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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감상] 오늘 그림자

오늘 그림자

최호일


햇빛 말짱한 대낮에도 그림자 없는 것이 있다
바로 그림자

열 살이 되기 위해 길을 건너는 아이도
깨지지 않은 유리창도 모두 조심스럽게 그림자를 거느리고 있다
사실 그림자도 다가가 옷을 벗겨보면
양파 껍질처럼 냄새나는 그림자가 또 있을지 모르지만
태양은 본질적인 것에는 신경 쓰지 않는다

어느 땐 우리 집 개가 몸을 부르르 떨며 먼지를 털다
가끔 혼자 넘어진다
그러면 그림자도 같이 일어난다

땅을 가만히 들춰보면 거기 그림자 없는 사람이 누워 있다
그가 신문을 읽고 있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
오늘자 스포츠 신문을 읽고 있다는 생각은 편견이다

오늘은 문이 잘 열리지 않아
그림자 도둑놈이 그림자를 한 개 훔치러 왔다가
제 그림자를 벗어놓고 갈지도 모른다

내가 종일 걸치고 다닌 옷의 팔다리에 달라붙어
질긴 곱창 그림자를 씹고 있는 그림자들

[최호일 프로필] 충남 서천, 현대시학 등단, 시집 [바나나의 웃음]


[시 감상]
그림자를 시로 쓴 적이 있다. 동질성, 나와 반대, 나의 모습, 이런저런 이유들이 그림자의 주제로 붙는다. 한 번도 그림자에게는 그림자가 없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어쩌면 나도 단 한 개의 그림자만 갖고 살았나본다. 그림자는 외로울 것이다. 자신의 그림자가 없다는 것이 그림자를 외롭게 했다. 지금, 당신에게 당신의 그림자가 있는지 확인해 보자. 없다면 당신은 외롭지 않은 것이다. 누구나 그림자를 갖고 살기에. [글/ 김부회 시인, 문학평론가]

 

 

 

 

 

최호일  gimpo12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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