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형
안동대학교 (철학)명예교수

우리 모두는 행복을 꿈꾼다. 행복이란 자기의 소원하는 바가 펼쳐진 상태와 그 때의 정서를 말한다. 우리 소원은 자기를 향한 것과 남을 향한 것으로 그 내용을 이룬다.

대부분의 행복관은 자기를 향한 것을 내용으로 한다. 그러나 품격 있는 지도자들은 남을 향한 것을 앞세워 추구하는 사람들이다. 우리는 공인의 자격을 갖춘 이런 인격자를 존경한다. 자기만을 향하는 사람을 욕심쟁이라고 하고, 남을 더불어 생각하는 사람을 포부를 가진 지도자라고 부른다. 안타깝게도 최근 나라 안팎에서는 욕심쟁이들이 지도자를 자처하면서 물의를 일으키는 바람에 사회와 국가의 품격이 많이 떨어졌다. 

사회와 국가의 품격을 높이려면 욕심쟁이들을 사적 공간으로 보내고 지도자들을 지도적 위치에 제대로 세워 고상한 삶을 지속시켜야 한다. 지도자는 모름지기 자기의 유익을 뒤로하고 남을 앞세우는 소위 멸사봉공의 가치관을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올해는 이런 기운이 국내외에서 조성되어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필자는 이런 모델인물로 알버트 슈바이처 박사를 소개하고 싶다. 그는 자신의 출중한 이력과 안락한 삶을 물리치고 열악한 아프리카로 몸소 들어가 빈곤한 토인들의 삶을 돕는 친구로 살았던 지성인으로, 내 청소년 시절의 모델이기도 했다. 

슈바이처는 1875년 1월 14일 카이제르스베르크(처음에는 독일령이었다가 나중에는 프랑스령으로 바뀜)에서 태어나 1965년 9월 4일 아프리카 가봉의 람바레네에서 소천하였다. 그는 철학자, 신학자, 음악가, 의사라는 고급 학력과 화려한 이력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열악한 풍토의 아프리카에서 인생의 반을 뚝 잘라 바친 보기 드문 진지하고도 도덕적인 서구 지성인이었다.

그의 인생 전반부도 실제로는 후반부 사역을 위한 준비였으므로 인생전체를 통째로 아프리카 사역에 바친 셈이다. 
슈바이처는 22세가 되던 해 슈트라스부르크의 성 니콜라이 교회의 부목사가 되어, 1902년에는 슈트라스부르크 대학의 신약학 강사가 될 정도로 성경을 깊이 연구한 진지한 목회자였다.

그는 성경을 연구하면서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을 탐구하는 중에 ‘하나님의 나라’를 접하고, 실질적으로 인간을 괴롭히는 편견과 질병 그리고 자연 환경적 장애들을 처치하는 인간 예수의 상을 발견한다. 구체적 현장의 문제들을 해결하면서 병든 자, 가난한 자, 소외된 자를 만나는 현장의 예수를 적나라하게 깨닫고 공허한 이념을 걷어낸 그의 예수 전(傳) 연구를 썼다. 이를 계기로 슈바이처는 믿음의 실천가로 탈바꿈했다. 

하나님의 나라는 이 땅에서 우리 자신들이 만드는 것이며, 최후의 심판 때 재판장인 하나님이 그 나라 건설에 대한 우리의 기여도를 심판하실 것인데, 그것은 우리의 구체적 실천생활이 그 판정 내용이라고 그는 믿었다. 따라서 우리의 하루의 삶이란 바로 이 실천의 유일무이한 계기가 된다는 종말론적 신앙을 가졌고, 타인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그들을 같은 인격으로 인정하고 대우하는 문화철학의 상대주의적 가치관을 펼치는 겸손을 보였다.

결국 가장 소중한 것은 생명 그 자체가 되므로 그의 생각은 자연스럽게 ‘삶에의 외경’의 주장으로 이어진다. 이런 윤리관으로 슈바이처는 원자폭탄의 실험에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항의성명을 내는 결연한 태도를 취했다. 이를 눈여겨 본 노벨상위원회는 그에게 1952년 평화상을 수여하였다. 

30세라는 늦은 나이에 의학을 새로 공부하면서 영예로운 대학교수의 자리를 물러나서 열악한 아프리카로 들어간 슈바이처의 실천은 고상한 기독교 선교사의 사랑과 더불어, 여태까지 행한 백인들의 흑인에 대한 죗가의 배상이라고 밝힌 차원 높은 공동체적 가치관에서 비롯되었다. 이런 책임감과 인격은 최근 국내외 지도자들의 자기중심적 이기주의와는 판연히 다른 고상함을 보여준다. 

이제 우리 사회도 이런 역사적 인물을 배출하는 가치관이 자리를 잡았으면 좋겠다. 이제는 국민의 세금을 동원해서 민심을 잡는 졸렬한 표(標)퓰리즘을 내려놓고, 스스로 헌신의 사지로 즐겨 들어가는 지도자가 있는 고상한 사회로의 이행을 그려본다. 동시에 이런 비현실적(?) 그림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주위에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나와 같은 생일을 가진 알버트 슈바이처 박사가 한없이 존경스러운 1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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