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광재
법무법인혜안
변호사

일정한 거래를 하면서 물품이나 용역 등을 먼저 제공해주고 나중에 그 대가를 받기로 하는 형태로 거래를 하는 경우는 많다. 하지만 거래처가 약속한 날짜에 외상대금을 지급해주지 않아 문제를 일으키는 사례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외상대금을 변제해주지 못하는 이유는 거래처마다 제각각이겠지만, 간혹 법인 명의를 악용해서 외상대금을 비롯한 각종 채무를 변제하지 않으려고 하는 경우도 분명히 있다. 이렇게 법인을 직접적인 채무자로 외상대금 채무를 발생시킨 후 변제를 회피하고 있었던 업체의 대표자로부터 외상대금을 무사히 회수했던 사례를 통해 해결방법을 알아보고자 한다.

채무자가 법인인 경우 외상대금의 변제의무자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알고 있는 사실이겠지만 어떠한 거래를 할 때에 법인과 개인은 엄연히 별도의 당사자가 되어 권리와 의무를 부담할 수 있기 때문에, 애초 거래를 할 때에 대표자 개인이 아닌 법인의 명의로 법인사업자와 외상거래를 했다면 원칙적으로 법인만이 외상대금을 변제할 책임을 지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법인이 변제능력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 법인의 대표자나 사원 등에게 변제를 요구할 수는 없다(단, 합명회사나 합자회사의 ‘무한책임사원’에게는 변제요구가 가능하다).

값어치 높은 각종 금속을 정밀세공해서 납품하는 한 채권자 업체는 채무자 업체에게 약 3억원 어치의 물품을 선제공해주고 별도의 약속어음 없이 한 달 후에 외상대금을 직접 지급받기로 했다. 하지만 채무자인 거래처는 약속한 날이 되어도 외상대금을 변제해주지 않았으며, 단지 회사 사정이 여의치 않다는 이유만으로 6개월 이상 변제를 미루고 있다가 급기야 업체와 연락을 취하기도 힘든 상황을 만들었던 사례를 다룬 적이 있었다.

이에 채무자 법인에 대하여 외상대금지급청구소송을 제기했지만 채무자는 소장을 송달조차 받지 않았고 결국 공시송달을 통해 승소판결을 받은 후, 신용조사를 실시한 다음 사업자 계좌에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신청하였는데, 해당 법인 계좌에는 잔액이 거의 남아있지 않았던 것은 물론, 다른 책임재산들 역시 전무하다 시피 한 상황이었다. 법인으로부터 외상대금을 회수하기가 어려운 상태였던 것이다.

법인명의를 악용한 변제회피의 유형이렇듯 법인이 별개의 권리능력을 가지도록 취급하는 것은 장점도 있지만 일정한 책임을 법인에게 미루고 정작 실질적 책임이 있는 당사자는 책임을 회피하도록 하는 단점도 함께 존재한다. 법인을 이용해 금전채무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유형으로는 사례처럼 법인명의로 계약한 후 책임재산을 남겨놓지 않고 상황을 방치하는 경우, 채무를 진 법인을 폐업시키고 사실상 동일한 다른 법인을 세워 사업을 이어나가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대표자에 대한 채권추심의 가능성이러한 경우 채권자는 법인이 아닌 법인의 대표자로부터 외상대금을 변제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법인이 일정한 채무를 변제하지 못한다고 해서 전부 그 법인의 대표자가 개인적으로 책임을 진다는 것은 절대로 아니지만, 대표자에게 거래행위나 변제불능사태에 대한 고의나 과실이 인정될 수 있는 상황이라면 그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물어 채권을 회수할 수 있는 경우들도 있다.

사례의 경우 채무자 법인에 대한 신용조사에서 해당 업체는 이미 거래 전부터 여러 가지 연체정보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할 수 있었다. 또한 현장조사를 위해 업체가 위치한 곳을 직접 방문해 조사를 한 결과 사실상 해당 업체는 대표자만 가끔 출근을 하는 것은 물론, 사무실은 사실상 물품을 배송 받아 보관하는 창고의 역할만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이후 법인의 대표자에 대하여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함과 동시에 거래 당시부터 외상대금에 대한 변제의사가 없었다고 판단하여 사기죄로의 형사고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증명을 발송하였다. 대표자는 개인에게 제기된 손해배상청구소송의 소장부본과 내용증명우편을 송달받자마자 불필요한 분쟁을 일으켜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외상대금 전액을 변제해주었다.

끝마치며 이처럼 법인은 별도로 계약관계에서 당사자가 될 수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어느 경우에나 무조건 법인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법인을 당사자로 해서 어떠한 분쟁이 생기는 경우에는 거래성사 전후의 과정과 채무자의 상태, 사업장의 상태, 대표자 및 사원의 책임 정도 등과 같은 여러 가지 요소들을 충분히 분석한 후에 심사숙고해서 문제에 접근해야 할 것이다.


                                          문의 법무법인혜안 명광재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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