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끈

 

이성목

 

마당을 쓸자 빗자루 끝에서 끈이 풀렸다

그대를 생각하면 마음의 갈래가 많았다

생각을 하나로 묶어 헛간에 세워두었던 때도 있었다

마당을 다 쓸고도 빗자루에 자꾸 손이 갔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만, 마른 꽃대를 볕 아래 놓으니

마지막 눈송이가 열린 창문으로 날아들어

남은 향기를 품고 사라지는 걸 보았다

몸을 묶었으나 함께 살지는 못했다

쩡쩡 얼어붙었던 물소리가 저수지를 떠나고 있었다

묶었던 것을 스르르 풀고 멀리서 개울이 흘러갔다

 

시감상

우리는 늘 서로 묶여있다고 생각하고 살았다. 아니, 스스로 묶어 놓고 산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어쩌면 묶였다는 것은 우리만의 생각일 뿐, 서로 의지하며 살아온 것은 아닌지? 묶은 것이 아니라 묶은 것으로 생각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모든 묶여 있다고 생각한 것들을 풀어놓아 보자. 바람이 자유롭게 왔다 가듯, 우리 마음도 한결 자유롭게 바람을 닮을 것 같다. 떠나기 좋은 계절, 겨울이다.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프로필

경북 선산, 자유문학 등단, 시집 <노끈>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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