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표
  김포정책연구원장

소의 해가 밝았다. 올 한 해는 좋은 일들만 가득하기를 바라면서 ‘어떤 소고기가 맛있지?’라는 다소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마블링이 좋은 소고기, 유기농으로 사육된 소고기 등 자칭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제시하는 많은 조건을 생각하며 ‘우리 사회에서 입으로만 떠드는 사람이 참 많구나!’ 하는 다소 엉뚱한 결론에 도달한다. 전문가라는 분들은 입으로는 떠들지만 정작 소를 키우지는 않기에 주장하는 내용이 공허한 말장난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험난한 이 시기에 입으로는 다양한 해법을 제시하지만 정작 실천하는 리더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 시기에 우리나라에 필요한 소를 키우는 리더는 어떤 사람일까?

먼저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상황을 잘 헤쳐 나갈 수 있는 사람이다. 세계는 지금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사태에 아무런 해법도 제시하지 못하는 선진국 모델에 대한 신뢰를 상실한 상황이다.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한국식 K-방역이 효과를 인정받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으면서 억제와 규제 위주의 선진국 방역모델을 대신할 해법으로 등장했다.

그러나 최근 한국에서의 코로나19 재유행으로 인하여 새로운 해법 찾기에 세계가 고민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기존의 K-방역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창의적인 해법을 찾아내서 실천하는 리더, 세계에 표준을 제시하며 이끌어 나가는 리더를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다.

남북문제에 대한 새로운 해법을 제시하는 것도 소를 키우는 리더의 중요한 덕목이다. 꽉 막힌 남북관계는 우리나라의 양보만으로는 뚫리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동양을 대표하는 병법서인 손무의 <손자병법>에서는 ‘싸우지 않고 이기거나 싸워서 이겨야 할 경우 피해를 최소화하는 전승전략(全勝戰略)’을 주장하며, 서양을 대표하는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에서는 ‘적의 중심을 찾아 총력을 다해 공격하고 최대한 빨리 파괴해 승리하라는 파승전략(破勝戰略)’을 주장한다.

손자병법의 전승전략은 비군사적 지략을 강조하고 전쟁론의 파승전략은 군사적 수단을 중시하는 것이다. 두 전략은 상호 보완적으로 사용될 때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대북 관계에 적용해보면 파승과 전승의 믹스를 통한 창의적 해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볼 수 있는데, ‘물리적 억지력과 유연한 외교력’을 함께 어우르는 새로운 해법을 제시하며 실행할 리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할 것이다.격화되어가는 미·중 패권 전쟁에서 슬기로운 해법을 찾아내는 것도 중요한 덕목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안미경중(安美經中)이라는 논리를 주장하며 줄타기외교를 하고 있다.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으로 서구 모델의 최정점에 오랫동안 있어 온 미국을 택할 것인지, 오랫동안의 도광양회(韜光養晦) 이후 최근 굴기를 시작한 후흑(厚黑)의 달인 중국을 택할 것인지 선택하기 어려운 시점에서 중립을 지켜 피해를 보지 않으려는 몸부림일 것이다.

그러나 한 나라의 안보와 경제가 분리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매우 순진한 생각이다. 따라서 지금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한 나라를 선택해야만 하는 택일의 순간이나 새로운 창의적 해법을 미국과 중국에게 제시해야만 하는 시간이 되었다는 것을 외면하면 안 된다. 역사를 보면 후흑(厚黑)이 박백(薄白)보다 강한 모습을 보여왔다.

이제는 현실을 무시하며 의(義)와 이(理)에 함몰되어 한쪽만을 바라보는 구한말 성리학자들의 박백이 아니라, 모든 것을 아우르며 실리를 챙길 수 있는 후흑의 모습을 보여주는 해법을 제시할 수 있는 리더가 필요한 시점이다.
경제 문제도 빠질 수 없는 문제이다. 보수 정권 시대의 낙수 경제나 선부론 등은 이미 그 한계를 드러냈다. 진보정권에서 주장하는 포용경제는 그 이론적 긍정성에도 불구하고 아직 검증이 끝나지 않은 상태이며, 이미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대안으로 분수경제를 주장하는 리더도 있지만 분수경제는 개념적 완결성에도 불구하고 세부적 실행면에서 다양한 논의가 필요한 상태이다. 이를 아우르는 창의적 모델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 어느 때보다도 경제를 잘 알고, 경제에 활력을 줄 수 있는 통합형 리더, 창의형 리더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리고 경제라는 소를 언어의 성찬으로 키우면서 포크만 들고 달려드는 사람이 아니라 필요한 영양소를 적절히 공급하는 목동형 리더가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시점이다.

마지막으로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를 극복하고 퍼스트 무버(first mover)의 역할을 요구하는 대한민국의 시대적 요청을 실현해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일제 식민지로부터 해방 후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룩할 때 패스트 팔로워 전략은 굉장히 중요했다.

그리고 이미 우리나라는 패스트 팔로워 전략을 통해 최고의 상태에 도달했다. 반도체, 조선 등 기술 분야가 그를 증명한다. 퍼스트 무버로서도 우리나라는 일정 부분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한류로 대표되는 K-pop, K-drama, K-food 등이 그 예이다. 그러나 4차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패러다임에서는 전 분야에서 패스트 팔로워 자리를 넘어서 퍼스트 무버로서의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

익숙한 따라하기로는 해결 불가능하며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가면서 뒤를 따라 오는 국가들에 발자국을 남겨야 하는 외로운 선도자로서의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 탁월한 창의적 솔루션을 제공하며, 산업 전반에 대한 깊은 성찰과 대안을 가진 리더가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시점이다.

이처럼 우리 앞에 놓여있는 문제는 모두 만만치 않다. 최진석 교수가 말하는 ‘탁월한 사유의 시선’을 가진 리더가 필요한 이유이다. 탁월한 사유의 시선은 깊은 성찰과 창의의 실행력이 없이는 불가능한 시선이다.

3류로 평가되는 정치가 제 역할을 하며 진흙탕 진영싸움, 과도한 빈부격차 등의 당면과제를 포용과 화합을 기반으로 혁신할 수 있는 기반이다. 국민통합을 통해 시너지를 내고 시대가 요구하는 국민통합형 리더, 거버넌스형 리더의 필수 요건이다.

탁월한 시선을 갖춘 리더가 나타나 대한민국이 당면한 세계의 많은 문제에 대해 가장 먼저 해결책을 내놓고 궁극적으로 인류공영에 이바지하는 선도국가가 되는 꿈을 새해 벽두에 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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