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현봉 법무부 부천보호관찰소장
윤현봉 법무부 부천보호관찰소장

대한민국 청소년 인구가 급속하게 감소하고 있다. 전국의 12세 이상 19세 미만청소년 인구는 2018년 355만여명에서 2023년엔 325만 여명으로 8.5%가까이 줄어들었다(행정안전부주민등록인구통계). 급격한 출산율 감소가 현재처럼 이어진다면 청소년 인구감소 폭은 더욱 커질 것이다. 반면에 김포시의 청소년 인구는 전국적인 추세와는 달리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18년 29,348명이었던 12세 이상 19세 미만 김포시 청소년 인구는 2023년 36,468명까지 7천여명 이상 늘어, 최근 6년간 24%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 급속한 노령화를 겪고 있는 대부분의 다른 지역에 비하여 김포는 해가 갈수록 젊어지는 전국적으로 몇 되지 않는 축복받은 도시임에 분명하다.

청소년 인구가 증가하는 만큼 김포지역에서 크고 작은 범죄와 연루된 비행청소년 규모도 조금씩 늘고 있다. 범죄를 저질러 소년법에 의해 처벌을 받아 법무부 부천보호관찰소에서 1년(단기보호관찰) 또는 2년(장기보호관찰)을 받은 청소년이 2018년에 138명이었으나 2020년에는 171명으로 크게 늘었다. 코로나로 인한 강력한 방역 정책으로 외부활동이 감소한 2021년과 2022년 각각 163명과 140명으로 조금씩 줄었지만, 최근 봄철을 맞아 보호관찰을 받고 있는 일부 청소년들이 가출하여 학업을 중단하고 폭력이나 절도 등 사건을 벌이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어서 우려된다. 

김포 지역의 보호관찰청소년들이 벌이는 대부분의 범죄가 일반 시민들에게 큰 피해를 주는 강력범죄가 아닌 우발적인 폭력이나 가출 후 생계를 위한 절도 등의 비교적 경미한 비행이어서 한편으로 다행스럽기도 하다. 그렇지만, 가정에서 보호자의 부재나 경제적 어려움, 그리고 무관심과 방임 속에 비슷한 또래의 청소년들을 만나보면, 비행행동을 수차례씩 반복하고 보호자나 학교 교사 등과 비행청소년의 관계가 결국 단절되어 더 큰 범죄와 연루되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  보호관찰 처분을 받은 청소년 5명 중 1명꼴로 우울증, ADHD나 강박 등과 같은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어서 담당 보호관찰관이 선도에 애를 먹고 있다. 경제적 어려움과 가정에서의 보호능력 부족에 학업중단과 가출이 이어지며 가벼운 정신질환은 더욱 심각해지고 치료를 받지 못하며 더욱 악화된다. 충동을 조절하고 억제하기 어려워지면 다른 사람들과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아 학업이나 생업에 종사하지 못하며 강력범죄에 연루될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성인이 되어서도 교도소 입출소를 반복해온 범죄자들을 면담해보면 청소년기 겪은 정신질환, 경제적 궁핍 그리고 정상적인 인간관계의 결핍 등과 같은 어려움들을 이겨내지 못해 사회에 적응하지 못했다고 토로한다.

지난 여름부터 부천보호관찰소에서 보호관찰을 받아온 김모양(16세, 여)도 어린 시절 부모의 이혼과 학교에서의 심각한 왕따를 겪으며 우울증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보호자인 부는 자주 집을 비웠고 아이의 정서적 불안과 우울감을 이해해주지 못했다. 가출과 잦은 결석으로 학교를 벗어나 비슷한 상황의 또래 아이들을 만나 시간을 보내며 폭력, 절도 등과 연루되고 결국 처벌을 받아 보호관찰 처분까지 받았다. 보호관찰을 받은 후에도 야간에 외출을 제한하는 법원의 준수사항을 자주 위반하고 보호관찰관의 지도에 불응하다가 소년원까지 다녀왔다. 소년원을 막 나온 김모양에게 담당 보호관찰직원이 편안하고 부드럽게 속 깊은 이야기를 하도록 이끌어주니, 눈물을 흘리며 어린 시절 겪었던 끔찍한 왕따와 외로움을 꺼내놓았다. 과거의 상처와 아픔이 현재의 자신을 스스로 괴롭히고 될 대로 되라는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비행을 반복하게 하고 무기력해져 생활은 엉망이 되었다. 다른 아이들처럼 미래를 생각하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었다.  

