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아기 코끼리의 코는 왜 길어졌을까?>

박수영 '딥인더북' 독서모임 회원

이 동화는 모글리의 모험담 <정글북>으로 유명한 영국의 소설가 러디어드 키플링의 작품이다. 호기심이 많은 아기코끼리는 세상 모든 것이 다 궁금하다. 벌집을 건드려 벌들에게 쏘이는가 하면 만나는 동물들에게 궁금한 것들을 물어본다. 예를 들어 타조에게 “타조아주머니는 왜 그렇게 털이 삐쭉 솟아 있어요?” 기린에게는 “기린아저씨는 왜 가죽이 얼룩 투성이에요?” 그때마다 동물들은 아기코끼리를 철썩철썩 때린다.

하루는 악어가 무얼 먹고 사는지 궁금했던 아기코끼리는 동물들에게 물어보았고 동물들은 새파랗게 질려 말한다. “쉿! 조용히 해.” 동물들은 평소보다 더 세게 코끼리를 때린다. 결국 아기코끼리는 동물들을 피해 악어를 직접 찾아 나선다. 드디어 강에서 악어를 만난 아기코끼리는 악어를 본 적 있는지 물어본다. 그리고 악어에게 코를 물린다. 비단뱀이 아기코끼리가 물에 빠지지 않도록 잡아당기자 코끼리의 코가 쭈욱 늘어나며 코끼리는 악어에게서 탈출할 수 있었다.

코가 늘어난 아기코끼리는 할 수 있는 것들이 점점 많아진다. 긴 코로 벌레도 쫓을 수 있게 되었고, 풀도 뜯어 먹을 수 있게 되었다. 무엇보다 길어진 코로 다른 동물들을 때릴 수가 있었다. 집으로 돌아온 아기코끼리를 보고 가족들은 말한다. “이리 오렴. 호기심이 지나치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줄 테니까.” 가족들에게 간 아기코끼리는 길어진 코를 들어올려 가족들을 찰싹찰싹 때리기 시작한다. 가족들도 참지 못하고 악어가 있는 곳으로 가 코를 늘려온다. 엄청난 고통을 감수하고 말이다. 이렇게 해서 코끼리의 코가 길어졌다는 이야기다.

호기심 많은,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살아남는다

남과 다른 생각과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질타’를 받을 때가 있다. 세 아이를 키우며 유독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아이의 말과 행동이 나를 힘들게 해 자주 혼내곤 했다. 내 생각이 다 옳은 것은 아닐 텐데 말이다. 다르다는 것은 익숙하지 않기에 굉장히 불편하다. 나를 불편하게 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나에게 억지로 맞추려다 보니 서로 사이가 좋을 리 없다.

오랜 방황 끝에 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인재에 대한 뉴스를 접하며 큰 깨달음을 얻게 됐다. 부모의 말을 잘 듣는 순종적인 아이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살아남을 수가 없다. 모든 문제는 로봇이 사람보다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 인간의 영역은 계속 문제를 만들어 내는 사람만이 살아남는다.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미래시대의 주역이라는 내용이었다. 이럴 수가. 이에 해당되는 아이는 우리 아이 셋 중 하나뿐이다. 바로 나와 맞지 않는 아이.

호기심이 많다는 건 생각을 많이 한다는 말이다. 내 아이의 수많은 생각들을 내가 그동안 얼마나 많이 짓밟아 왔는가를 생각하면 동물들이 아기코끼리를 철썩철썩 때린 행위와 다르지 않다. 내 안의 나와 마주하기 위해 책을 읽었고 책을 통해 인간의 본성에 대한 것들을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세상에는 나처럼 틀에 박힌 사람도 우리 아이처럼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사람도 필요하다. 남들은 궁금해 하지도 않은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 선구자들은 얼마나 많은 비난과 손가락질을 받으며 외로운 삶을 사는지 모른다. 남과 다르기 때문에 힘들지만 남과 다른 이유로 성공한다.

에디슨의 경우만 보아도 에디슨이 어린 시절 얼마나 사고뭉치였는지 실험을 하다 집과 화물기차에 불을 내어 큰 사고로 이어질 뻔하고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많은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결국 끊임없는 도전 정신으로 전구를 개발하였고 지금의 우리는 전구가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없다.

질문이 많은 우리 아이에게 “어른이 되면 알게 될 거야.”라는 말보다 “이런 크게 될 녀석!!”하고 질문 그 자체를 재치 있게 넘기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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