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경 朴鍾瑋
(김포경찰서장)

홍도평 너른 들녘을 잠식한 시멘트 군락 사이로 포실포실 물오른 벼이삭들이 만삭의 풍요로움을 뽐내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가을문턱을 넘어서면 민족의 젖줄인 한강 유역을 따라 뻗어나간 48번 국도가장자리로 도열한 코스모스 미소 속에 일렁이던 황금빛 벼이삭 물결이 장관을 펼치면서 김포평야의 위용을 한껏 드러내었다는 어느 토박이 촌로의 한 서린 푸념이 문득 가슴에 와 닿는다.
그러나 요즈음 정겹던 농촌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고 간혹 시가지 미관을 위해 꽃대 몇 개 세운 플라스틱 화분엔 잿빛 먼지만 뒤집어 쓴 채 졸고 있고 일상의 생활찌꺼기들이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서 난무하는 풍경들은 과연 우리들이 꿈꾸던 쾌적한 도심 속의 전원도시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돌출된 일시적 과도 현상으로 돌리기에는 너무 안쓰럽지 않은가.
최근 경찰에서는 9월을「생활치안 확립의 달」로 정하고 기초질서대책을 비롯 생활범죄 예방, 교통문화 혁신적 개선, 사회적 약자보호, 공권력 침해사범 엄중 조치 등 시민생활에 직·간접으로 영향을 미치는 5개 분야에 대한 대대적인 홍보와 실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 가운데 일선경찰관들은 단속과정에서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이유인즉 과거 농촌 관습을 떨치지 못한 토박이 주민들의 원성도 원성이려니와 그 순박한 삶의 터전에서 일궈진 윤리와 양식 등이 급격한 도시화 바람에 휩쓸려 이웃의 불편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 무감각풍조·이기주의·적당주의로 변질되면서 사사건건 이의를 제기하는 현실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푸념한다.
질서는 공동사회에 있어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규범이다.
또한 생활 의식 및 행태는 한 번 습관화되면 쉽게 고쳐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전염성이 강하다. 그래서 식자들은 태어날 때부터 생활에서의 질서의식과 공동생활의 규범에 대해 기성세대들이 실천적 모범을 보여가며 시청각교육을 통하여 체질화·습관화·생활화 시켜야한다고 주장한다.
혹자는 경찰의 「생활치안확립」문제를 놓고 빈번한 국제행사 때문에, 또는 일본과 비교 평가될 2002년 월드컵에 초점을 맞추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물론 위와 같은 사유로 많은 외국손님들이 우리 나라를 방문할 것은 필연적이나 생활치안확립 근본배경이 오직 국제행사를 잘 치르기 위한 논리로 인용되는 것은 다소 문제가 있다고 생각된다.
그것은 바로 88올림픽 당시 우리의 저력이라던 높은 질서의식이 생활문화 속에 뿌리내리지 못한 채 10여 년이 지난 오늘 사회 어느 곳에서도 흔적조차 찾을 수 없다는 점을 보아도 알 수 있다.
그런 까닭에 생활치안은 그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 「기본이 바로 선 성숙한 시민사회」를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우리 모두의 책임과 의무로 출발하여야하며 또한 지속되어야 한다.
우리 김포경찰서에서는 9월 17일부터 본서 직원 및 전·의경을 동원하여 매일 아침 07:30∼08:30분 동까지 48번 국도 북변로타리∼전신전화국 앞까지 장장 1.5Km구간에 대해 대청소와 더불어 길거리 환경미화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국도라고는 하지만 편도 1차선뿐인 협소한 차도를 끼고 답답하게 밀집되어 있는 상가, 특히 이면도로엔 크고 작은 모텔을 비롯하여 유흥업소들이 밀집해 있는 반면 마땅히 오물을 버릴 곳조차 없는 주변여건으로 인해 야음을 틈타 버려진 오물들의 악취 때문에 오가는 시민들의 마음을 불쾌하게 만든다.
과연 그 오물들을 한 줌씩 한 줌씩 걷어 내는 경찰관들은 과연 무슨 생각을 할까? 혹간 왜 우리가 이러한 일을 해야되는가 하는 회의감을, 아니면 우리도 시민을 위해 뭔가 할 수 있다는 보람을 느낄까.
하지만 우리의 목표는 오물을 주워담는 경찰관 모습 그 자체보다는 김포경찰의 조기 청결활동을 신기하듯 응시하는 17만 시민들의 마음속을 비집고 들어가 철저한 질서·청결의식으로 승화시킬 수만 있다면 바로 생활치안확립의 근본 취지를 충족시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제는 일어서자.
시민과 경찰이 함께 만드는 질서 있는 도시, 범죄 없는 김포사회 구현을 향하여 청명한 아침 드높은 가을하늘만큼이나 희망찬 김포·영광의 21세기의 주역인 선진시민으로서의 역량을 총집중시켜 힘차게 전진하자.
저작권자 © 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