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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혹부리 영감의 김포이야기> 귀신도 중매한 여자
최영찬 소설가

또 까르르 웃음이 터졌습니다. 사실 나는 쉰이 되도록 여자하고 잠자리를 못한 숫총각입니다. 그러니 재담 속에서 음담패설에 가까운 이야기도 많아도 어쩐지 입으로 표현하기가 어렵군요. 하지만 야한 이야기는 꼭 필요한 양념 같은 것입니다. 현대에서도 그렇잖아요. 텔레비전 보니까 가수들이 얼굴에 진한 화장을 하고 허벅지가 드러나는 짧은 스커트를 입고 나오잖아요. 이게 다 시청자의 눈을 의식하는 것 아니겠어요. 점잖은 분들만 본다는 이 김포신문에 음담패설이 나오면 저는 바로 아웃됩니다. 게재가 안 되는 거지요. 그래서 식당 음식 맛의 대부분 조미료에 있다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인 것처럼 신문에 게재될 때는 뺄 것은 빼야 하는 겁니다.

“여러 척의 배를 가지고 운송업을 하는 선주가 상처하고 일 년이 지났을 때 재혼하려고 했습니다. 사실 아내가 죽고 난 뒤 곧바로 다른 여자를 맞아들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고 주위 사람들도 그동안 고생했다고 얼른 새 장가가라고 부추겼지만, 그는 망설이고 또 망설였습니다.”

세상 모든 남자가 본성이 마음이 검은 도둑입니다. 마누라가 죽으면 사람들 앞에서는 통곡하고 화장실에 가서는 웃는다는 속설이 있지만, 이 남자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아내를 사랑했냐구요? 천만에요. 아내가 심장마비로 죽지 않았으면 먼저 비비 말라 죽었을 것입니다. 마누라가 얼마나 드센지 길을 가다 예쁜 기생 흘끗 보다가 걸리면 뺨을 얻어맞기에 앞만 보고 갈 정도로 공처가로 살아야 했습니다. 그래도 장사운은 좋은지 선주는 부자로 살 수는 있었습니다.

“이보게, 이제 그 지긋지긋한 마누라도 죽었는데 자네도 인간답게 살아보게.”

주위의 권유에 마음이 흔들렸습니다. 어린아이 셋도 홀아비가 기르기 어려웠으니까요. 그래도 주저하는 것은 재혼했다가 탈이 나는 것이 아닐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었습니다. 일 년이 지나자 간신히 두려움을 떨치고 용한 중매쟁이가 소개한 여자와 혼인하게 되었습니다. 보기에도 참하게 생기고 조신한 행동거지가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이제 오랜 불행이 끝나고 행복이 다가오는 듯했습니다. 드디어 수백 명의 하객이 모인 가운데 거창한 결혼식 아니 재혼식이 열렸습니다. 삼현육각을 울리면서 여러 절차를 거쳐 혼인식은 끝났습니다. 세 명의 아이들도 성격이 난폭한 엄마 대신 착한 새엄마가 생겼다고 좋아했습니다. 모두의 축복 속에서 첫날밤을 맞이하게 된 새신랑은 불행 끝, 행복 시작의 설레임으로 막 신부의 옷을 벗기려는데 천장 위에서 벼락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죽은 마누라가 외치는 것입니다.

“흥, 내가 죽었다고 네가 새 장가를 들어? 어림없다. 어림없어.”

선주가 그토록 두려워했던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일 년 전 죽은 아내가 귀신이 되어 돌아온 것입니다. 이러니 첫날밤은 악몽이 되었고 죽은 아내는 밤마다 천장에서 야단을 치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방, 다른 집으로 옮겨도 귀신은 따라와 악다구니를 쳤습니다. 선주는 중매쟁이를 만나 재혼을 후회하는 넋두리를 늘어놓았습니다. 그러자 어떤 남녀도 혼인 성사시킨다고 소문난 중매쟁이가 눈을 몇 번 깜빡이더니 말했습니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죽은 마누라도 재혼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하고는 귀신을 만나겠다고 했습니다. 중매쟁이는 그날도 나타난 귀신에게 저승에서 좋은 남자를 골라 중매해 주겠다고 했습니다. 한참 설득했습니다. 죽은 귀신이 이승에 나타나서 강짜를 부리는 것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지요. 중매쟁이는 용한 무당을 불러 저승에서 남자 귀신을 불러 모아놓고 선을 보였습니다. 인물이 못생겼다, 성격이 이상하다고 몇 번의 툇짜 끝에 마침내 짝을 찾았습니다. 무당은 인형으로 남자와 여자를 만들어 놓고 영혼결혼식을 거행했습니다. 그 뒤로 잘살고 있는지 무서운 마누라 귀신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내가 이래 뵈도 죽은 귀신을 중매한 여자야.”

중매쟁이는 이렇게 자랑하고 다녔답니다.

김포신문  gimpo12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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