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턱

 

금별뫼

 

문턱이란 말일세

기하학적으로 보자면

사람과 사람 사이에 가로놓인 직선이지

성벽처럼 완고한 직선 말일세

 

가로놓인 직선을 구십도 돌려

세로로 놓은 거야

섬과 섬, 말과 말을 이어주는

통로가 되지

생각만 바꾸면 문턱도

소통이 되는 거라구

 

자, 보라구

허물이 허물어져 세상이 환해지지 않은가

 

정작 허물 수 없는 것 하나 있다면

내가 나의 문턱이라는 것

 

 

 

시감상

 

가을이다. 마음속 깊은 곳에 너와 나의 경계가 된 가로놓인 문턱이 있다면, 완고한 문턱이 있었다면, 혹은 아직도 있다면 구십도 돌려 세로로 놓아보자. 통로가 된다. 지금껏 고작 문턱 하나로 인해 반목과 질시, 오랫동안의 못 본 척이라는 섬을 만들며 홀로 고립되었다면 까짓것 세로로 돌려 통로를 만들어보자. 가로를 세로로 바꾸면 아무것도 아닌 세상이 소중한 세상으로, 나와 네가 아닌, 우리가 되는 기적을 보게 된다. 기적은 하늘이 내리는 것이 아니다. 바로 지금 당신이 선택한 아무것도 아닌 발상의 전환 하나가 기적이 된다. 경계境界를 경계警戒로 만드는 바보가 되지 말자.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프로필

단국대 문학박사, 아르코 문예기금 수혜, 시집 <문턱>, <바람의 자물쇠>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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