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해림 양곡고 교사
▲신해림 양곡고 교사

우리 반 아이들에게 공부 좀 하자고 일장 연설을 했다. 학습 분위기가 좀 느슨해진다 싶으면 하는 월례 행사 같은 건데, 이번에는 왠지 말라붙은 밥풀 같은 게 마음에 남아 굴러다니는 것 같다. 며칠을 들여다본 결과 그 찝찝한 밥풀의 정체는 ‘진짜로 모든 사람에게 공부가 필요한가?’라는 의문이었다. 그리고 또 오랜 시간을 고민한 끝에 내린 결론은 ‘예스’다.

내가 생각하는 공부는 대입이라는 허들을 넘기 위해 문제 풀이 기계가 되는 공부가 아니다. 이미 우리 곁으로 찾아온 인공지능 시대에 그런 공부는 별 의미가 없다. 진정한 공부는 삶에서 무수하게 만날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서 지식을 탐색하고, 적용하고, 새로운 답을 찾아 나가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공부는 학생들만 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다 큰 어른들도 삶에서 얼마나 무수한 문제에 맞닥뜨리는가? <교사가 말하는 교사, 교사가 꿈꾸는 교사>에서 권재원 선생님은 ‘공부하는 사람은 스스로를 진화시키는 사람이며, 공부하는 삶은 스스로 진화하는 삶’이라고 했다. 어제보다 나은 존재가 되는 기쁨, 성장하고, 성취하는 기쁨이야말로 인간이 획득할 수 있는 가장 상위의 기쁨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교육자다. 공교육 교사로서, 전문성을 갖추고 사회 구성원을 키워낼 책임이 있다. 제대로 공부시킬 의무가 있다. 공부를 놓지 않고 가장 성실한 연구자가 되어야 하는 존재가 바로 교사다. 얘들아, 선생님도 공부할게. 성장하고, 진화할게. 너희들의 삶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서야. 그리고 그게 너희가 발디딜 사회에 아주 작은 진보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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