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을 달래다
                            임송자

갈 길이 멀었다지요
어여어여 거시기하게 가시랑께요
어머니 동짓날 붉은 팥죽 뿌리며
잡귀신 달래어 보내듯
황급히 떠나보내고 싶습니다 , 이 겨울
따뜻한 마음으로 살아내지 못하는

팽팽한 거리에서
확, 때려 엎는 일만 생각했습니다
아니다 아니다 이게 아니다 싶어
나를 피우는 일에 애도 써 봤습니다

어째서
때도 없이 뚝뚝 지고 마는
꽃이랍니까, 대체
눈만 뜨면 살아내야지, 견뎌내야지

그러다가 속이 뒤집혀 약 오른 모가지
바짝 치켜들면
아, 붉게 떨어진 동백꽃이었습니다
바닥,
이제 귀한 일 하나 남았습니다

시 감상

이렇게 또 한 해가 간다. 또 한 해라고 하기에는 너무 많은 아픔이 있었다. 
코로나로 시작해 코로나의 창궐이 진행 중이다. 시를 읽다 문득, 끝을 달래다가 눈에 들어왔다. 끝, 한 해의 끝, 코로나의 끝, 살아내야지, 견뎌내야지 라는 말이 입속을 맴돈다. 끝이 보인다. 바닥이 보인다. 그 끝을, 바닥을, 그리고 지친 나를 달래야겠다. 한 해가 간다는 말보다 새해가 온다는 말로 12월의 끝을 달래보자.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프로필]
 임송자 : 문학공간 등단, 제1회 산림문학상, 
 시집<풍경을 위로하다>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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