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숨바꼭질

                        추프랑카  

  봄은 장님 누드처럼 남아돌고 또 한 번 넘치는 반원과 반원을 맞추어 볼까요 장님의 누드는 뒷면에서 그리는 것 엉덩일 누르면 솟아오르는 초상화, 장님 초상화는 배꼽 속 손가락으로 휘저어요 색색 매니큐어 칠한 밀랍 같은 잠이 무지갤 띄울 때까지  

 

  배꼽이 불타는 숨바꼭질 품고 있어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술래의 발걸음으로 한 바퀴 돌아볼까요

 

  가만가만 걷다 보면 가지런한 눈썹 반듯한 이마 볼 코 당신의 가장 은밀한 곳 만지는 기분, 입술이군요 붉은 색, 담장 위의 빨간 꽃, 꽃 피는지 지는지 벌려봐야겠어요 스르르 수꽃술의 시간이 내 손가락 스쳐요 더듬더듬 좀 더 미끄러져 볼까요 아- 귀군요 분홍젖꼭지로 귀걸이 매단 귓불이 처지고 있군요 째까닥째까닥, 바람도 없는데 귀걸이가 흔들리고  

 

  젖이 쏟아지면 어떡하죠 어서 오세요 내 사랑 하얀 철쭉이 피어나는 젖이 펑 쏟아지면 어떡하죠 나 혼자는 감당 못해요 내 사랑 오세요 어서 지금은 열아홉 개씩 켜지는 봄, 봄

김부회 시인, 문학평론가
김부회 시인, 문학평론가

(시감상)

봄은 늘 환상적이다. 겨울이 매섭고 길수록 봄의 관현악은 다양한 음계와 풍성한 음질로 다가오게 마련이다. 봄을 기다리는 이유다. 이제 곧 목련이 피고, 철쭉이 피고, 영산홍이 필 것이며, 내 마음속 암울했던 시간이 꽃으로 환생하는 순간이 온다. 삶의 운행 섭리는 숨바꼭질이다. 존재하는데 못 찾게 하는 것과, 못 찾는 척하는 것과, 모른척하는 것이다. 마치 바람도 없는데 귀걸이가 흔들리는 것과 같은 봄의 들썩거림에 내 속의 등을 켜본다. 유채꽃처럼 환한 봄이다. (글/ 김부회 시인, 문학평론가)

(추프랑카 프로필)  

경북 달성, 2017년 <<매일신문>> 신춘문예로 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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