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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가 들려주는 교실 이야기> 집에서만 나쁜아이
  • 통진중 조이오투 교사모임(오유미, 조신희, 조용문, &
  • 승인 2020.09.23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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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기 초 첫 주를 지내보면 눈에 띄는 아이들이 있다. 대청소를 해보면 누가 우리반의 일꾼인지 바로 보인다. 이런 아이들의 특징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쓰레기통 청소나 사물함 나르기 등의 일을 할 때, 자주 눈에 띈다. 성택이는 바로 그런 아이였다.

임시 반장을 정할 때, 먼저 자기 추천으로 하고 싶은 사람을 받는다. 대부분은 학급 회장에 뜻이 있거나 작년에 학급 임원을 한 아이들이 손을 든다. 혹은 서로 눈치를 보느라 아무도 안 나서는 경우도 있다. 그해 반 아이들은 후자였다.

“임시 반장은 어려운 게 아니라 새로운 학급 임원이 뽑힐 때까지 반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이야. 누구 해 볼 사람 없니?”라고 하니 성택이가 슬그머니 손을 들었다.

그렇게 성택이는 여러 곳에서 눈에 띄는 아이였다. 그런데 리더십이 있다기 보다 묵묵히 청소와 봉사를 하고 문단속까지 나서서 하는 그런 아이였다.

학급 임원을 뽑는 날, 입후보자는 몇 명 나왔지만 그동안 열심히 해온 성택이를 따로 불렀다.

“선생님은 성택이가 회장 후보에 나오면 좋을 것 같은데 어떠니?”
“전 안 할래요.”
“그래? 선생님은 성택이가 봉사심도 투철하고 모든 일에 열심히 해서 잘할 거라 생각했는데···.”
”봉사는 열심히 할게요. 시킬 일 있으시면 언제든지 시켜주세요.“
”그래 고맙다.“

그렇게 성택이는 회장 후보에 나서지도 않았고 다른 아이가 회장이 되었다. 다른 아이가 임원으로 선출된 뒤에도 성택이는 슈퍼맨처럼 학급의 해결사였다.

학급 분리수거를 할 때도 방과 후 수업에 참여하는 것도 토요일에 직업체험하는 활동에도 늘 성택이는 참가했다. 당연히 학기말 동료 평가에서 반에서 가장 봉사심이 투철한 아이, 모든 일에 열심히 하는 아이에 성택이는 몰표의 지지를 받았다.

그런데 어느 날, 심리검사 결과가 나온 날이었다.

“선생님네 반 성택이가 자살 위험 증후군으로 나왔어요.”
“네? 성택이 가요? 그럴 리가 없는데···.”

검사 결과가 잘못된 줄 알았다. 학교에서 본 성택이는 정말 그럴 리가 없는 학생이었다. 어머니께 상담 차 전화를 드렸다.

“아이고, 그 녀석 결국 일이 터졌네. 터졌어.”
아무 설명도 못 하고 “저 성택이 담임인데요.”

라는 말이 떨어지자마자 나온 소리였다. 급히 성택이가 학교생활은 아주 잘하고 있다고 설명해 드렸지만 듣지도 않으시고 이야기를 쏟아 내신다.

“그 녀석이 아주 미쳤어. 미쳤어. 아유, 선생님. 걔가 지 누나 알몸을 동영상 찍는 애예요. 그러니 지 누나가 아주 벌레 취급하지. 내가 그 녀석 핸드폰을 봤는데, 아유 요즘 애들 왜 그래요? 다 ✕✕놈들이야.”

흥분하셔서 성택이의 장점에 대해 언급할 시간조차 없었다. 어렵사리 학교에 방문해 달라고 부탁을 드렸다.

오자마자 아들을 또, ‘죽일 놈’이라면서 이야기를 풀어 놓으셨다.

어느날, 누나가 샤워를 하러 들어간다고 하는데 성택이가 잠깐만 볼일 있다면서 화장실에 들어갔다 나왔다고 한다. 누나가 샤워를 하다가 뭔가 반짝거려서 보니까 수건 사이에 성택이의 핸드폰이 있었고 동영상 촬영이 진행 중인 상태였다. 당연히 누나는 소리를 질렀다. 빼앗은 핸드폰에는 아주 적나라한 야한 동영상이 가득했다.

