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고등학교 2학년 여학생입니다. 참.......어째 지금까지 친한 친구 한명 못 사귀었네요. 친구 못 사귄 것보다 더 큰 고민이 있어서 전화를 했어요.
담임선생님과의 문제인데요. 친구들은 무리를 지어서 급식소로 가는데 나 혼자 가는 모습을 들켜버린 것이 너무 싫고 그 순간에는 당황해서 얼굴 빨개지고 심장 쿵쾅쿵쾅 뛰고 짧은 시간동안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솔직히 혼자 다니는 거 이젠 즐기고 있고 애들 앞에선 별로 두렵지가 않은데, 선생님들 앞에서 저의 이러한 모습 보여주는 것이 죽는 것보다 싫고요. 사실 담임선생님께서 제가 이렇다는 거 3월 중간부터 알아차리신 것 같거든요.
제가 강당에서 다른 애들은 시끄럽게 떠드는데, 저 혼자 시무룩하게 핸드폰 만지작거리고 있으니까 저한테만 쓰윽 오셔서 교무실 들렸다 가라고. 뭐 이런 식으로 처음엔 신경을 써 주시는 듯싶더니만. 이제는 관심이 없으신 것 같고요. 사실 저는 혼자 가는 것 보이고 나서 또 담임이 상담하자고 하면 어쩌지 하고 엄청 걱정했었는데 종례시간에 별 말씀이 없으시더라고요. 지각을 해도 별 말 없으시고 정말 속상해요.
저는 조용하고 소심한아이입니다. 덕분에 주위에서 착하다고 그러고, 또한 처음 보는 사람에 대해 낯가림이 심해요. 용기가 없어 먼저 다가가지도 못하고 약간 피해의식이 있어서 다가가기 전에 '혹시라도 저애가 날 싫어하면 어쩌지?' 라는 생각을 항상 하게 되어서 망설여지구요. 제가 어떤 아이에게 '같이 가자!' 라는 말을 했을 때 그 아이의 반응이 시큰둥하다면 상처받아서 집에 가서 우는 그런 아이입니다. 소심하지만 한번 친해지면 말이 많아지면서 갑자기 활발해지죠. 정말 저주받은 성격입니다. 특별히 제가 혼자 다니고 말을 안 한다고 해서, 애들이 절 싫어하는 건 아닌 것 같고요. 같이 다니는 친구가 없을 뿐이지 학교 밖에서는 반애들과 아는척해요. 내가 먼저가 아니라 그 애들이 먼저 아는 척 하기에 가능 한 것이고요. 생각해보면. 처음에 너무 제가 제 자신을 왕따의 길로 가게 만든 것 같아요. 급식 먹을 땐 '같이 먹자' 라는 말할 용기도 없어서 결국 밥 안 먹고 화장실에서 시간 때우고 솔직히 이런 거 저 혼자 다 참아 낼 수 있거든요? 그런데 담임선생님 앞에선 못 참겠어요. 담임선생님 앞에서 제가 혼자 있는 모습을 보일 때면 자꾸 울게 돼요. 미치겠네요. 담임선생님이 젊은 남자분이시라 그럴까요? 이런 것들도 담임선생님께 상담 드리고 싶은데 막상 남자분이시라 말도 못하겠고. 혹시라도 또 혼자 있는 모습 들킬까봐 복도도 함부로 나가지 못하겠습니다.

A. 꺼내기 쉽지 않은 내용인데 상담실을 이용하려고 한 점은 심리적으로 건강하다고 봅니다.
학생이 지금 고민하고 있는 핵심이 무엇인지 더 자세한 상담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지금 한번의 상담으로 보아 친구문제보다는 담임선생님과의 문제가 더 고민인 것으로 보이구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생의 심리적 배경을 알아야 할 것 같습니다. 상담실을 내방하여서 구체적인 자신의 문제를 알고 이해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자신에 대한 생각의 중요성을 깨닫고 생각과 기분의 연결 관계, 생각과 행동의 연결 관계, 생각과 신체반응의 연결 관계, 생각과 환경의 연결 관계를 파악하여 보고 자신의 기분을 다스릴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하여 지금의 스트레스로부터 해방되기를 바랍니다.
청소년상담실은 늘 문이 열려있는 곳이니까 언제라도 방문해준다면 대환영이랍니다. (단, 방문하기 전에 미리 전화하구요.)
주변의 친구들이나 담임선생님이 학생에게 신경써주고 말 걸어준다는 것은 그만큼 학생 스스로는 인식하지 못하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인간은 누구나 그 개인으로서의 가치를 가지고 있답니다. 또, 우리 주변에는 처음에는 낯을 많이 가리다가도 일단 친해지면 활발해지고 심지어는 푼수를 마구 떠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저주받은 성격이라고 하는 것은 자신을 더 힘들게 하는 심상이 됩니다. 자신의 자존감을 체크해보아야 하구요. 이런 문제는 한번에 치료되는 것이 아니므로 상담실을 이용하여 꾸준한 노력을 하시기 바랍니다. 스스로에게 있는 자신의 장점과 자원들을 충분히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자기 자신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한 출발점이 됩니다.
<신 화 옥 김포YMCA 상담실장 (985-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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