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 필요한 건 힘이 아니라 마음일지도 …

▲이수복 행복마을 지킴이
▲이수복 행복마을 지킴이

어디선가 누군가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나는 만능일꾼. 엄청난 기운은 없어도 따뜻한 마음이면 누군가를 돕기에 충분하다. 월곶면 행복마을관리소에서 일하는 ‘행복지킴이’ 이수복(68) 씨. 이 씨는 지난 2020년 9월 문을 연 이곳 월곶면 행복마을관리소에서 줄곧 일해왔다. 행복마을관리소는 원도심 등 주거취약지역으로 복지수요가 많은 지역에 생활밀착형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고 공공일자리 창출을 위해 마련한 도정 주요 시책사업 중 하나다. 특히 월곶면 행복마을관리소는 도내 최초로 주민자치회가 위탁받아 주민 스스로 사업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사례로 관심을 모으는 사업소다. “누구 집에 젓가락이 몇 개 있는지 정도 안다”고 자부할 정도로 관리소 개소부터 지금까지 성실하게 마을을 챙겨온 이씨의 일 얘기, 마을 얘기, 사는 얘기를 들어봤다.

▲병원이송 돕는 수복씨
▲병원이송 돕는 수복씨

“용주 아범, 나 내일 병원 좀 가야겠네”

100년 학교인 월곶초등학교의 올해 신입생은 5명에 불과하다. 고막리가 고향인 이수복 씨의 모교이기도 하다. 지속적인 인구감소로 고령화가 빨리 진행되고 있는 월곶면은 상대적으로 노인인구 비율이 높다. 최근 문수산 주변으로 개인주택이 많이 들어섰지만 전입자 대부분 역시 고령의 노인이다. 68세인 이수복 씨 스스로 ‘일하는 노인’으로 소개받기에 좀 쑥스럽다 할 정도다. 정년 전 서울로 출퇴근하다가 어머니가 치매를 앓게 되자 일을 그만둬야 했다. 6년 전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새로 찾은 일이 이곳 관리소 일이다. 월곶면은 이 씨를 비롯 5명의 지킴이가 관리소에서 일한다. 최고참으로 경험이 많은 수복씨가 조장 역을 맡고 있다. 모든 주민이 관리소가 보살펴야 할 대상이지만 지역 특성상 이용자 대부분이 7, 80대 노인이다. 도움을 드리는 분들 대부분이 어릴 적부터 알고 지낸 사이다. 수복 씨는 이들을 ‘누님’, ‘형님’으로 모시고 이들은 이 씨를 ‘용주 아빠’라 부른다. ‘용주’는 이 씨의 둘째 아들이다.

사소한 일까지 척척, 어르신 ‘행복지킴이’

월곶면 행복마을관리소는 복지서비스 기반이 부족한 지역에 생활밀착형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병·의원이 전무한 지역으로 홀로 사는 어르신들을 인근 병원으로 이송해드리거나 간단한 집수리, 이불 빨래, 귀가 여성 도우미 및 야간순찰, 공구대여 및 형광등 교체, 불법 쓰레기 투기 계도, 환경정비 등의 도움을 주고 있다. 말이 좋아 ‘행복지킴이’지, 실상은 마을의 ‘심부름꾼’이다. 봄엔 꽃길을 가꾸고 여름엔 방역, 겨울엔 제설 작업까지 ‘척척’이다. 시력이 좋지 않은 분들에게 우편물을 읽어드리고 때론 은행에 동행해 돈을 부치거나 현금을 찾는 일까지 돕는다. “은행원에게조차 가르쳐주지 않는 비밀번호를 내겐 알려주신다”고 할 정도로 이 씨는 믿고 의지하는 ‘동생’이다. 사소할 수 있지만 노인들의 자랑거리나 걱정거리까지 들어주는 ‘이야기 동무’ 역할 역시 이 씨의 중요 일과 중 하나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근무시간인데, 오전 일은 거의 병원 이송 서비스다. 9인승 봉고차 1대를 운영한다. 전날까지 미리 예약한 주민 2~4명을 가깝게는 마송, 멀게는 김포읍까지 모셔다드린다. 기사와 함께 한의원, 정형외과 등 각 병원까지 부축해야 하기 때문에 거의 모든 직원이 동원된다. 관리소 대원들은 진료를 마친 노인 한 분, 한 분을 다시 집으로 모신다.

▲집수리 하는 수복씨
▲집수리 하는 수복씨

“작은 실천이 마을을 바꾼다”

구옥에서 생활하시는 분들이 많다 보니 겨울철 수도관리에 어려움이 많다. 얼어붙은 수도를 녹이는 일 정도는 가능하지만 계량기 아래까지 동파가 진행되거나 관로가 파손되는 등 어떻게 손써 볼 수 없는 상황이 종종 발생하기도 한다. 어쩔 수 없이 시간과 비용이 발생한다. 자세히 설명드려도 때로 막무가내 역정을 내는 분들도 있지만 이 또한 자신의 일이다.

“육체적으로 힘든 건 없지만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하면 마음이 좋지 않다”는 수복 씨. 수복 씨는 “알고 지낸 어르신들이 갑자기 의식을 잃으시거나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을 때 가장 마음이 아프다”며 “혹시 소홀하지 않았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함께했던 시간,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고 행복하셨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수복 씨는 “생산성을 잃고 노후화되는 상황이지만 작은 실천이 내가 사는 마을을 바꾼다는 생각으로 일하고 있다”며 “큰 힘은 없지만 체력이 다할 때까지 쓰레기 하나라도 더 치우고, 어르신 한 분, 한 분 내 가족처럼 오순도순 챙겨드리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 쓰레기 배출 계도하는 수복씨
▲ 쓰레기 배출 계도하는 수복씨

 

 

저작권자 © 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