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지킬박사와 하이드>

박수영(엄마 독서모임 회원)

지킬박사는 낮에는 환자들에게 신뢰를 얻고 의학계 동료들로부터는 존경을 받는 착실하고 안 정된 인격으로, 밤에는 소호거리의 술집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방종한 생활을 하는 인격으로 살아가다 여러 화학물질들로 자신의 신체에 실험을 하고 결국은 방종한 인격인 하이드를 따로 분리시키는 데 성공한다.

하이드는 세상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에서는 악한 행동을 마음껏 할 수가 없음을 알고 숨을 곳을 찾는데 그곳이 바로 지킬박사의 몸이었다. 약품을 섞은 액체만 마시면 언제든 지킬이 될 수도 하이드가 될 수도 있게 된 것이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양면성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양면성 없는 인간이 있을까? 10년을 보고 겪은 사람도 믿을 수 없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인간적이란 말은 이성보다 지극히 본능에 충실할 때 나올 수 있는 말인 듯하다.

나에게 이중성은 어떤 것일까, 생각해 보았다.

성당에서 오랜 기간 기도 생활을 하며 모범적으로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생활에서 종교의 가르침을 모두 잘 실천하고 있는가 말이다. 결론은 그렇지 않다. ‘이웃을 사랑하라’는 계명이 있지만 모든 이웃을 다 사랑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소위 나와 코드가 맞아야 사랑도 할 수 있으니까.

고백하건데 특히 엄마로서는 아이 셋 키우며 주워들은 것이 많아 알고 있는 것은 많지만 모든 것을 다 실천하면서 살기는 쉽지 않다. 나도 피곤한 날에는 건성건성. 화도 냈다가 짜증도 냈다가 엄마 역할을 할 때 보면 정말 지킬앤 하이드 캐릭터가 딱이다.

주변 지인들 중 이제 막 아이와 교감하기 시작하거나 뜻대로 아이들과 소통하기 힘들어 하는 엄마들이 종종 묻는다. “텔레비전이나 책에서 보면 아이한테 이렇게 저렇게 하라는데 너는 그렇게 해주니? 난 어제도 애들한테 이래저래 화냈어.” 내 대답은 간단하다. “나도 그랴~”

아는 것과 행동하는 것이 일치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그러나 우리가 동물에게 없는 이성이란 것을 가지고 있으니 가끔은 이성의 끈을 꽉 잡고 있어야 할 때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또한 연습이고 훈련이더라.

타고난 성품이 좋아서 인간관계에 큰 어려움 없이 사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수많은 경험들을 통해 지혜가 쌓인다. 그런 지혜들을 까먹지 않으려면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의 간격을 얼마나 좁히느냐가 관건인 듯하다. 분명 알면서 안 되는 것들이 많이 존재하겠지만 노력하는 것과 노력조차 하지 않는 것에는 어마무시한 차이가 있을 것이다. 주변에 성격 좋은 사람들의 경우 대부분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자신의 약점을 들여다보고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

자신을 돌아보지 않는 사람에게는 응원조차 할 수 없다. 그러나 끊임없이 나를 되돌아보고 어떻게 하면 나아질 수 있는지 고민하는 사람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여러 인격들을 일치시키기 위해 노력 중이므로 언제나 응원한다. 그리고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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