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돈행

김포신문사 부사장

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문자를 받고 혼자보기 아까워 덮어 두었다가 이제야 생각이나 우리 애독자여러분과 함께하고 싶어 글을 올려본다.

일본 쓰레기장에서 주인 없는 돈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 4월 군마현의 한 쓰레기처리회사는 혼자 살다가 죽은 노인의 집에서 나온 쓰레기 더미에서 검은 봉지에 담긴 현금 4억 원을 발견했다. 버려진 유품 속에서 섞여 나온 돈이 지난해에만 약1,900억 원에 달할 정도라고 하니 외롭고 궁핍한 생활을 하면서도 죽음 직전까지 돈을 생명줄처럼 움켜쥐고 있던 노년의 강박감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돈은 써야 내 돈이다.

내가 벌어놓은 돈이라고 할지라도 내가 쓰지 않으면 남의 돈일 수밖에 없다. 노인들이 돈에 집착하는 이유는 자식이나 사회로부터 버림받았을 때 최후에 의지할 곳은 돈밖에 없다는 생각에서 나오지만, 그 정도로 비참한 경우를 당하게 되면 돈이 있더라도 별 뽀 족한 수가 없다. 내가 죽으면 돈도 소용없고 자식에게 상속한다고 자식이 행복해지지 않는다. 재산을 쌓아놓기 보다 벌어들인 재산과 수입을 최대한 활용하는데 관심을 두는 게 훨씬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다.

꽤 오래전에 코미디계의 황제라 불리던 이주일 선생의 묘가 사라졌고 묘비는 뽑힌 채 버려졌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한참 밤무대를 뛸 때는 자고일어나면 현금자루가 머리맡에 놓여 있었다고 회고했을 정도로 큰 부를 거머쥐었던 그 보유 부동산을 지금 가치로 따지면 500억 원으로 추산 된다고 한다. 폐암으로 세상을 떠나기 전 금연광고 모델로 나와 흡연을 뚝 떨어뜨릴 만큼 선하게 살았고 세상 떠난 뒤 공익재단과 금연재단 설립까지 꿈꿨던 그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유족들은 기껏해야 1년에 100만 원 안팎의 묘지 관리비를 체납했을 정도로 유산을 탕진 했다고 한다. 잘못된 재산상속은 상속인에게 독이든 성배를 전해주는 꼴이다.

국내 재벌치고 상속에 관한 분쟁이 없는 가문이 거의 없다. 재벌뿐 아니라 평범한 가정에서도 상속을 놓고 전쟁을 벌이다시피 한다. 3억 이상 남기면 형제는 원수로 남는다. 유산을 놓고 싸움질하는 자식보다 재산을 물려주고 떠나는 부모의 책임이 더 크다. 싸울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어 놓고 세상을 떠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 자식이나 형제는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는 생각은 착각이다. 돈을 남겨주고 떠나기보다는 살아있을 때 함께 가족여행을 가거나 자녀의 자기개발을 위한 자금을 도와주는 것이 훨씬 낫다. “장의사에게 지불할 돈만 남겨두고 다 쓰라”는 말은 미래 걱정에 너무 연연해하지 말고, 현재의 삶에 충실하라는 뜻으로 우리 노인들은 깊이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인생은 단 한 번 뿐이다. 자연과 하늘이 준 물질적인 축복을 마음껏 누리고 마지막엔 빈손으로 세상을 떠나는 게 순리이지 평생 쓰지도 못하고 거액의 유산을 남겨 형제간에 싸움질을 시켜 결국 원수로 남아 죽어서도 원망을 듣는 세상이 됐다.

특히 우리시는 신도시 개발로 인해 타 지역보다 형제간의 갈등으로 이미 연을 끊은 집안이 많아 혼자 돈의 의미를 생각해보는 고요한 시간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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