김모양을 위해 보호관찰소의 임상심리사에 의한 정신건강전문검사를 받게 하니 심각한 우울증 증세를 확인할 수 있었고 관내 정신과 의원을 통해 정확한 진단과 약물치료를 하도록 치료비를 지원하고 보호관찰직원이 전화와 면담을 통해 세심하게 관심을 쏟았다. 보호자에게도 이러한 상황을 알리고 지역내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를 방문하게 하여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누도록 해주었다. 담당직원의 노력으로 몇 개월간의 지속적인 정신과 치료를 받게 하고 생활비를 지원한 후 김모양은 반복되던 가출을 멈추고 자신의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하였다. 지금은 검정고시 공부에 매진하며 자신의 생계를 위한 아르바이트도 시작하였다.

현재 부천보호관찰소에서 지도감독 그리고 상담과 교육을 받는 10대 청소년은 500명을 넘고 있는데, 그 중 김포시에 거주하는 청소년들이 약 200명 정도이다. 보호관찰관 혼자서 맡고 있는 모든 청소년에 대해 정신질환과 같은 정서적 문제를 찾아내고, 보통의 평범한 청소년들처럼 자신의 꿈을 쫓아 미래를 설계하도록 변화를 이끌어내기엔 힘이 부치는 상황이다. 보호관찰 직원 1인당 평균 70명의 청소년들을 관리하다보니, 매월 1~2번 청소년들을 만나 필요한 시간만큼 면담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조차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김모양도 보호관찰담당직원의 관심과 노력만으로는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쉽지 않았다. 다행히, 사단법인 한국나눔연맹에서 정신과 치료비를 지원해주어서 관내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원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었고, 법무부 보호관찰위원들이 긴급한 생활비를 제공하고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에서 검정고시 학과공부를 무료로 받을 수 있게 나서 주었다. 이처럼 한 명의 비행청소년이 보통의 평범한 삶으로 돌아가 일상의 행복을 갖게 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 여러 기관과 단체들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

새순이 돋아오고 향기로운 꽃이 피는 이 봄, 울창한 숲속에 가면 장성한 아름드리 나무 아래 자라는 어리고 여린 나무들을 살펴보곤 한다. 이제 세상에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어린 나무들에게 자신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키 큰 나무들이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한겨울 매서운 추위, 여름철 거센 태풍과 장마비, 그리고 따가운 햇볕과 가뭄을 이겨내고 살아남아 성장할 수 있는 것은 햇볕과 바람을 막아주는 넉넉한 그늘을 만들고, 가을이면 낙엽을 떨어트려 대지가 늘상 수분과 양분을 품고 있도록 해주는 어른 나무들이 있어서다. 그 어른 나무들은 어린나무가 조금 병들고 약하다 하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자신이 있던 자리에서 굳건히 서서 지켜준다. 

우리 지역공동체도 어린나무들과 큰나무들이 공존하는 숲과 같다. 우리가 살아가는 거리 한구석에도 어리고 연약한 나무들처럼 아픔과 상처를 이겨내지 못하고 비행을 저지르고 있는 아이들이 있다. 그 아이들에게 비난을 퍼붓고 범죄자라는 낙인만 찍은 채 포기하고 방치하지 않는지 돌아봐야 한다. 숲속의 어른나무들처럼 굳건한 믿음으로 넉넉한 품을 내어주고 우리 지역공동체의 미래를 위한 자양분을 나누어 주도록 노력하면 어떨까? 따뜻한 시선과 넉넉한 품으로 돌봐주고, 얼마간의 시간이 흘러 그 아이들이 자라면 우리 공동체는 더 향기롭고 푸르른 아름드리 나무들로 가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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