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6회 『검피 아저씨의 드라이브』

▲박수영 책찌짝찍 독서모임 회원 
▲박수영 책찌짝찍 독서모임 회원 

검피 아저씨는 자동차를 타고 드라이브를 하기 위해 골목으로 나왔습니다. 동네 꼬마들과 동물들이 따라가겠다며 모두 자동차에 올라탔고 화창한 날씨에 기분 좋게 들판을 달렸습니다. 한참을 달리다 보니 어느샌가 비구름이 몰려옵니다. 아저씨는 차를 세우고 지붕을 씌웠죠. 내리는 비에 길은 갈수록 질퍽거렸고, 바퀴는 헛돌기 시작했습니다. “누가 내려서 차를 좀 밀어야겠다.”라고 아저씨는 말했습니다. 그러자 자동차에 탄 아이들과 동물은 ‘난 너무 늙었잖아요’, ‘난 너무 어려요’, ‘감기에 걸릴지도 모르잖아요’, ‘털이 더러워지면 어떡해요’ 저마다의 이유로 자동차 밀기를 거부했습니다. 

자동차는 점점 더 깊이 진흙탕 속으로 빠져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되자 모두 내려서 차를 밀어야 했습니다. 다행히도 차는 진흙탕에서 빠져나왔고 하늘에는 다시 해가 났습니다. 그리고 모두 무사히 드라이브를 마치고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왔죠. 너무나 단조로워 심심하기까지 한 이 이야기는 무엇을 말하고 있는 것일까요?

어떤 사람은 인생을 시계나 계절에 비유하기도 합니다. 또 유명 시인은 인생을 여행이나 소풍에 비유하기도 했죠. 존 버닝햄의 『검피 아저씨의 드라이브』에서 느낀 인생은 ‘나’라는 한 사람이 만나는 인연들과 좋은 일도 있지만 힘든 일도 겪으며 인생의 여정을 드라이브하는 그런 느낌입니다. 

요즘 100세 시대라고 하니까 100세를 기준으로 제 인생의 시간은 아직 자정이 조금 못 된 시간이고 계절로는 늦여름을 지나고 있습니다. 드라이브 중이라면 지금 어디쯤을 가고 있을까요? 

진흙탕도 한두 개쯤은 지난 것 같고 분명 해가 쨍쨍하여 맑은 날도 있었으며 가끔은 비를 피해 지붕을 치기도 했습니다. 아직 크고 작은 굴곡들이 남아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어떤 길인가’에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남은 길을 어떻게 갈 것인가’하는 것입니다. 

앞서 경험했던 고난의 길은 미리 대비도 해두고 좋은 길은 충분히 즐기며 사는 삶. 그리고 나와 함께 하는 사람들이 때로는 실망스럽게 할지라도 어려운 일을 함께하는 지혜를 발휘한다면 만족스러운 드라이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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