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과 청소부

박지우


고독이 그렁그렁 매달린다

한 장의 다이어리 같은 나뭇잎
기성품 웃음을 짓는 자본주의 얼굴들이 황색 점멸하는 거리
청소부는 종로를 떠돌며 나뭇잎과 말다툼을 한다

진실과 거짓은 서로 질투를 하지
당신은 거짓말의 상인인가요
자꾸 물어보면 누구나 거짓말을 하게 돼

바람과 바람 사이에 갇힌 시간
거리를 떠돌아다니던 어둠이 가라앉는다

내 영혼은 비상구가 없어
그럼 당신의 기억은 어떻게 처분하나요
내 영혼에 글씨를 쓰지 마 난 별을 꿈꿔

오래된 골목, 두고 온 희망이 싸구려 할인코너를 기웃거린다

바람의 길은 어디에 있나요
누구나 외롭지 않을 권리가 있지
한 봉지의 슬픔 따위에 흔들리지 않아

말다툼은 끝나지 않고
일수를 찍던 햇살이 거리에 광택을 낸다

[박지우 프로필] 충북 옥천, 시선 등단, 시집 [롤리팝]외


[시감상]
가을이다. 고독이 그렁그렁 매달리는 나무를 본다. 나뭇잎과 청소부의 관계는 뒤집어 봐도 청소부와 나뭇잎이다. 불가분의 관계라는 말이다. 떨어지는 것이 숙명이고 치우는 것이 운명이라는 말과 같다. 우리는 한 장의 나뭇잎이면서 한 사람의 청소부이기도 하다. 본문 중 누구나 외롭지 않을 권리가 있다는 말이 귀에 머무를 것 같다. 이 가을의 끝엔 겨울이 아닌 뭔가 다른 것이 있을 것 같다. 외곽부터 무너진 가을의 어디쯤 건조해진 그리움이 툭툭 떨어지고 있다. 솔깃해진다. 모든 것이. [글/ 김부회 시인,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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