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형

안동대학교(철학)명예교수

‘정직은 최선의 방책이다’ Honesty is the best policy 라는 서양의 격언이있다. 평소에 정직하기란 쉽다. 그런데 이권이 걸린 경우에 그러하기란 힘들다. 위기 상황에서 정직은 때때로 목숨을 내놓아야 한다. 하지만 평소에 작은 일에 정직하기를 훈련하는 사람은 큰 위기의 순간에도 정직을 결단함으로써 대의를 이룬다.

영국의 일간지로 데일리메일(Daily Mail)이라는 일간지가 있다. 저소득층을 겨냥해서 발행되는 그저 그런 신문이다. 그러나 이 신문에 대한 영국인들의 은근한 신뢰는 이 신문의 장수발행을 이끌어 왔는데, 한 번의 용기 있는 진실한 보도때문이다. 2차 대전 중반에 이르면서 연합군은 독일군의 막강한 화력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져갔다. 대부분의 신문들은 영국군과 연합군의 사기를 우려해서 승전소식만 쏟아냈다.반면에 데일리 메일은 연합군의 패전 상황을 있는대로 찍어 돌렸다. 이적행위라는 많은 우려와 비난에도 불구하고 이 신문의 편집진은 사실보도를 굳건하게 지켜냈다. 사정을 제대로 알기 시작한 영국국민들은 일사항전의 각오를 다졌고 굳게 단결하게 되었으며, 마침내 희생정신을 발휘하여 처칠의 지도력 아래 똘똘 뭉쳐 승리를 쟁취하게 되었다.


정직을 최고의 미덕으로 강조하고살았던 우리 민족의 지도자가 있었으니, 11월에 태어난 도산 안창호 선생(1878. 11. 09. ~ 1938. 03. 10.)이다. 그는 “죽더라도 거짓이 없어라. 농담으로라도 거짓을 말아라. 꿈에라도 성실을 잃었거든 통회하라”고 말했다.


도산은 어릴 때는 유학을 열심히 공부했으나, 유학의 껍데기만 수용한 선비들의 허위의식을 짚어보고, 새로 들어온 기독교로 개종을 했다. 그는 “아아, 거짓이여. 너는 내 나라를 죽인 원수로구나. 내 평생에 다시는 거짓말을 아니 하리라. 네 가죽 속과 내 가죽 속에 있는 거짓을 버리고 참으로 채우자고 거듭거듭 맹세하노라.”면서 거짓과 담을 쌓았다. 그는 독립운동가로 샌프란시스코에 살면서 남의 집 청소나 허드렛일을 하면서도 주인이 없는 시간에도 정직하게 청소를 하는 바람에 고용한 미국인이 그가 보통사람이 아님을 인정하였다고 한다.
도산 안창호는 모든 사람 앞에서 독립 운동가를 자처했다. 또 교육개혁 운동가 겸 애국계몽운동가이자 교육자, 정치가이기도 했다. 그가 쌓은 치적은 사람들을 실천적으로 일깨워 애국에 나서도록 하고, 협력하여 애국을 하도록 모범을 보였다는 점이다.


한인공립협회 창설, 신민회 조직, 오산학교 및 대성학교를 설립, 흥사단을 창립했을 뿐만 아니라 상해임시정부에서 국무령으로 취임하는 등 헤아릴 수가 없다. 그러나 도산이 추구한것은 지위나 명예가 아니었다. 그의헌신적 봉사에 많은 정부임원들이 대통령으로 추대했으나 기어코 사양하였다. 그가 주목한 것은 투철한 도덕적 무장과 배움의 실천을 이루는 일이었다. 도산이 지향한 독립이란 단순히 일본으로부터 정치적 간섭을 벗는 것이 아니라 한국 사람과 국가가 자존감을 갖고 진정으로 자유로워지는 상태의 차원이었기 때문이다.


도산이 강조한 덕목은 무실, 역행,충의, 용감이다. 게으름과 속임수의 허영에 맞서는 것이 무실이고, 끊임없는 실천이 역행이다. 사사로운 감정과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국가와 공익을 추구하는 것이 충의요, 상황을목적으로 지향시키는 실천력이 용감이다. 도산은 1920년대 내내 독립운동의 진행을 가로막던 고질적인 사상분열을 극복하고 민족주의자와 공산주의자 간의 사상과 노선 갈등의 극한 대립을 건설적으로 바꾸려고, 그 어떤 주의나 노선으로도 분파할 수 없는 자기희생의 ‘대공주의’(大公主義)라는 새로운 길을 제시하였다. 오늘날 정치인들이 새겨야 할 국가와 국민을 향한 공익적 태도이다.


도산은 실력을 갖출 때만 민족이 자립할 수 있다는 실력양성론을 주장했다. 이 주장에 이광수, 최남선, 김성수, 조병옥 등이 감화를 받았다. 또 개인의 사익보다 공익을 우선으로 하고 민주적 토론절차를 통한 공론을 중시하였으며, 이를 통해 민족평등, 정치평등, 경제평등, 교육평등의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중도적 노선을 선호했다. 오늘의 모든 분야의 지도자들이 새겨서 실현시켜야 할 바람직한 태도라고 생각한다. 도산 안창호를 낳은 11월이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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