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채는 빗방울을 좋아해

                         김황흠

약국에서 접대하는 공짜 커피 한 잔
빼 마시는데 유리문 밖으로 빗방울이 툭툭 떨어진다

부산하게 움직이는 사람들,
그 틈에 끼여 손 우산 쓰고 가다가 멈췄다

좌판 벌여 놓고 어디를 갔는지
아까 본 할머니는 보이지 않고
쪽파, 대파, 시금치, 얼갈이, 상추
볕 좋은 날 밭에서 캐어 온 쑥이며 달래며 취나물
촐랑촐랑 비를 맞고 있다

비 맞으면 좋제,

낮 볕에 시든 것들 볼기에 살 짝짝 오르겠다

시 감상

잎을 식용하는 채소를 엽채라고 한다. 근대, 시금치, 배추 외에도 요즘에는 적치마, 청치마, 로메인, 아이스퀸, 상추류, 케일류, 겨자류, 치커리류 등등 종류도 다양하게 많다. 비 내리는 날 좌판대에 올려놓은 엽채가 비를 맞고 있다. 바라보는 시인의 눈이 따듯하다.

‘비 맞으면 좋제’ 우리가 세상을 보는 눈이다. 관점에 따라 세상은 얼마든지 아름답다. 코로나로 힘든 요즘이다. 외출하지 못하는 가족이 한 집에 올망졸망 모여있다. 불빛이 따듯한 집을 만들어보자. 집구석과 집은 다른 말이다. 가족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를 바라보는 눈길이다. 온유하게 보는 눈,연둣빛 봄이다.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프로필]
 김황흠 : 전남 장흥, 2008년 (작가) 등단, 시집(숫눈) 
(건너가는 시간) 시화집 (드들강 편지) 외 다수 공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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