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택룡
수필가. 세무사.
경영학박사.
전)명지전문대학교 교수

오래 전 대학에 있을 때였다. 여름방학을 이용해서 42명의 학생들을 인솔하고 밴쿠버의 사회복지시설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캐나다는 세계에서 러시아 다음으로 큰 나라이고 인구가 3,000만 명이나 되는 한반도의 45배나 된다.

첫 번째로 방문한 양로원은 「ZION PARK MANOR」라는 곳인데, 그 규모가 매우 크다. 그곳은 정신적, 육체적인 장애노인들이 살고 있는데, 재원이 정부보조와 일부를 자부담으로 운영된다. 시설이 매우 훌륭하며 2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의 활동이 활발하다. 양로원에는 밴쿠버 거주자 142명이 살고 있는데 100명이 중증 장애인이다.

이분들을 돕는 간호사, 물리치료사 160명이 장애인을 일대일로 도와주는 만큼 그분들의 삶이 매우 만족하고 행복한 것 같았다.
그 외 복지시설은 ‘레크리에이션 센터’, ‘사회체육 시설’, ‘벤쿠버 주정부의 어린이 보호센터’ 세 군데를 들렀다. 레크리에이션 센터는 건강한 노인들이 컴퓨터, 요리, 댄스, 운동, 음악 등 여가를 즐기는 곳이다. 회원은 55세 이상자로서 회비가 년 15달러로 아주 저렴하다.

그리고 노인들이 고독과 소외감을 줄일 수 있고, ‘자기개발과 사회화socialization’를 위한 프로그램에 5달러의 연회비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우리가 센터에 들어서자 “Good Health Doesnt Cost.… It pays(건강은 돈이 들지 않는다)”란 캐치프레이즈가 눈길을 끌었다.

 밴쿠버는 캐나다에서 가장 살기 좋은 기후를 자랑한다. 여름 평균기온이 23~25도의 온난화 기후이다. 캐네디안 로키의 수많은 호수 가운데 세계적으로 가장 아름답기로 자랑하는 ‘루이스 호수’가 바로 이곳에 있다.

빙하 호수로서 우리가 묵고 있던 레이크 루이스 호텔을 배경으로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거기서 조금 더 가면 ‘에메랄드 호수emerald lake'가 보인다. 빙하에서 흘러나오는 물로 만들어진 그린 빛 물결이 출렁이며 우리를 반겼다.

이곳은 로키산맥 안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빛의 호수‘로서 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아~참으로 아름답다!”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진 연두색 호수에 몸을 던져 죽고 싶었다는 어느 유명한 여배우의 마음을’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호수의 물빛은 연두색 물감을 풀어 놓은 듯 신비롭기만 하다. 그리고 호수 길을 따라 나란히 서 있는 키가 큰 침엽수가 자연 풍광을 더욱 아름답게 했다. 또한 대여섯 마리 ‘야생 곰 가족들이’ 우리를 구경하듯 대로를 서서히 늠늠하게 걸어가는 모습을 보니 놀랍다. 인간이 야생동물들과 함께 살아가는 천혜의 나라 캐나다! 정말로 대자연이 숨 쉬는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저 멀리 산을 보니 문득 레오나르도 보프 신부가 <성사란 무엇인가>라는 책에서 “산은 마치 하느님 같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산은 자신의 웅대함을 뽐내지 않을 뿐 아니라, 누가 타고 올라가도 끄떡도 없고, 온갖 것을 겪어내며 마냥 자신을 줄 뿐이다. 그래서 나는 이처럼 장엄하고 거룩한 산을 사랑 하는지 모른다.

 이튿날은 밴쿠버 주의 수도 빅토리아로 가는 패리호에 관광버스와 함께 승선했다. 약 40분이나 걸려 목적지에 도착했다. 주州 의사당은 1897년에 완공된 대표적인 맘모스 건물이다. 그리고 ‘부차트 부부’가 취미삼아 채석장을 정원으로 바꿔, 각종 관목과 식물을 각국에서 수집한 장미꽃 동산을 아름답게 꾸며놓은 것을 봤다.

그러고 보니 로키산맥은 온통 나무와 빙하로 뒤덮여 있다. 온 국민이 일하지 않고 나무만 팔아도 1세기를 살아갈 수 있다니 아이러니 하다. 그러니까 온난화로 인해 수 미터의 빙하가 녹아내리고 있어 머지않아 사라질지도 모른다니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영국의 19C 낭만주의 시인 ‘윌리엄 워즈워스’는 푸른 초원에서 영광과 빛나는 꿈을 발견했다고 했다. 내 젊은 시절의 야심찬 꿈! 불굴의 야망과 열정은 어디로 갔단 말인가. 그때를 회상하니 아직도 쓸쓸한 여운이 감돈다. 나는 그 장엄하고 거룩한 산을 올려다보면서 잠시 우주 만물을 창조하신 하느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이젠 밴쿠버를 떠날 시간이다. 호텔 로비에서 찻잔을 앞에 놓고 아쉬운 여정을 달래며, 스승의 참모습에 대한 중국 고사 한 구절을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었다.
“芝蘭於深林 不以無人而不芳, 君子修道立德 不爲困窮而改節”
(지란생어심림 불이무인이불방, 군자수도입덕 불위곤궁이개절)난은 깊은 산 수림에서 자라며, 인적이 없다고 해서 향기를 내뿜기를 마다하지 않으며, 도를 닦고 덕을 세운 군자는 아무리 곤궁하더라도 절개를 꺾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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