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화 ①

▲ <김희저 작>
- 김 희 저 作

● 작 가 약 력

56년 전북 익산 출생
95년 세계일보 신춘문예에
소설 ‘엇모리’로 등단

몇 년 전, 마당에 매화나무를 심었습니다. 가지를 뻗고 잎만 무성하게 자라던 매화나무는 작년에 처음으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었습니다.
올해는 작년보다 더 많은 매화꽃이 피었고 매화나무는 꽃을 피우기 위해 겨울에도 쉬지 않고 물을 길어 올렸습니다. 가지마다 눈이 소복이 쌓였는데도 분홍색 꽃망울을 매달고 있었어요. 방울방울 맺혀 있는 꽃망울들이 눈과 어울려 그대로 설중매가 되었습니다. 부드러운 바람이 스며들더니 이윽고 꽃이 하나둘씩 피어났습니다.
오늘은 마당에 돋아난 별꽃나물과 광대나물과 솔이끼를 호미로 뽑았어요. 그때, 바람을 타고 휘날리는 매화 향기가 어찌나 감미롭던지요. 능히 사군자의 품격에 모자람이 없습니다. 왜 꽃향에 ‘기(氣)’라는 말을 붙였는지 알 것 같습니다. 천만금을 주어도 매화꽃이 발산하는 향기를 인공으로 만들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초등학교 6학년인 막내는 매화 향기가 달콤하다고 합니다. 벌들도 그 달콤한 향기를 맡은 것일까요? 어디서 날아왔는지 꿀벌들이 꽃들을 옮겨 다니며 수정을 해 줍니다. 마당에 매화나무 심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꽃의 연분홍 이파리나 향기 외에 덤으로 벌들의 군무를 볼 수도 있으니까요. 집 옆에 있는 터에도 세 그루의 매화 나무가 더 있습니다. 밤나무 그늘에 가려 마당에 있는 나무만큼 꽃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청매화, 홍매화가 각각으로 피어나지요.
올해 설탕 절임을 해서 숙성시켰다 매실 주스를 만들어 먹을 수도 있지요. 매실 주스는 가벼운 복통에도 좋고, 생수로 희석해 얼음을 띄워 백설탕에 재워놓고 한 달이 지나면 제대로 숙성이 됩니다.
매실주는 항아리에 담급니다. 30도짜리 과실주용 소주로 담가 밀봉해서 그늘에 둡니다. 한 달이 지나면 술을 거르고, 거기에 또 30도짜리 술을 부어 재탕을 합니다. 또 한 달을 기다려 술을 거릅니다. 재탕한 것과 원액을 섞어 커다란 유리병에 넣고 숙성을 시킵니다. 처음에는 노랗던 액체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갈색으로 짙어지고 맛도 깊어집니다.
술을 한 모금도 못하는 남편은 제가 매실주를 마시고 입맛을 다시며 ‘아! 맛있다’하고 말하면 신기해 합니다. 저는, 많이는 못 마시지만 혼자서 야곰야곰 마시는 애주가입니다. 매실주를 마실 때는 매실주가 제일 맛있고, 진달래로 담근 두견주를 마실 때는 두견주가 제일 맛있다고 말합니다. 술의 재료는 철따라 지천으로 널려 있지요. 들큰한 향기 푹푹 찌르는 아카시아 꽃 술, 와인에 비길 바 없이 빛깔고운 산딸기 술, 겨울의 송엽주, 봄의 송순주, 송화주, 여름의 송실주, 이렇듯 요긴한 술 재료들이 저를 즐겁게 해줍니다.
다음호에 계속
<이번주부터 소설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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