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문수의 미술이야기 - 2





최 문 수

공공미술가. 설치미술가.
김포미술협회 자문위원.
경기도미술협회 공공미술분과 위원장.
김포공공미술발전소 대표.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졸업.




미술이 자신의 부와 권력을 과시하는 수단으로써 이용되었던 때에는 일반인들이 전시장 문턱을 넘기가 쉽지 않았으며 또한 미술 작품에 관심을 갖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그러나 오늘날의 미술은 그 위치가 달라졌다. 국민소득의 향상과 함께 사람들의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대형 미술관에서 주최하는 큰 규모의 전시회는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붐비며, 많은 사람들이 작품을 관람하기 위해 기꺼이 줄을 선다. 미술인으로서 이와 같은 현상에 박수를 보내야 함이 마땅하겠지만 과연 그들이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작품관람을 하는지 의구심을 갖게 된다. 단순히 표 값을 지불하고 미술관에 가는 것과, 능동적으로 전시를 감상하는 것은 다르다. 따라서 미술관의 문턱이 낮아지는 현상과 발맞추어 관람자들도 올바른 감상태도를 지녀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하동철 <Fells of Light> 1980
작품을 감상하는 올바른 태도는 미술작품의 성격을 규명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몇 년 전 고교 동창생과 미술관에서 작품을 관람하던 중 한 친구가 이런 질문을 했다. "벽지와 이 작품의 차이가 뭐냐?" 그의 질문은 즉, 집에 있는 벽지를 오려다가 액자에 끼워 걸어 놓으면 별 차이가 없을 것 같다는 뜻이었다. 뻔한 대답이 되겠지만, 단순히 조형적으로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다고 해서 작품과 벽지가 같은 취급을 받을 수는 없다. 지난번에 기고했던 글에서도 말했듯이, 현대의 미술작품이란 눈앞에 있는 결과물뿐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의미를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그리고 그 중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작가의 의도이다. 벽지를 생산하는 과정, 도배공이 시멘트벽에 벽지를 바르는 과정에는 예술성이 없다. 그 이유는 이 행위의 주체들이 자신들의 행동을 예술로, 또는 미술로 규정짓지 않기 때문이다. 같은 선상에서, 어떤 작가가 인테리어 현장에 직접 들어가서 자신이 생산과 도배라는 '퍼포먼스'를 한다고 가정한다면, 이것은 행위예술이라는 하나의 미술 장르에 속하게 된다. 그리고 그 행위예술의 결과로 생산된 벽지와 도배된 벽은 이 예술 행위의 결과물 혹은 기록물로서 가치를 갖고 남게 되는 것이다.(사진이라는 매체로 기록하기도 한다.)

위와 같은 미술의 정의가 다소 난해하게 느껴진다면, 미술품의 '원본성'이라는 성격을 통해서 작품 감상

 레오나르도 다빈치 <모나리자>
의 출발점을 찾을 수도 있다. 평범한 교육과정을 이수한 사람이라면,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가 대충 어떻게 생긴 그림인지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루브르 박물관의 '진짜' 모나리자 앞은 발 디딜 틈 없이 붐빈다. 진짜 모나리자가 사람들에게 치어가면서까지 감상할 가치를 가지는 이유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손길과 그것이 지나 온 오백 년이 넘는 세월 그 이상의 것들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루브르박물관에 방문하는 사람들은 수천 점이 넘는 모나리자의 모조품이 그들의 눈앞에 있는 원본과 같은 가치를 갖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빽빽한 사람들의 어깨 너머로 가로 50cm, 세로 70cm의 작은 회화 작품을 보면서 감탄하고 놀라워하며 감동받는다.

즉, 작품을 감상하는 태도의 기반은 작품을 감상할 때, 눈앞에 보이는 형태와 색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미술이라는 장르의 성격과 내가 보고 있는 작품의 사전 정보에 대해 어느 정도 알아야 한다는 데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이렇게 작품의 내용과 시대적인 배경이라는 지식적인 부분을 채우는 것에만 급급하다 보면, 미술작품 감상이 숙제처럼 느껴져 싫증이 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의 배경과 작가의 의도의 이해를 강조하는 것은, 겉보기에는 보잘것없어 보일지 모르지만 그 내용은 절대 하찮지 않은 소중한 작품 앞에서 함부로 '이까짓 거 나도 할 수 있다'고 내뱉는 이들에게 하는 말이다.

예전과 달리 오늘날에는 수많은 매체에 의한 다양한 전시 소식을 쉽게 접할 수 있기에 작가와 작품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충분히 파악한 후 관람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그저 형식상 전시관람을 할뿐 작품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진 못하는 것이 일반인들의 관람 태도이고 안타까운 현실이다.

작품 감상은 일상 풍경 보듯 그저 바라봄으로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고 미술작품에 대한 흥미를 가지고 접근해야하며(굳이 흥미롭지 않은 작품에는 관심을 갖지 않아도 됨) 역사적, 사회적 가치와 의미를 생각하며 관람해야 보다 큰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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