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3회『여우를 위한 불꽃놀이』

        박수영 책찌짝찍 독서모임 회원
        박수영 책찌짝찍 독서모임 회원

스웨덴의 작가 스벤 누르드크비스트의 여우 이야기입니다. 시골의 한 작은 농가에서 할아버지와 고양이 핀두스가 살고 있었습니다. 인적이 드물고 찾아오는 사람 없는 농가에 이웃에 사는 구스타프손이 할아버지를 찾아왔습니다. 잔뜩 화가 난 얼굴로 총을 어깨에 메고 사냥개를 데리고 말입니다. 간밤에 여우가 닭을 한 마리 잡아갔기 때문입니다. 구스타프손은 오늘 밤 여우가 할아버지 집으로 올지도 모른다며 단단히 일러두고 갑니다. 그때부터 할아버지와 핀두스는 여우를 쫓아 보낼 방법을 모색합니다. 풍선 안에 후추를 가득 넣은 다음 공기를 넣어 부풀게 하고 철사를 감아 닭들에게 깃털을 빌려 붙였습니다. 그럴듯한 닭 모형이 완성되었습니다. 여우가 닭을 잡으러 왔을 때 풍선이 터지며 후추 냄새를 맡으면 다시는 할아버지네 농가로 오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를 했죠. 그런데 핀두스가 조금 더 기발한 끝내기 이벤트를 준비합니다. 닭 모형의 풍선이 터지면 도화선에 불을 붙여 요란하게 폭죽을 터뜨리고 날아오는 유령까지 본다면 무서워서 다시는 농가에 오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었습니다.

할아버지와 핀두스는 여우가 올 것을 대비하며 오랜만에 들뜬 마음으로 하루를 보냅니다. 이윽고 밤이 되었고 먼저  곯아 떨어진 핀두스를 뒤로 하고 할아버지는 창밖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마침 닭 모형 근처로 다가가는 여우를 발견합니다. 살금살금 닭장으로 가는 여우의 몸이 어딘가 불편해 보이는 것을 확인한 할아버지는 생각합니다. ‘뒷다리 한 짝을 절고 있으니 빨리 뛰지 못해 농가에 있는 닭을 훔치러 오는게로군. 폭죽이 터지면 심장 마비를 일으킬지도 모르겠어.’ 할아버지는 여우가 불쌍했습니다. 닭의 냄새를 맡은 여우는 흠칫 놀라 집 뒤로 도망쳐 돌담 위에 올라갔습니다.

그때 펑! 소리와 함께 고양이 핀두스는 용수철처럼 튀어 올라 재빠르게 도화선에 불을 붙입니다. 곧 할아버지네 집 위로는 요란 뻑적지근하게 불꽃놀이가 터지고 있었고, 핀두스는 재빨리 다락방으로 올라가 흰 천을 뒤집어쓰고는 유령처럼 달려듭니다. 이 끝내기 한 판에 놀란 사람은 이웃에 사는 구스타프손이었습니다. 너무 놀란 나머지 “여우를 죽이지 않겠습니다.”하고 말하고는 도망을 갑니다. 할아버지와 핀두스는 여우로부터 닭들을 안전하게 보호하였고, 불쌍한 여우를 죽이지 않았습니다. 여우는 돌담 위에 앉아 풍선이 터지는 것도 불꽃놀이도 다 지켜보고 떠나는 것을 할아버지는 보았습니다. 

때로는 계획에 없던 일이 나에게 주어지기도 하고, 가끔은 그럴듯하게 계획했지만, 그것대로 되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계획대로 일이 되지 않을 때 우리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이야기 속의 할아버지는 여우를 죽이지 않고 내쫓기 위한 계획을 세울 때 농가에 함께 사는 동물들의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였습니다. 고양이 핀두스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닭들의 깃털을 모을 때도 닭들이 토론을 거쳐 합의하에 이루어진 일입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계획은 비록 기대했던 결과는 아니었지만 준비하는 과정이 즐거웠기에 결과에 연연하지 않아도 괜찮은 사건으로 남았습니다. 경험으로 많은 데이터를 저장한다면 분명히 좋은 계획을 세울 수 있을 것입니다. 좋은 결과를 얻고 싶다면 작은 실패 경험들도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자신감을 가져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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