의 의사소통 수단이고 동시에 인류 문화를 만드는 원동력이다. 동식물도 의사소통은 한다지만 언어를 갖고 문화로 승화시키지는 못했다. 인간만이 말을 글로 정착시키고 이를 통해 문화를 발전시키는 선순환을 이루었다. 그런데 인간문화를 만든 언어란 도대체 어떤 것인가?최근 국회의 한 청문회가 입방아에 올랐다. 한 장관 후보자를 낙마시키기로 작심한 다수당의 입심 센 의원들이 그들의 말 때문에 의도를 관철키는커녕 화를 불러온 것이다. “이 모”를 ‘이모’로 읽고
라는 중국영화에서 주인공인 푸이(부의)는 인민의 적으로 투옥된다. 그는 평생 임금으로 대접만 받아왔으므로 죄수로 들어간 감방에서 뭘 할지를 모른다. 세수 대에서 수감자들은 앞을 다투며 씻는데 그는 망연자실한 채 우두커니 서 있다. 불과 어제까지 세숫물로 씻겨주는 시종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조금 과장하면 우리 시대 가장 노릇을 한 노인들의 모습이 이렇지 않을까 생각한다. 여전히 그를 위해 묵묵히 서비스를 계속하는 노파 아내가 있는 한, 노인들은 대접만 받으며 ‘마지막 황제’로 살아가게 될 것이다. ‘황제’ 위치를 마지막
한국의 정치가 불합리의 수렁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그들이 볼모로 잡은 “국민”은 황당하기 짝이 없다. 힘 있는 여당의 광기나 무기력한 야당의 속수무책은 극점에 치달아 있다. 과도기에 신구 정권이 ‘국민’을 팔면서 싸우고 있는 것을 보면, 모두가 참된 “국민”을 놓치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들이 말하는 ‘국민’은 서로 같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각자가 자의적으로 쓰고 있다. 구호와는 달리 국회라는 공적 공간에서 사익을 추구하면서 “국민”을 들먹이는 것이다. 열광의 시간을 지나면 이성이 그들에게 객관적 진실이 무엇이었나를 가르쳐 줄 것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이 시는 한국 사람들이 가장 많이 애송하는 김춘수 시인의 “꽃”이다. 지금처럼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빵이 필요하지, 무슨 얼어 죽을 놈의 “꽃” 시냐고 타박할지
십여 년 전 학부모와 식사 자리가 있었다. 나보다 대여섯 살 위인 그 부친은 뜬금없는 질문을 했다. “교수님, 자녀들에게 유산을 얼마 남기면 제일 좋다고 생각하십니까?” 갑작스러운 질문의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글쎄요. 넉넉히 남겨주면 아이들에게 인사는 듣겠지만, 얼마가 좋을지는 감이 잘 안 오네요. 근데 저는 물려줄 것이 별로 없거든요. 내친김에 남기지 않는 것을 옳다고 주장할 작정입니다.” 내 얘기를 찬찬히 듣던 그는 이야기를 이었다. “친구들끼리 한 얘긴데요. 빚 삼천오백만 원이 가장 적절한 유산이라는데 모두가 동의했습니
구약성경 『창세기』 1장에는 천지 창조 이야기가 나온다. 하나님이 태초에 천지 만물을 창조하고 난 뒤 마지막으로 인간을 자신의 형상을 본떠 창조했다고 한다. 창조된 세계는 재능 상 하나님(상), 사람(중), 사물(하)로 배치된 삼 단계의 모습이다. 이 단계는 지·정·의의 완성도라는 측면에서 본 우열의 층위이기도 하다.고대철학에서는 이것을 근거로 지성의 유출설(신의 속성이 인간을 거쳐 사물에까지 전달된다는 이론)을 주장하기도 했다. 즉, 신의 초월적 지성이 인간에게 투영되면 인간 지성으로, 일반 사물에 다다르면 저급한 물질의 인식으로
최근 대학에서 인문학은 찬밥 신세이다. 인문학도는 구직자리에 여지가 없을뿐더러 공부 내용이 자격증 취득이나 면허증 획득과는 거리가 멀다. 청운을 꿈꾸며 대학을 들어온 문과생은 이런 사태를 직면하고는 부모님께 “문송하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라는 변명을 한다.그래서 취업을 위해 전공 불문하고 코딩이나 통계 또는 캐드 등과 같은 기법을 익히는 것이 현재 추세이다. 인문학만 그런 것은 아니다. 수학이나 물리·화학 같은 이과의 기초과목도 학생들의 선호도에서 밀려나 있다. 바로 써먹을 수 있는 컴퓨터를 비롯한 공대의 실용 과목을 당장 추천하
봄은 희망의 상징이다. 해서 음악가들은 다채롭게 봄을 노래했다. 멘델스존(무언가 ‘봄의 노래’), 베토벤(바이올린 소나타 ‘봄’), 슈만(교향곡 ‘봄’), 모차르트(현악사중주 ‘봄’), 스트라빈스키(발레곡 ‘봄의 제전’), 글라주노프(오케스트라 ‘봄’) 등등.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봄 처녀’(홍난파 곡, 이은상 시), ‘봄이 오면’(김동진 곳, 김동환 시) 등은 봄이면 사람들이 입에 달고 사는 단골 노래이다.이처럼 봄을 희망의 절기로 상징화하는 것은 얼어붙은 메마른 겨울 대지가 만물의 약동으로 새로운 생명력을 되찾기 때문이
