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비                           서정임

때 아닌 눈을 동반한 폭풍이 몰려왔다
속수무책 눈을 뒤집어쓴 매화가 붉게 흔들린다

계절과 계절이 혼재할 때
종말은 예고되는 법
나는 이대로 몰락을 꿈꾸어야 하는가

고비를 넘는 승패는 중심 잡기에 있다
마음을 다잡는 세기의 많고 적음이다

바람과 내가 잡고 잡아당기기를 반복하던
시간의 바퀴가 멈춘다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던 그 공회전

뒤집어쓴 허무를 녹이는 매화의 눈매가 서늘하다
고비를 넘긴 완연한 봄의 시작이다

시 감상
매우 어려운 순간을 고비라고 한다. 어쩌면 지금이 가장 고비의 시절일지 모른
다. 연초부터 시작된 코로나로 인해 전 세계가 고비다. 계절과 계절이 혼재할 때,
매화가 눈을 뒤집어쓴 채 흔들릴 때, 사람이 사람으로 인해 두려워질 때, 그때마
다 고비를 넘게 해준 것은 중심이다. 내가 내 중심을 잃지 않을 때 비로소 가벼워
진다. 겨울이다. 곧 봄이다. 백신이 개발된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백신은
내 마음속에 있다. 내일을 맞이하기 위해 몸속의 중심 잡기에 골몰해 보자. 모든
고비의 답은 내 안에 있다.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프로필] 서정임 : 전북 남원, 문학선 등단, 시흥문학상 외 다수 수상,
경기문화재단 창작지원금 수혜, 시집 <아몬드를 먹는 고양이> (2020)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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