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4회 『그리운 여우』

박수영 책찌짝찍 독서모임 회원
박수영 책찌짝찍 독서모임 회원

‘여우’로 기고를 이어온 지도 벌써 두 달입니다. 마지막을 장식할 책은 안도현 시인의 <그리운 여우>입니다. 1997년 발행된 시집 안에는 ‘그리운 여우’ 외 약 70여 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방학 동안 읽을 책 목록(제목에 ‘여우’가 들어간 책)대로 책을 주문하고 받았을 때 가장 먼저 집어 든 것은 이 시집이었습니다. 학창 시절에 시집을 아주 좋아했기에 이 많은 책 중에 시집이 가장 특별했던 것이었죠. 그리고 그날 바로 책을 읽었습니다. 시집의 가장 큰 장점은 순서에 상관없이 앞에도 읽었다가, 뒤에도 읽었다가 제목에 끌리는 시부터 읽어도 된다는 것이죠. 그렇게 반 정도를 읽고 식탁 어딘가 다른 책들과 섞이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지인의 부친 사망 소식을 듣고 급하게 김해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읽을 만한 책을 얼른 꺼낸 것이 이 시집이었습니다. 책을 읽는 저만의 루틴이 있는데 일단 책 겉장을 넘겨 작가에 대한 정보를 먼저 읽고, 프롤로그 또는 책머리를 읽습니다. 그리고 목차를 읽고 뒤로 넘어가 에필로그나 작가의 말 등 책의 내용이나 작가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는 것을 읽은 후에 본격적으로 첫 장을 폅니다. 이 시집의 뒤에는 7장 정도 되는 이병천 시인의 발문(跋文, 책 끝에 본문 내용의 대강이나 발간 경위에 관계된 사항을 간략하게 적은 글)이 있습니다.

한 시간 정도의 비행 중 읽었던 그 발문이 그 시집을 읽는 데 매우 강한 영향을 주었습니다. 안도현 시인과 함께 한 일화를 통해 시인의 성격이나 사람됨을 알 수 있는 내용과 어떤 마음으로 시를 쓰는가에 대한 내용이 있기 때문입니다. 책 꾸러미에서 설레는 마음으로 시집을 꺼내 들어 읽었던 시와 매우 다른 시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리운 여우’에서 흰 눈이 소복이 쌓인 겨울, 배고픈 여우가 먹을 것을 찾아 사람 사는 집까지 소리 없이 찾아와 보지만 그것이 배가 고파서인지 사람이 그리워서인지 알 수 없다는 느낌이 듭니다. 가난하지만 마음만은 풍족했고 그러면서도 시를 쓰는 동안에는 철저하게 외로움의 시간을 견뎌내야 했기에, 잠시나마 사람을 그리워하며 흰 눈밭을 걷고 있는 여우에 자신을 빗대어 본 것이 아닌가 합니다. 작품을 이야기하는 작가에 대한 이해는 글에 대한 공감도를 높이고 몰입할 수 있어 참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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