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영윤 양곡고 사서교사
▲노영윤 양곡고 사서교사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학교도서관도 많은 학생들로 생기를 되찾아 활기찬 모습이다. 아이들이 방학 동안 훌쩍 커버린 모습으로 도서관에 방문하여 나의 안부를 물으며 본인들의 즐거웠던 방학 생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참으로 반갑고 고마운 일이다.

 학교도서관은 다양한 목적으로 아이들이 찾는다. 가장 기본적인 독서 외에 각자만의 고민을 안고 휴식처로 찾는 친구들이 많다. 그러면 나는 잠시 사서교사가 아닌 ‘나미야 잡화점 님’이 되어 아이들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아이들의 고민 무게는 생각보다 많이 무겁다. 하여, 나의 책임 또한 너무 무겁다. 

 나는 사서교사로서 책을 많이 접한 경험을 살려 책으로 대신 조언할 때가 많다. 다양한 고민거리에 공통 1순위로 추천하는 책은 찰리 맥커시의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이다. 서사와 드로잉은 매우 간결하고 단순하지만 따뜻한 위로로 가득 차 있어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다. 땅속에 사는 두더지는 땅 위의 인생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무엇이 삶에 있어 중요한지 소년에게 이야기해준다.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자니 감탄이 절로 나온다. 

 존재만으로도 빛나는 청소년기에 성적, 친구, 가족 문제 등으로 의기소침해지거나 용기를 잃는 학생들이 많다. 이 모든 일이 ‘내가 부족해서야. 내가 못나서야,’라며 본인 탓으로 돌리기도 한다. 그들에게 두더지의 말을 대신 전하고 싶다. “자신에게 친절한 게 최고의 친절이다.” 타인에게는 친절한 우리는 왜 자기 자신에게는 그리도 불친절한 걸까? ‘나를 사랑해야지. 나는 괜찮아’ 다짐하면서도 마음 한 켠에 자리 잡은 스스로에 대한 못마땅함을 발견하곤 한다. 그러한 학생들에게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의 여정에 참여하기를 권하고 싶다. 그들에게서 나 자신이 괜찮다고, 잘하고 있다는 진심과 따스한 위로를 얻었으면 한다. 우리가 건사해야 할 아름다움이 아주 많다. 그 아름다움을 찬란히 펼칠 우리 학생들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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