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5회 『망각의 정원』

▲박수영 책찌짝찍 독서모임 회원 
▲박수영 책찌짝찍 독서모임 회원 

우리에게는 『모모』로 잘 알려진 미하엘 엔데의 『망각의 정원』을 소개합니다. 회색 신사에게 빼앗긴 시간을 찾아다니며 모험을 한 모모의 이야기가 ‘시간’의 가치와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책이었다면 망각의 정원은 ‘기억’과 ‘이름’의 소중함을 알려주는 내용이라고 하겠습니다. 내일 당장 죽음의 순간이 온다면 가장 기억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나는 ‘나의 이름’으로 살고 나답게 살고 있나요?

망각의 정원 이야기는 다소 허무하게 끝이 납니다. 이야기를 하다가 만 것 같은 느낌이죠. 주인공 소피헨이 위기에 처했을 때 나타나는 ‘어린 황제’의 두 번째 등장으로 그다음이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해하는 딱 그때 끝이 납니다. 마치 재미있는 영상을 보고 있는데 결정적인 순간에 광고가 나오는 것처럼요. 이유는 미완성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살아있는 동안 완성시키지 못하고 1995년 위암으로 세상을 떠나며 미하엘 엔데의 유고작이 됩니다. 그래서 이 작품의 마지막 스토리는 독자들의 상상에 의해 재창조되는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신에게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면 죽음 후에는 무엇이 존재하는지, 과연 이승에서의 추억과 기억에서 잊혀지지 않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지, 살아오는 동안 나에게 가장 의미 있는 것은 무엇이었는지 생각할 것 같습니다.

집과 거리 심지어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까지 규격화된 노름(Norm)시에서 살고 있는 소피헨은 무표정, 무감각인 노름시의 사람들과는 달리 웃고, 울고 꿈을 꿀 수 있는 소녀입니다. 어느 겨울날, 길거리에서 꿈을 꾸다가 집으로 가는 길을 놓치고 맙니다. 그리고 주인 없는 정원에 들어갔다가 발견한 현관문을 열자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집니다. 이름 없는 사람들의 나라이며 조금 전의 기억도 금세 잃어버리는 그런 곳에서 소피헨은 어떤 경험을 하게 될까요? 그곳에서 유일하게 이름이 있는 생명으로 다른 생명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게 될지 저도 뒤의 이야기를 상상해 봅니다.

‘신은 기억할 수 있는 은총을 주었지만, 망각할 수 있는 축복 또한 주었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좋은 기억을 향유하며 사는 것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능력이지만 모든 것을 기억하는 것이 은총일리 없고 나쁜 기억은 적당히 잊어버리고 사는 것도 축복이라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나는 누구인가, 나에게 주어진 이름처럼 나답게 살고 있는가, 한 가지 기억만 간직할 수 있다면 나머지 기억들은 소중하지 않은 것인가, 그래도 잊고 싶은 기억이 있다면 무엇인가 하는 생각들을 하며 책장을 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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