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연
김포문화재단
전시기획팀 대리

미술에 대해 관심이 없어도 세계적인 미디어 작가인 백남준의 이름을 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 문장은 아마도 십 여전 년 그의 전시를 보다가 어록이 적힌 벽 어디쯤에서 읽은 글로 기억한다. 당시 나는 한참 미술이론을 공부하던 학생이었는데, ‘훌륭한 미술이 가진 기준’에 대한 답을 찾고 있었다. 수많은 예술가들과 미술작품 중에서 좋은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캔버스에 그저 점하나 찍은 작품일 뿐인데 수십억에 팔리거나, 아이들이 그렸음직한 추상회화를 만날 때는 그 의문점이 커져갔었다.

예술가는 게을러야 한다는 자신의 신조와는 다르게 백남준은 아침마다 부지런히 수십 부의 영자신문을 매일 정독 할 정도로 세계정세와 사회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예술과 사회에 대한 남다른 통찰력을 가진 위대한 예술가의 입에서 흘러나온 이 한 문장은 그저 전시장 한 켠에 끄적여 놓은 전시연출물에 불과했지만 나의 머릿속에 단단히 새겨져 예술작품을 이해할 수 있는 열쇠가 되어졌다.

예술은 마음으로 느끼는 거라고 하지만, 미술은 어느 정도 ‘읽어’내야 제대로 된 감상이 가능하기에 인문학의 분야에 속하기도 한다. 전시 쪽에서 일을 하다보면 “현대미술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다.” 혹은 “도대체 저 작가는 왜 유명한 거냐.”라는 질문을 종종 듣는다. 나 역시 같은 질문을 했던 감상자로서, “훌륭한 예술은 당대 사회와 의식을 세련되게 반영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라고 백남준에 말에 살짝 살을 붙여 대답해준다. 이 대답을 들음으로써, 십년 전의 나처럼, 미술을 생활 속에 가까이 하는 감상자가 한명이라도 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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