그때부터 성택이는 친 누나의 누드 동영상을 촬영해서 친구들에게 퍼뜨리려 한 파렴치한으로 취급을 받았다. 그 때 아버님은 어떻게 반응하셨냐 하니 평소에는 농장에 계시고 주말에만 집에 오신다고 한다. 아이들 교육에는 전혀 아무 말씀이 없으셨던 것 같다.

성택이의 집 사정에 대해 여쭤보니 누나 두 명이 각자 자신의 방이 있고 성택이는 엄마랑 거실에서 같이 잔다고 하셨다. 사춘기 남자아이였다. 개인의 공간이 필요한 나이였을 것이다. 사춘기 남자아이들에 대해 말씀드렸다. 어머니는 뭔가 적잖이 충격을 받으신 것 같았다. 전문 상당 선생님과 이야기가 필요해 보여 연결해 드렸다.

이야기를 다 들으신 상담 선생님은 “어머니, 일단 제일 먼저 성택이 방부터 만들어 주세요. 집 공사를 하시든지, 딸 두 명이 같은 방을 쓰게 하시든지 해서요. 사춘기 남자 애들은 다 그렇습니다. 어머님께서 성택이에게 처음 그런 일이 일어났을 때 어떻게 반응 하시느냐에 따라 사춘기를 잘 보낼 수도 있고 그런 것에 집착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 보니 어머니와 누나들의 대응이 성택이에게 좋은 방향이 아닌 나쁜 쪽으로 고착화 시키신 것 같습니다.”라고 하시면서 또 한 번, 사춘기 남자아이들이 얼마나 성에 대해 관심이 많고 민감한 시기인지를 설명해 드렸다.

“전 이 녀석이 언제 학교에서 연락 오나 늘 걱정이었어요. 그 녀석이 그렇게 학교생활을 잘 하고 있는 줄 몰랐어요. 아무도 그런 이야기는 해주지 않았어요. 그냥 늘 집에 늦게만 온다고 생각했죠. 집에 오면 지 누나가 엄청 잡으니···. 그 녀석은 집에서 인형하고만 이야기해요.”

인형이라니 충격이었다. 다 큰 녀석이 집에서는 인형하고만 이야기를 한다니···.

그 사건 이후로 아무도 상대를 해주지 않으니 서로 말을 안 섞었고 필요한 이야기가 있을 경우는 인형을 통해서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었다.

큰누나는 당사자니 아직도 집에만 오면 인간쓰레기 취급을 하고 작은 누나가 가끔 인형을 통해 성택이와 이야기를 나눈다고 한다.

집에서 성택이는 나쁜 아이였다. 아무도 감싸주지 않는, 그래서 그렇게 성택이가 학교의 모든 행사와 수업에 열심이었나 보다. 학교에서는 정말 괜찮은 학생이 집에만 가면 가족들이 모두 벌레 취급하는 아이였으니···. 주말 활동에도 그렇게 적극적이었던 이유도 주말이 되면 큰 누나가 기숙사에서 나오는 날이라 그랬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방학이 되면 큰 누나가 와 있을 텐데 벌써부터 걱정이라며 한숨을 쉬셨다. 성택이가 굳이 기숙가가 있는 마이스터고로 진학하겠다고 했던 것까지도 다 그런 이유라고 느껴졌다.

성택이의 행동은 분명 잘못된 행동은 맞다. 그런데 그 때, 집에서 단 한 명만이라고 성택이의 행동을 이해해 줬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사춘기 남자아이들에게 어떻게 해줘야 하는지 알았다면 성택이가 감옥처럼 생각하는 집에서 살지는 않았을 텐데.

성택이가 아픔을 표현해줘서 그런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다행이었다. 집에서의 상황이 쉽게 바뀌기는 힘들 것이다. 그래도 이번 일을 계기로 어머니는 성택이를 조금은 이해하게 된 것 같았다. 아버지께서 주말에 만 쓰시던 안방을 성택이의 방으로 만들었다는 이야기도 들렸다. 성택이의 표정은 내 느낌인지 모르지만 한결 밝아졌다. 어머니와 인형을 통해서가 아닌 직접 대화도 한다는 이야기도 들렸다.

워낙 품성이 괜찮은 아이였으니 아픈 만큼 회복도 빠른 느낌이었다.

학교에서 생활을 잘하는 아이가 모든 면에서도 잘 할 거라는 생각을 뒤집어 준 성택이. 아이들을 여러 측면에서 바라보게 하는 계기가 되어 준 아이. 지금은 잘 지내리라고 믿는다.

통진중 조이오투 교사모임(오유미, 조신희, 조용문, &  gimpo12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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