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문수의 미술이야기 - 4


최문수
공공미술가.
설치미술가.
김포미술협회 자문위원.
경기도미술협회 공공미술분과 위원장.
김포공공미술발전소 대표.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졸업


지난 시절 바지나 옷이 헤지거나 양말에 구멍이 날 경우 일일이 기워서 입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현재 40대의 나이만 하더라도 대부분 그런 경험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때만 하더라도 옷이라는 것은 추위를 피하고 부끄러운 곳을 가리는 역할에 불과 했지만 그래도 옷을 고를 때면 본인의 취향에 맞는 색과 디자인을 선택하고 은근히 자신의 맵시를 자랑하며 남들이 봐주기를 기대하곤 했었던 것 같습니다. 그 후 생활이 조금씩 윤택해 지며 옷을 기워 입는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 되고 말았고 헤지지 않은 옷들도 유행이 지났다면 과감히 벗어던지는 시절이 왔습니다. 즉, 옷은 이제 더 이상 추위를 피하는 단순 역할을 벗어나 패션이란 용어로 생활 속에 자리 잡으며 트렌드에 뒤쳐지지 않으려 수많은 잡지를 보며 자신만의 새로운 감각을 키워 나가는 것이 우리의 일상 생활 속에 자리 잡게 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집안 꾸미기는 어떤가요? 한때 가구와 소품이란 것이 변변찮고 소형 TV와 냉장고가 집안 재산

정명교 2009 <김포 계양천변 산책로 벤치>
목록 1호를 다투던 시절에도 작은 공간을 보다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이리저리 가구를 옮겨보곤 했었습니다. 지금은 실내 인테리어라는 분야가 새로 생길 만큼 공간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집안의 모든 가구와 가전제품들이 생활의 편리성과 함께 쾌적하고 아늑한 우리 집만의 고유 특색을 살리기 위해 가구와 소품들을 배치하고 있습니다.또한 벽면에는 미술작품 한 두 점씩은 꼭 걸려 있기도 합니다.
한마디로 우리 일상의 모든 것이 아름다움과 편리함을 추구하며 재구성되고 있으며 나만의 취향에 맞는 독특한 생활환경 구성을 위해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 것을 아까워하지 않는 것입니다. 가정이나 식당에서 음식을 담는 그릇이나 접시도 예외는 아닐 것입니다. 어디 개인과 가정뿐일까요? 주변 상가의 간판 또한 크게 눈에 잘 띄게만 하고자 했던 것이 정부의 시책과 맞물리며 주변 환경과 어울리는 개성 있는 간판이 어느새 도시전체를 뒤덮고 있으며 공원의 벤치, 가로등, 버스정류장 등 생활하는 공간의 모두가 실용성과 함께 아름다움을 담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미술은 우리들의 삶속에 깊숙이 자리 잡으며 ‘디자인’이라는 용어로 생활 속의 미술로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패션 감각이 없어서, 나는 뭘 몰라서 등의 말로 생활 속의 미술을 외면하려는 경향이 매우 많습니다.
미술은 본인의 삶을 풍족하게 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토록 깊숙하게 자리 잡은 생활미술을 보다 새롭게 즐기고 느끼며 아름답고 윤택한 삶을 위해 어떠한 노력이 필요한지 새삼 궁금합니다.

생활미술은 감상만으로 그치는 순수 미술과는 구분되는 상업적인 미술에 가깝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미술관에서 작품을 관람 할 때 작품에 대한 사전 지식을 가지고 관람 한다면 아무런 지식 없이 작품을 접할 때 보다 새로운 감동을 느낄 수 있는 것처럼, 생활에서 필요한 소품 등을 구입할 때 잡지나 기타 매체를 통해 사전에 감각을 얻듯이 모든 분야에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으로 자신만의 취향과 감각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개인의 취향은 각각 다르지만, 자신만의 취향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 분들을 위해서, 적절한 생활 속 미술, 즉 개인적인 디자인의 척도를 간단히 세 가지로 구분해 보았습니다. 첫 번째로 통일감입니다. 집안의 가구도 패션도 일관된 맥락을 지녀야 산만함이 없기 때문일 것이고 두 번째로는 변화입니다. 모든 것들이 통일성만 지니고 있다면 너무나도 지루하고 답답함을 줄 수 있기에, 산만하지 않은 범위에서의 적절한 변화를 주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것을 아우를 수 있는 근본적인 주제라 할 수 있겠습니다. 왜냐하면 선택과 결정에 있어서 정해진 기준이 있어야 통일성도 변화도 설득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미술을 모른다 생각하지마시고 모두 생활 속의 미술을 즐기며 풍요롭고 아름다운 생활을 즐기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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