지난 2회에 걸쳐 드론의 조작과 자격시험의 내용을 대강 살펴보았다. 아직도 독자에게는 드론이 활용될 미래가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다른 한 편으로는 드론이 날아다니는 사회가 후다닥 닥치지 않을까를 염려한다. 최근의 예측 보도나 정부의 정책을 살펴보면 2, 3년 안에 드론이 일상화되는 상황을 가상한다. 드론 인력을 수만 명으로 조기 예측하는 정부에 뒤질세라 드론 조종에 관심을 두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한국교통안전공단 드론 시험은 응모자들이 몰려 시험 날자 잡기가 어렵다.드론 활용의 이런 과열된 붐에 대해, 개인이나 단체가
이제 드론 조종을 이해하기 위해 초경량비행장치(무인멀티콥터) 1종 조종자 자격 실기 코스를 섭렵해 보자.우리 앞에는 반지름이 7.5m인 원과 6, 9, 12, 3시 지점 및 복판 지점 그리고 12시를 지나 32.5m 앞에 1m 짜리 원뿔에 수술이 달린 라바콘이 있다. 각각을 , , , , 라고 부르자.비상착륙장은 와 의 직각 교차점에 있고, 라고 부른다. 지금 드론은 에 정지해 있다. 조종자는 조종기를 들고 에서 7.5m 뒤에 있는 조종자 위치에 서 있다. 제1코스: 이륙 전
지난 1여 년을 무인기 조종을 배우며 보냈다. 정확하게 말하면 2020년 12월 14일부터 2022년 2월 18일까지 14개월 4일 동안 매일 고촌읍에 있는 ㅇㅊㄴ드론교육원에 나가 무인기를 배웠다. 점심 도시락을 싸 들고 아침부터 오후까지 조종을 배우며 쉬는 시간이면 컴퓨터 모니터 앞에서 모의연습(시뮬레이션)으로 시간을 보냈다.앞서 11월 7일에 통과한 이론시험을 위해 공부한 2개월을 합하면 총 18개월 동안 무인기에 빠져 산 셈이다. 그 사이에 기초과정 1종 면허증 취득시험을 3번 치고, 교관과정 시험을 2번이나 거쳐, 실기평가과
2008년 광우병 사태가 있었다. 당시 수입한 외국산 소고기가 광우병에 걸려 그것을 먹으면 뇌에 구멍이 숭숭 뚫리며 갑자기 숨지는 괴질에 걸린다는 소문이었다. 그 소문을 방송사는 노골적인 사실로 송출하고 있었다.광우병 진원지는 영국이라고 했다. MBC는 이 사실을 보여주느라 소가 나자빠져 허우적대는 장면을 생생하게 내보냈다. 한우 농민단체가 가세하면서 외국산 소고기 수입은 매국 행위를 넘어 살인 행위로 치부되었다. 동물학자나 의사들의 반론은 아예 씨알이 먹히지 않았다. 그 분위기의 험악함은 그야말로 광적이었다.하루는 동료 교수 둘과
인간의 지식은 지나온 자취(데이터)를 쌓아 온 덕택이다. 쌓는 일은 그 자체로서 발전해 왔고, 쌓는 일 즉 기록은 인간을 인간 되게 한 고유 특성이다. 그러나 기록이란 소멸도 되고 변조도 가능하므로 표준이 되는 원래 장부를 제대로 보관하는 일이 소중하였다. 해서 모든 공공기관의 원장(原帳)은 본부의 비밀창고에 보관하고 특정인에게만 관리를 맡겼었다.그러나 최근 들어 기록의 전산화와 일반인의 알권리 요구의 증대로, 원장의 소중한 취급은 보장하기 어려워졌다. 게다가 해커의 등장으로 원장의 변조 가능성은 증대되었다. 설상가상으로 거대한 금
세상이 시끄럽다. 온갖 사람이 나서서 자기가 아는 것을 있는 대로 떠들어 대기 때문이다. 못나고 힘없는 사람들은 찍소리도 못하고 수난을 당하고 있다. 난세이다. 돌아보면 난세가 아닌 적이 있었나. 그런데도 결국 사람들이 신뢰하는 것은 난세를 통과한 보편적 진실이다. 허언이나 호언장담 혹은 요설에는 없지만, 진리를 머금은 참말이 가진 조건이 있다. 대표적인 두 가지만 생각해 보자. ‘나는 안다’라는 뜻은, 첫째로, 나는 내가 말하는 것이 세상에 있는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뜻이다. 이때 이 앎은 내가 말하는 명제(문장)와 그 명
아내는 거의 매일 도내에 사는 딸과 카톡 전화로 온갖 수다를 떤다. 처음에는 나를 불러 통화를 시작하더니 이제는 통 사정을 해야 겨우 대화에 끼워준다. 영국에 있는 아들과도 사흘이 멀다고 통화를 하는 아내는 손주의 근황을 실시간으로 챙긴다. 기억컨대 아들과 딸이 내게 직접 통화를 시도한 경우는 거의 없고, 저네 엄마와 통화가 안 될 때 수소문 차원의 전화가 고작이다. 그것도 횟수는 다섯 손가락 안이다. 수년 전으로 거슬러 가도 기억되는 나와의 대화는 등록금 송금 요청 정도가 전부이다. 반추해 보면 섭섭하다 못해 괘씸하다는 옹졸한 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